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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희 교수의 '건강한 영양학' 시리즈

비타민도 많이 먹으면 독




들어가면서


건강을 위해 비타민을 챙겨 먹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합니다. 비타민(vitamin)이라는 이름 자체가 vita(생명)에 필요한 성분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타민의 존재에 대해 잘 몰랐던 과거에는, 실제로 비타민이 부족해서 생명을 잃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비타민은 정말 건강에 절대적 존재입니다. 


그런데, 오늘 생각해 볼 것은 이것입니다. 이 몸에 좋은 비타민은 많이 먹을수록 좋은 것일까요? 비타민은 현대인의 불규칙하고 불균형한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우니 일단 보험처럼 많이 챙겨 먹어두면 좋은 것일까요?




1. 비타민, 많이 먹어봤자 소변으로 배설됩니다.


대부분의 비타민은 우리 몸에 저장되지 않습니다. 우리 몸은 영양소로 만들어져 있고, 많은 영양소들을 몸 안에 저장해 두고 사용합니다. 그런데 비타민 대부분은 별로 저장해두지 않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런 비타민들은 매일 먹어서 사용하고, 그리고 남는 것은 소변으로 내보낸다는 뜻입니다. 


돈 들여 산 비타민 보충제를 하루에 몇 알 씩 먹는다거나, 기력회복을 위해 비타민 주사를 맞을 경우, 우리 몸에 필요한 양보다 몇 배로 비타민이 공급된다면 대부분 그 투자비가 소변으로 새나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식사가 많이 부실했거나, 건강이 좋지 않아 비타민에 굶주렸던 몸이라면 보충제나 주사를 통한 비타민 왕창 공급이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질병이 없는 일반인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비타민은 크게 물에 녹는 비타민(수용성 비타민이라고 합니다)과 기름에 녹는 비타민(지용성 비타민 이라고 합니다)으로 구분합니다. 이 중 수용성 비타민이 많이 먹어서 남는 양이 소변으로 배설되는 비타민입니다 (물에 녹으니까 소변에 섞여 나갈 수 있습니다). 수용성 비타민의 종류로는 비타민 B1(티아민), 비타민 B2(리보플라빈), 비타민 B3(나이아신), 비타민 B6(피리독신), 비타민 B12(코발라민), 비타민 C, 엽산 등이 있습니다. (비타민은 발견 순서에 따라 알파벳순으로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이러한 수용성 비타민들이 적립도, 이월도 안 된다는 것은 하루살이 비타민이라는 뜻도 됩니다. 매일 매일 먹어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며칠만 안 먹으면 쉽게 부족해집니다. 이 비타민들은 매일,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먹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한 번에 왕창 먹으면 손해입니다. 




<병에 담긴 비타민>




2. 일부 비타민의 경우, 너무 많이 먹으면 과잉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수용성 비타민들은 소변으로 내보내지만, 지용성 비타민은 물에 녹지 않으니 남는 것을 소변으로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소변에 기름이 둥둥 떠 있으면 무섭겠지요?) 따라서 지용성 비타민 (비타민 A, D, E, K가 지용성입니다.)들은 어느 정도 몸에 저장합니다. 기름에 녹으니 우리 몸에 있는 체지방에 저장합니다. 


이런 지용성 비타민들은 남으면 몸에 쌓이기 때문에 너무 많이 먹으면 과잉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수용성 비타민도 몸 안에 조금 쌓이기 때문에 과잉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비타민 과잉증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비타민 A

비타민 중 독성이 가장 심각한 편입니다. 한 번에 권장량의 100배 이상 먹을 경우 위장장애, 두통, 시력 약화 등이 나타날 수 있고, 만성적으로 과잉 섭취 시 근육통, 피부질환, 탈모, 간손상, 출혈, 골절 증가, 혼수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임신 초기에는 자연유산, 기형아 출산의 위험이 증가합니다.


(2) 비타민 D

신장이나 심장, 폐, 혈관 등에 칼슘이 축적되고 신장결석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3) 비타민 E

혈소판 응집 감소로 지혈과 상처 치유가 지연되고, 무월경증, 피로, 근육쇠약 등이 발생합니다.


(4) 비타민 C

신장결석, 복통, 설사, 치아 에나멜 부식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5) 나이아신

혈관 확장에 의한 피부홍조, 가려움증, 간기능 이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6) 엽산

임신부의 경우 신경계 손상을 촉진 또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피로가 쌓인 남자>




3. 비타민 보충제 남용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식품으로 먹는 비타민은 과잉증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천연 비타민, 합성 비타민의 문제가 전혀 아닙니다. 식품으로 먹는다면 비타민을 독성이 나타날 만큼 많이 먹을 수가 없습니다. 왜요? 배가 불러서요. 예를 들어 비타민 C의 과잉증이 나타나는 2000mg을 먹으려면 귤을 매일 40개 이상씩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당근 한 개에는 독성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의 비타민 A가 들어있지만, 당근을 하루에 두 개 먹어도 비타민 A 과잉증이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왜요? 당근에 있는 비타민 A 성분(카로티노이드)이 우리 몸에 들어온 후, 필요한 만큼만 비타민 A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걸 정제(tablet)으로 먹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비타민(보통 영양제라고 부릅니다) 보충제를 먹는다면, 한 알에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들이 충분하고도 남는 양이 들어 있기 때문에 과잉증의 위험이 충분히 발생합니다. 이걸 몸에 좋으라고 하루에 몇 알씩 먹는다면, 또는 아침에 먹었는지 어떤지 헷갈리면서 여러 번 먹는다면, 비타민 과잉증 위험이 있습니다. 




정리하면서


오늘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첫째, 대부분의 비타민, 특히 수용성 비타민들은 적립되지 않습니다. 많이 먹으면 소변으로 버리게 됩니다. 둘째, 일부 비타민, 특히 지용성 비타민들은 몸에 저장되기 때문에 많이 먹을 경우 독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셋째, 식품으로는 비타민 과잉증 염려가 없습니다. 대신 비타민 보충제의 남용이 건강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비타민은 많이 먹는다고 건강이 더 많이 좋지는 않습니다. 비타민이 부족하면 건강에 이러저러한 문제가 생기지만, 많이 먹을수록 건강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비타민 먹기, 매일, 조금씩 필요한 만큼 챙겨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비타민을 섭취하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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