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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New Story/Food N

흙이 보내준 밥상, 나물 한 그릇에 담긴 강원도의 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요즘 사보를 만드느라 정신없는 조이☆JOY입니다. 사보 취재때문에 정신없이 지방 출장을 다니고 있어요ㅠ

자주 인사드려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요즘 저는 전국의 종갓집을 돌아다니며 종부님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음식철학을 배우고 있어요. 특히 지난 5월에 다녀온 곳이 기억에 남아 여러분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곳은 식당으로 운영되는 곳이니 한 번 가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숟가락 나물, 밥보재 나물로 완벽하게 차려진 밥상은 지난밤의 다소곳함이 아직 베어 있는 흙 속에서 나를 만나고 있었습니다. 겨울날, 흙은 가슴속 온기로 씨앗을 추위로부터 지켜주었습니다.(중략)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흙은 커다란 어머님입니다.’

- 최영간 흙이 보내준 밥상 -

최영간 종부님께서 쓰신 글로 먼저 열어볼게요. 모든 음식은 흙에서 나옵니다. 종부님은 매일 새벽 산으로 들로 나가 흙이 준 선물을 받아오십니다. 제가 소개할 곳은 강원도 강릉 서지마을 창녕 조씨 명숙공 종가입니다. '서지초가뜰'로도 잘 알려진 곳이죠. 이곳은 맑고 푸르른 강원도의 자연이 만들어준 밥상이 오르는 곳입니다.



강릉 산골짜기에 상서로운 땅 '서지'

서지마을은 강원도 강릉에서도 제법 깊숙이 들어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길을 한참 가다 보면 산속에 터를 잡고 있는 '서지초가뜰'을 만날 수 있죠. 길한 땅, 상서로운 땅이라 해서 서지(瑞地)’, 그러기에 쥐도 곡식을 물어다 갈무리해두고 싶은 땅이라 해서 서지(鼠地)’라 불려온 마을입니다. 들녘에 먹을 거리가 풍부한 마을은 지금도 식사시간이 되면 분주해지죠. 1997년부터 최영간 종부가 초가집을 개조해 식당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영간 종부님

이렇게라도 한국 전통의 맛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살아있는 동안은 강원도 서지마을에 오면 흙이 만들어준 밥상을 맛보고 우리 전통 음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겠죠.”

 먼 여행길에 주린 배를 달래고자 일단 식사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요리들이 하나 둘 상을 채우기 시작했어요. 어느새 큰 상이 가득 찼습니다. 말 그대로 상다리가 휘어질 것 같은 밥상이 차려졌어요. 접시에는 종부님이 새벽에 캐온 나물을 이용한 반찬이 많이 올라왔죠.

 “이 마을은 먹을 것으로 가득한 곳입니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좋은 나물을 많이 캘 수 있지요.” 모든 반찬에 나물 고유의 맛이 살아있었어요. 재료의 맛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자극적이지 않은 밥상. 그 매력에 푹 빠져 가득 채워졌던 접시들을 하나 둘 비워내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의 순리대로 만드는 밥상

쌀은 본래 수중식물이라 물이 가득한 논에서 길러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밭에서 쌀을 기르죠. 또 기계에 넣어 건조시킵니다. 들어오다 보셨겠지만 저희는 집 앞에 논이 있어요. 이곳에서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물을 빼지 않고 키웁니다. 수확 후에는 거꾸로 매달아 따스한 가을볕에 자연 건조시켜요. 그러면 좋은 영양분이 자연스럽게 볍씨로 몰립니다.”

서지초가뜰 밥상은 밥맛부터 남달랐습니다. 차지고 고소한 밥맛은 집 앞 논에서 시작된다는군요.

저희는 고추도 직접 키워 재배합니다.”



김치를 바라보고 있으니 종부님이 설명을 덧붙입니다. 특히 병충해에 약해 한 해 수확량이 적은 고추. 종부님은 그저 자연의 순리에 따라 키울 수 있을 때까지 키우다 탄저병이 오면 모두 잘라버립니다. 적은 양의 고추로 고춧가루를 만들어 김치를 담그고 고추장아찌를 만듭니다. 가만히 식탁을 다시 둘러보니 고춧가루가 들어간 매운 음식이 거의 없었어요. 자연이 허락하는 재료로 자연의 순리를 따라 만들고 차리는 밥상. 이것이 서지초가뜰 밥이 더 맛있는 이유입니다.

 

 농사의 법도를 익히고 지금의 모습을 지켜라

 1971년 겨울, 강원도 산간마을로 시집온 종부님은 종갓집 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어요. 그저 조금 이곳에 머무르다가 서울로 올라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어느 날 시골마을에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종횡무진하는 종부의 모습이 시조부님 눈에 들어왔고, 다음날 시조부님 방에 불려 들어갔어요.

 “당시에는 아버지도 어려운 존재였는데, 나이 90세의 시조부님이 부르니 얼마나 놀랬겠어요? 잔뜩 겁먹고 방에 들어갔죠.”

 시조부님은 젊은 새댁을 앉혀놓고 당시 제사 때만 꺼내던 곶감 3개를 꺼내주셨어요. 그리고 방 안 액자에 걸려있는 글 두 개를 가리켰죠.

 여재당(如在堂), 경농재().

 여재라 함은 항상 같은 모습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네 시애미 얼굴이 여()이니라.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모습. 넌 그 모습을 지켜야 하느니라. 그리고 경농은 농사를 경영한다는 뜻이니라. 너는 이제 서지 사람이다. 농사는 인생과 같으니, 농사의 법도를 익혀야 한다.”

 그날 시조부님의 따뜻한 사랑과 가르침에 종부는 큰 감동을 받았고, 이게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새댁이 그날 시조부님의 말씀으로 서지마을 명숙공 종가의 진짜 며느리가 되었어요. 그 이후로 언제나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고 있답니다.”

 

 마을 일꾼들의 삶에 베어있는 경농()의 자세

 그날 이후로 종부가 집안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다. 일을 하나하나 배워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집오던 첫 해 겨울이 지나 눈이 녹고 농사의 계절이 돌아왔는데, 그때만 해도 농경사회라 마을사람들이 함께 모여 농사를 짓던 시대였죠. 종부의 일은 한 해 농사의 시작인 모내기 일꾼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모내기를 시작하는 날 아침, 주방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물길어오는 사람, 술국을 끓이는 아주머니, 미역을 씻는 사람 등 부엌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었죠.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었겠어요? 시집오기 전엔 밥도 한 번 안 해먹어 봤는데.”

 종부님은 어깨너머로 마을 아주머니들의 손놀림을 보며 요리를 배웠습니다.

 “식사 때쯤 상을 차려서 논으로 가요. 힘든 모내기로 지친 일꾼들에게 식사를 전해주죠.”


집앞 논

 고된 일에 얼마나 배가 고플까? 종부님은 일꾼들이 음식을 받자마자 허겁지겁 먹을 줄 알았대요. 하지만 일꾼들은 각자의 아내가 건네주는 음식을 두 손 모아 공손히 받은 뒤 가만히 앉아 있었죠. 일꾼의 대표 선군이 일어나 밥 한술을 떠올린 뒤 난 한 가마 엮었소!”라고 외친 후 뒤따라 다른 일꾼들도 나도 엮었소!”라고 외친 뒤 그제서야 밥을 뜨기 시작했다고 해요. 배가 고프지만 농사를 중요히 여기고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 그 안에서 하나되는 마을사람들의 모습에는 경농()사상이 베어있던거죠.

 

 수백 년 전통으로 이어져오는 첫 생일상

 종부님이 이곳에 시집온 이듬해 첫 생일날 아침, 시어머니는 종부에게 독상을 차려주었어요.

 “오늘은 내가 널 위해 밥상을 차렸단다. 많이 먹고 나와 같이 살아다오. 이렇게 일이 많고 어려운 게 종부의 길인데, 내 뒤를 이어준다니 넌 내 자식과 같다. 네가 와줘서 고맙고 든든하다.”

등을 두드리며 생일을 축하해주는 시어머니의 모습에 종부님는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차려주는 연민의 밥상이죠. 또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강력한 연결고리이기도 합니다.”

그날 시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종부님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수백 년 전부터 대대로 종부는 며느리의 첫 생일상을 챙겨주며 부엌의 전통을 이어왔으겠죠? 이것이 세월이 오래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모습, 여재(如在)라고 종부님이 설명해주셨어요.

수백 년을 한 혈연으로 이어온 다는 것은 그 안에 집안의 정신이 담겨있다는 뜻입니다. 이야기가 없으면 그냥 음식에 불과하지만, 이야기가 담겨있고 정신이 베어있으면 전통이 되는 것이죠.”

 며느리 못지않게 사위의 첫 생일을 축하하는 밥상도 특별합니다. 사위의 첫 생일, 장모는 사위 집에 음식을 보내요. 안 그래도 바쁜 잔칫날, 떡을 자르는 칼질마저 번거로울까 하여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송편을 지어 보냅니다. 그 위는 오색찬란한 화전을 만들어 덮는데, 화전의 중심에는 밤이 놓이고 주변을 대추가 장식합니다. 오색빛깔 떡이 만든 태극 모양은 보기만 해도 찬란하죠.

 “밤과 대추는 태양을 의미합니다. 사위가 꼭 태양과 같이 살아달라는 장모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죠. 태극은 하늘·땅·사람을 의미해요. 세상을 이루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달라는 염원입니다. 우리나라는 즐거움을 색동으로 표현하죠. 그래서 떡이 여러 재료로 오색찬란합니다. 평생 남에게 축하받으며 즐겁게 살아주길 바라는 것이죠.”

 장모의 음식에는 일생의 축복이 담겨있습니다. 그 따뜻한 마음이 이 가문의 밥상을 더 맛있게 만들었겠죠?

 “주변을 둘러보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먹거리가 참 많습니다. 저는 새벽마다 들녘에 나가 잡초와 약초, 나물을 캐서 효소를 만듭니다.”

 실제로 식당 안쪽에는 효소를 보관하는 통이 가득 쌓여있었어요.


태양과 땅과 시간의 합작품입니다. 한마디로 자연이 준 선물이죠. 흙은 씨앗이 얼지 않게 가슴으로 품어주고 봄이 되면 새싹이 나와 햇볕을 받고 자랍니다. 이게 바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엄마의 마음이 아닐까요?"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변하지 않고 같은 모습을 지켜가는 것. 그것이 종부님의 음식에 담겨있는 가장 중요한 철학이고, 수백 년의 세월에도 이 가문의 밥상이 변치 않고 이어질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자연이 준 풍족함을 누리며 배불리 먹고, 또한 베풀고 나눠줘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높은 양반집안이었지만, 일꾼 한 명 한 명을 존중하고, 배불리 먹이는데 앞서왔기에 서지초가뜰은 크고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은 수백 년 묵은 간장 못지 않게 깊고 진했어요.

 종갓집 음식은 나눔의 미학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이 준 선물을 이웃에게 나눠 주고 배불리 먹는 것이죠.”

 내 이웃을 돌보고 사랑을 나누며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모습, 그리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고 농부의 마음으로 농사의 법도를 따라가는 삶의 모습이 아름답네요



이심전심 N Talk Editor 조이☆JOY

즐거운 인생을 꿈꾸는 농심 홍보팀 임종익입니다사내홍보를 담당하며 회사 안에 많은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이 회사생활의 큰 재미입니다. 신바람 나는 소식을 여러분께 발 빠르게 전해드리겠습니다개인적으로 음악과 파티를 좋아하며 취미로 DJ를 하기도 한답니다제 이름 종익에서 받침을 빼서 조이(JO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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