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떡볶이를 좋아합니다.
집에서 가끔 해먹곤 하는데 꼭 넣는 재료가 부산오뎅, 양배추, 깻잎, 그리고 굴소스입니다.
굴소스를 약간 넣어야 제 맛이 나거든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께서 굴소스는 ‘화학조미료 성분’이 많다고 버리라고 하시더군요. (박사학위도 집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요즘 장보러 가면 눈에 많이 띄는 글자가 ‘無’ 입니다.
‘무(無)첨가’
뭘 넣지 않을수록 좋은 식품이 되는 걸까요?
식품에 첨가하는 식품첨가물은 ‘첨가’하지 않을수록 좋은 것인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품첨가물이란?
우선 식품첨가물의 정의부터 찾아보았습니다. 식품첨가물을 관리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이하 식약청) 홈페이지에 가보니 이에 대해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http://fa.kfda.go.kr)
고로 식품첨가물의 사용 목적은
첫째, 식품을 만들기 위해
둘째, 식품을 보존하기 위해서이군요.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식품을 보존하고 가공하기 위해 애를 써왔습니다.
예를 들면 고기나 생선을 ‘훈제’하여 햄, 소시지, 훈제 생선 등을 만들기도 하고, 소금을 뿌려 ‘염장’이라는 방법으로 식품을 오랜 기간 보존했습니다. 또한 치자 등 천연 식물의 열매나 잎, 꽃을 사용하여 음식에 예쁜 색과 향을 첨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간수’라는 식품첨가물이 없으면 웰빙 식품의 대명사 두부를 만들 수가 없지요.
간수를 포함하여 소금, 설탕, 알코올, 고추, 설탕, 간장 등이 모두 우리 조상들이 식품을 보존하고 가공하기 위해 사용해 온 ‘식품첨가물’입니다.
식품첨가물의 종류
요즘은 식품산업이 발달하고 다양한 식품들이 개발되면서, 새로운 식품첨가물들이 지정, 추가되고 있습니다.
식품첨가물은 그 역할과 사용 목적에 따라 다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두부에 사용되는 간수처럼 첨가물이 없으면 식품을 만들 수 없는 것
2. 식품의 보존성을 높이거나 식중독을 예방하는 산화방지제 또는 보존료
3. 기호성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착향료나 조미료
4. 비타민이나 아미노산, 미네랄처럼 식품의 영양가를 높이거나 유지시키는 것
그렇다면 우리 주위에는 얼마나 많은 식품첨가물이 있는 걸까요?
이 역시 식약청 홈페이지에 가보니 다 볼 수 있네요. 우리나라에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공전이 있고 여기에 식품첨가물의 사용 기준과 규격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품목별 규격 및 기준을 보니 식품첨가물은 가)화학적첨가물, 나) 천연첨가물, 다) 혼합제제류, 그리고 착향료로 구분되어 있군요.
2008년 8월 현재 우리나라 식품첨가물공전에 등록되어 있는 식품첨가물은 화학적첨가물 426개 (아래 그림을 보세요^^), 천연첨가물 202개, 혼합제제류 7개, 그리고 착향료 1834개, 이를 다 합해 보니 총 2469개(!)입니다. 정말 생각보다도 더 많습니다.
많기도 많지만 이름도 어려워 사실 이게 뭔지, 어디에 사용하는 건지 알기가 힘듭니다. 2469개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이름을 죽 읽어나가다 보니.. 어라~ 낯익은 이름들이 꽤 많이 나오던걸요?
16번 구연산, 어… 이건 매실 같이 새콤한 과일에 많아 몸에 좋다던 그 구연산. 28번 글리신, 어… 이건 아미노산, 36번 니코틴산, 이건 콜레스테롤 낮추는데 좋다는 비타민. 그리고 70번을 넘어가니 거의 다 비타민이네요.
그리고 밤샘할 때 피로회복용으로 자주 먹는 ‘박O스’의 주성분인 타우린도 257번 식품첨가물로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식품첨가물공전을 보면서 깨닫게 된 놀라운 사실은 이것입니다.
식품첨가물 중 상당 부분이 비타민, 미네랄, 아미노산, 식이 섬유소 같은 영양성분들, 혹은 몸에 좋다고 하는 기능성분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착향료에 가서는.. 사실 좀 어렵습니다.)
식품첨가물, 먹어도 괜찮을까?
식품첨가물은 안전성이 입증된 것만 식약청에서 사용을 허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식품에 사용되는 첨가물은 나라에서 허가한 것만을, 허가량 한도 내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동물실험 결과(인체 대상으로 실험할 수는 없으니깐요),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양의 1/100을 ‘1일 섭취 허용량’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식품첨가물이 안전한가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일본사람이 식품첨가물 사용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쓴 책도 읽어보았습니다. 거기에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식품첨가물 개개의 1일 섭취 허용량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여러 식품첨가물들을 함께 먹어서 나타날 수 있는 안전성 문제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 그렇군요.. 이 생각은 미처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또 식약청 홈페이지를 뒤져보았지요. 그랬더니 이미 이런 것들에 대한 안전성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안심.
그런데 우리는 그래도 뭔가 불안한 마음을 씻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원래 식품첨가물의 조건은 첫째, 사람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없는 것, 둘째, 식품에 첨가되어 소비자에게 이점을 주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한편에서는 식품첨가물이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화학 독극물 비슷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같아요.
이렇게 된 것은 식품첨가물이 아토피의 주범이라는 이야기의 역할이 큰 것 같습니다.
2006년 이에 관한 언론 보도로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던 적이 있죠.
그래서 식약청에서는 문제시 되었던 식품첨가물 7종(식용색소 적색 2호와 적색 3호, 황색 4호, 황색 5호, 차아황산나트륨, 안식향산나트륨, 글루탐산나트륨)과 아토피 피부염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서울대 의대 등에 요청해 이에 대해 연구를 수행했고, 그 결과 ‘식품첨가물 7종은 아토피피부염과 직접적인 상관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없었음’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언론에서 다시 한번 이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했고...
결국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 더 헷갈리는 가운데 여하튼 식품첨가물에 대한 의혹은 더 커져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홍경희 수석연구원 (연구개발실) | ||
연구개발실 홍경희입니다. 영양학을 공부하며 건강한 가공식품을 만들어국민 건강에 기여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품고 농심에 입사한 지 1년 반이 되었네요. 현재는 제품 영양설계를 담당하며 어떻게 하면 농심 제품의 영양가를 높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먹고 잘살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식품회사에 들어와보니 밖에서 막연히 보던 것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회사 안팎의 이야기를 앞으로 소소히 풀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