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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겨울. 따끈하게 김이 솟아오르는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길거리 포장마차의 어묵 국물도 좋고, 시장통 할머니 국수도 좋지만, 겨울이면 생각나는 것은 바로 매끈한 면발의 ‘우동’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리면 꼭 한 그릇 먹어야 할 것 같은 국민 음식 우동의 매력을 집중 분석해 본다. 
글. 김한송 7Star Chef팀 요리사


<2013.12월 사보 '농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따뜻하게 먹는 국수, 우동


우동은 뭐니뭐니해도 긴 여행 중 기차역이나 휴게소에 잠시 들러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며 먹는 맛이 최고다. 이렇게 뜨겁게 먹어야 제 맛인 우동은 그 이름에서도 자신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다. 일본어인 우동을 한자로 쓰면 '온돈'이라고 하는데, 바로 따뜻하게 먹는 국수라는 뜻이다. 우동이라는 이름은 8세기경 중국에서 건너온 만두 '곤통'이 '온돈'으로 표기되어 '운동'을 거쳐 '우동'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동의 유래는 9세기 당나라로 유학을 갔던 홍법대사 구카이(空海)가 밀 다루는 법과 우동 제법을 익혀와 자신의 고향인 사누키 지방을 중심으로 퍼뜨렸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에서 사누키 우동이 유명한 이유는 이처럼 우동의 발상지를 사누키 지방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우동은 에도시대에 들어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였는데, 특히 관서 지방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사카와 교토 지방에서는 늦은 저녁 포장마차를 끌고 다니며 팔던 '요나키(夜啼) 우동'이 유행하기도 하였다.




▶ 우동의 시초, 사누키 우동


일본에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우동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사누키[讚岐]' 우동이다. 사누키는 일본 시코쿠 지방의 가가와현의 과거 명칭으로, 우동의 발상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곳이다. 이 지역은 강수량이 적어 벼농사를 짓기에 힘들었기 때문에 예부터 밀을 많이 재배하였는데, 그것이 굵은 밀가루 면발의 국수인 우동이 특화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일본 영화 <우동>의 내레이션에는 "1,250만이 사는 도쿄에 맥도널드 점포가 500여 개 있는 데 반해 인구 100만인 가가와현에는 우동집이 900개가 넘을 정도로 그곳 사람들은 우동을 사랑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본에서 사누키 우동의 사랑은 꽤 열정적이다.


과연 사누키 우동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매끈하고 쫄깃하면서 차진 면발에 있다. 사누키 우동을 먹고 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면발이 '떡'처럼 쫄깃하고 찰기가 넘친다고 표현한다. 이런 면발의 비결은 현지에서 생산한 밀가루와 물, 천일염만으로 반죽하고 장시간 발로 밟아준 뒤 숙성시키는 데 있다. 사람 체중으로 반죽을 밟으면 기포가 없어지고 반죽의 탄력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여름에는 물과 소금의 비율을 1:3 정도, 겨울에는 1:6 정도로 하여 계절에 맞춰 소금과 물의 양을 바꿔가며 최고의 탄력을 만들어낸다.
현지 사람들은 보다 탱탱한 면발을 즐기기 위해 사누키면을 삶아낸 뒤 찬물에 씻어 간장만 뿌려서 먹기도 한다.




▶ 천의 얼굴, 우동


일본에서 우동의 인기는 '우동 박물관', '우동 학교'가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 우동 학교에서는 직접 발로 밟아 반죽해서 사누키 우동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코스가 있으며 우동 박물관에는 전국에서 온 수십 종류의 이색적인 우동을 맛볼 수 있다. 특히 10cm 넓이의 납작한 면발이 특징인 히라카와 우동은 군마현을 대표하며, 와카야마현에서 온 매실이 들어간 우에 우동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도치기현의 마이오케 우동은 사람의 귀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색다른 우동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간토 지방은 우동에 떡을 넣는 지카라 우동이, 닛코 지방에서는 굵은 면에 타마리 간장을 넣어 먹는 이세 우동이 유명하다. 한국의 분식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우동에는 튀김 부스러기가 올라가 있는데 이는 '타누키' 우동이라 부른다. 유부를 올린 것은 '키츠네'라고 부르며 튀김과 튀김 부스러기를 모두 올린 것은 '무지나'라고 부른다. 그 밖에도 간장을 올려 먹는 쇼유 우동, 냄비에 끓여낸 나베야키 우동, 국물에 면만 담가 먹는 스우동 등이 있는데, 말 그대로 천의 얼굴을 가진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 농심 '생생우동'



"국물이 끝내줘요!"라고 말한 모 여배우의 CF가 방영된 직후 전국적으로 우동 열풍을 일으켰던 주역은 바로 농심의 '생생우동'이다. 1995년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를 끌어온 생생우동은 제품 개발 당시 농심의 연구원들이 소문난 우동집이 있다면 해외까지 찾아가 맛을 보며 맛있는 우동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생생우동은 가쓰오부씨와 멸치로 육수 맛을 냈다. 스프를 액상으로 만들어 육수 맛을 최대한 살렸으며 조리 과정을 거쳐도 국물 맛이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면발은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면 스타일이다. 전통적인 우동 제조 기법을 기술화해 탱탱하고 부드러운 우동 가락 고유의 식감을 살려내었으며 조리 시간도 건면에 비해 짧아 2분 정도로 손쉽게 우동 맛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