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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New Story/Global N

[음식문화 세계일주②]3쾌 충족의 스페인, 1일5식의 나라

이번에는 최근 패션, 음식 등 전분야에 대해서 붐을 주도하고 있는 태양의 나라, 스페인입니다.

스페인은 태양이 넘실대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나라로, 다양한 예술이 골고루 발달된 나라입니다.
이는 무엇을 관찰하고 심각하게 분석하기보다는, 사물의 본질을 보는 직관적 요소가 강한 국민성에 기인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그래서 음식도 정말 예술적입니다.


북유럽의 백야를 뒤로하고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남부 해변도시 세비야, 그리고 마드리드보다 더 유명한 해변도시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지중해 연안의 다양하고 화려한 음식문화를 접하게 됩니다. 함께 떠나보실까요?



15세기 후반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와의 패권의 다툼에서 후발주자였던 스페인은 콜럼버스의 엉뚱한 상상에 모든 것을 겁니다. 그리고 그가 가져온 것은 신대륙 발견 이상이었습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는 신대륙 뿐만아니라 유럽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죠. 바르셀로나는 콜럼부스가 항해를 시작한 곳으로, 그의 동상 밑에 서니 그 역사적인 순간이 떠오르며 그와 같은 '남자의 로망'을 느껴봅니다.
바르셀로나의 또 다른 명물은 가우디의 교회입니다. 1828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8년에도 완공이 힘들다는 대공사에 그들은 세상에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이 혼(정신)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자, 이제 스페인의 음식과 건강 문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스페인은 건강에 가장 중요한 3쾌 - 쾌식, 쾌면, 쾌변이 모두 충족되는 나라입니다.
지중해성 기후로 좋은 포도주에 올리브유를 가진 것 외에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인 덕분에 어패류도 풍족합니다. 또한 신선한 과일과 채소 등 넓은 국토에서 생산되는 무공해 농축산물이 더해져, 그야말로 '쾌식'의 문화를 만들지요. 여기에다 이른바 '씨에스타(Siesta, 오후에 자는 낮잠)' 문화는 오후 2시-4시까지 넉넉히 먹고 쉴 수 있도록 '쾌면'의 조건을 충족하고, 식물성 섬유질과 해산물을 많이 섭취해 '쾌변'까지 가능하다. 그래서 스페인은 평균 수명이 긴 장수국가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 쾌식, 쾌면, 쾌변의 나라 스페인의 여정에서 만난 독특한 음식문화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드리드에서의 첫식사로, 밤 10시경 호스텔 주인아저씨의 강력한 추천 메뉴인 빠에야를 찾아 나섭니다.

빠에야(Paella)는 스페인 남쪽 발렌시아 지역의 전통 음식이죠. 얇고 평평하며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프라이팬을 사투리로 ‘빠에에라’ 라고 부른 데에서 유래하며, 오늘날 이를 활용한 쌀요리를 가리켜 ‘빠에야’라고 부릅니다. 빠에야는 노란색의 비싼 향신료 사프란(Saffron)으로 쌀을 물들이고, 해물, 야채, 고기류 등 부가재료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구요. 한국의 철판해물볶음밥과 비슷합니다. 발렌시아 고유의 쌀은 한국의 쌀보다 크고 두툼한데, 흡수력이 높아 함께 볶는 재료의 맛을 내기에 좋지만 질어지기 쉽기에 약간 설익게 짧게 요리한다고 하네요. 매콤한 소스와 각종 해물의 조화로 올리브오일로 볶은 빠에야는 북유럽에서 넘어온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마드리드 일정을 마치고 세비야로 가는 열차를 예약하러 찾아간 아토차역에서 여행 초기 첫 위기에 봉착합니다. 열차 예약을 해주던 역무원의 실수로 우리가 지불한 20유로를 받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이에요.
30분이 넘게 실랑이가 이어졌어요. 결국 직원의 실수로 확인... 그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죄하더니,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려는 모습이었죠. 그냥 20유로 더 주고 끝낼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아시안 배낭족을 낮추어보는 서양인들을 상대로 당당히 진실을 주장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스페인 남부의 세비야는 특유의 해양 기후로 한낮에 45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더위 때문에 아직도 씨에스타가 존재하는 곳입니다.

한국에서 비즈니스 미팅으로 만났던 보르다스와 하비의 소개로 스페인의 건강한 식문화를 체험했습니다.


세비야에서 체험한 시푸드의 세계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2시부터 4시까지는 길고 화려한 점심을 즐깁니다.
전채요리로 마늘과 올리브 열매를 절인 것이 풍성히 나오고, 돼지 뒷다리 2개를 잘라 생으로 소금에 절여 오랫동안 숙성시킨 후 얇게 잘라 먹는 하몬(Jamon)과 지중해에서 잡힌 신선한 안쵸비(Anchobi, 멸치)를 튀기거나 삶은 요이를 올리브유와 마늘을 이용해 만든 아이올리소스에 찍어 먹으며 화이트 와인으로 시작합니다. (이 안쵸비 튀김은 메인요리인 두툼한 생선살보다 더 기억에 남는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원한 레몬샤베트로 소화를 돕습니다.

수프는 생선과 토마토, 마늘, 올리브 등이 혼합된 차가운 정통 수프인 가스파쵸(Gazpacho)를 먹는데, 한낮의 기온이 40도를 넘는 이곳의 기후가 반영된 음식문화입니다. 듬뿍 들어간 마늘과 토마토의 시원한 맛으로 여름에 제격이며, 우리의 입맛에도 잘 맞습니다.

주메뉴로 작은 생선으로 면과 같이 가늘게 뽑은 요리와 각종 어패류, 새우를 얇게 편 해물과 아이올리소스를 듬뿍 올린 생선요리를 맛봅니다. 이거 잘 만들어내면 엄청난 면요리가 되겠죠~ 스페인은 우리만큼이나 마늘을 많이 사용하는데, 아이올리소스는 은은한 마늘향이 느끼하지 않은 시원한 맛의 일품 소스였습니다.

마지막 코스는, 이곳에서도 귀하다는 산딸기와 오렌지로 만든 디저트입니다. 한국에는 복분자라는 산딸기로 만든 술이 정력에 좋다는 이야기를 꺼내니 다들 한바탕 웃습니다. 요리의 맛을 돋워주는 2종류의 화이트와인으로 시작, 마지막은 강한 맛과 단맛과 함께 노란빛을 내는 스페인 전통주(이름이 뭐였더라?)로 마무리합니다.


왜 이렇게 점심식사가 화려할까요?? 바로 자연과 환경이 사람, 그리고 음식과 어우러졌기 때문입니다.

한낮의 세비야는 40도를 넘는 폭염으로 거리에서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무더위는 화려했던 17세기의 스페인 귀족의 식문화에 영향을 주었죠.
아침은 간단히, 점심은 가장 화려하고 길게, 저녁은 안주와 함께 간단히 즐기는 타파스(Tapas) 형태,
그리고 이 식사들 사이에 2번의 간식을 즐기는, 1일 5식의 식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충분한 식사시간을 확보해주는 고마운 문화지만, 스페인의 기후에서 시작된 낮잠문화, 씨에스타(Siesta)는 그들의 부유한 자원에 비해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큰 요인 중의 하나란 생각이 듭니다. 저희도 이 씨에스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피해자(?)였습니다. 한국에서처럼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생략하고 점심 때의 맛난 스페인 해산물을 기대하며 비지니스 미팅을 했던 우리는, 쫄쫄 굶다가 오후 2시가 돼서야 식당으로 이동했으니까요. 하지만 스페인의 점심식사는 그 모든 기다림을 충분히 채우고도 남았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보르다스씨는 이런 씨에스타 문화를 매우 싫어한다 합니다. 씨에스타는 사라져가는 방식이라고 이야기하며, 이에 비해 아시아의 집중력있는 업무방식과 생활문화를 부러워하더군요.

결국 스페인의 쾌식과 쾌면, 쾌변의 문화는 자신들이 처한 자연과 환경을 잘 활용하는 지혜 속에서 탄생한 것이라는 점을, 새삼 깊이있게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이제 점차 씨에스타가 사라지면, 이 화려한 점심식사 문화는 어떻게 될까요?? 어찌 보면 우리 한국의 음식문화와 삶의 방식도 우리가 처한 기후, 자연, 역사, 환경 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이는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 음식문화의 현주소와 미래는 어떻게 나아가게 될까... 이것이 바로 스페인과 세계 여행이 제게 남겨준 즐거운 숙제입니다. 다음 여행기도 기대해주세요!

김선호 과장 (음식문화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남미의 우유니 소금호수에서의 사진입니다. 인간의 눈은 많은 착시를 하죠. 보기에 따라, 마음가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보이는 것이 삶인 듯합니다.
안녕하세요. 농심 전략경영실 음식문화원에서 일하고 있는 김선호입니다. 농심 연구소로 입사해 소재, 바이오식품, 건강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뜻한 바가 있어 전세계 음식문화를 주제로 1년간 세계 일주를 했던 것을 계기로 좀더 넓은 방면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원 출신의 전문지식과
전세계 음식문화 체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블로그에서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