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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서민들이 즐겨 먹던 간식은 서역에서 온 게 많다

호국사거리, 먼쾅후통, 구먼샤오츠의 먹거리 여행

 

 


 

베이징에 6년 살면서 온갖 먹거리를 먹었다. 수도이기에 전국의 수많은 먹거리가 다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길거리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리라는 말을 가장 가깝게 번역하면 샤오츠(小吃)이다. 흔히 간식이라고도 하지만 서민들은 값싸게 끼니를 때울 수 있다면 그게 곧 주식이기도 하다. 베이징에서 샤오츠로 유명한 거리나 식당 3곳을 차례로 찾아가 보자.




시내 서성구(西城区)에는 원나라 시대 건축된 호국사(护国寺)가 있다. 지금은 베이징에서 샤오츠를 파는 대표적인 거리이다. 가게 이름도 호국사샤오츠(护国寺小吃)다. 메뉴 판은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면이나 과자, 떡 등이 많다. 간식도 분류가 있어서 굽거나 부치는 락식(烙食), 볶은 초채(炒菜), 면과 뜨거운 국물이 있는 열류식(热流食), 찬 음식인 양류식(凉流食), 새해에 먹는 떡이나 과자인 연식(年食), 밀가루를 쪄서 만든 정식(蒸食)으로 나눈다.


왼, 오른 위 <간식가게, 호국사샤오츠(护国寺小吃)와 메뉴 판> 오른 아래<간식판매 모형>


이 가게에는 회면(烩面)을 판다. 고기와 시금치 등 채소를 넣고 국물이 풍성하고 면발은 넓은 잡탕 면이다. 고기는 주로 양고기 또는 소고기를 넣는다. 식성에 따라 고르면 되는데 양고기를 넣은 회면의 국물 맛이 훨씬 구수하다. 중국의 면 요리 중에서 우리나라 辛라면 국물 마시듯 마실만한 것은 많지 않다. 회면은 면발보다는 국물 맛에 장점이 있다. 돼지고기를 면 요리에 쓰지 않는 전통은 오랫동안 면을 주식으로 사용하던 민족과 깊이 관련돼 있다. 회교도들의 음식전통이 중국 중원에 전해지는 경우이다.




이렇듯 호국사 거리에는 베이징 13절이라 불리는 간식이 있다. 서태후도 좋아했다는 베이징 간식들은 서역에서 온 것이 많다. 청나라 시대부터 서민들의 간식을 대표하는 것으로 아이워워(艾窝窝)가 있다. 찹쌀을 찐 후 설탕처럼 단 소를 넣고 참깨를 섞어 동그랗게 만드는데 찹쌀떡과 비슷하다. 원래 베이징에 전해지기 전 서역 위구르족의 전통 간식이다.


왼쪽 <북경13절 간식> 오른쪽 위 <양고기 회면(烩面)> 오른쪽 아래 <아이워워(艾窝窝) 민화>


청나라 건륭제는 위구르족 출신의 비를 강제로 얻었다고 전해진다. 비는 궁에 온 이후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자 어선방은 고향에 있는 비의 남편을 불렀다. 남편이 만든 고향 맛의 간식을 먹고 남편이 온 줄 알았다. 비가 맛있게 먹자 떡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남편은 자기 이름 아이마이티(艾买提)를 따서 아이워워라고 대답했다. 워(窝)는 어떤 것 속에 들어간 모양을 뜻하며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남편의 정성이 숨어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겠다.



비슷한 유래는 또 있다. 뤼다굴(驴打滚)은 당나귀가 데구루루 구르는 모양을 의인화한 말이다. 기장쌀을 동그랗고 길게 김밥처럼 말아서 소를 넣고 콩가루를 묻힌다. 콩가루 떡이라고도 하는데 역시 청나라 건륭제 비를 위해 만들어졌다. 베이징 서민들에게도 퍼졌고 지금은 포장까지 깔끔한 궁중식품 어식(御食)이란 브랜드를 달고 팔리고 있다.


왼쪽 위 <아이워워(艾窝窝)> 왼쪽 아래 <뤼다굴(驴打滚)> 오른쪽 <거리판매, 어식원(御食园)>


역사적으로 건륭제의 위구르족 비는 향비(香妃)이다. 태어날 때부터 몸에 신비한 향기가 나온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황제는 향비를 위해 고향 간식을 만들라고 했고 이슬람 사원도 짓는 등 환심을 사려 했지만 끝내 마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위구르족은 영웅으로 향비를 칭송하고 있다. 덕분에 중국 간식을 더욱 풍부하게 한 공로를 인정할 만하다.



호국사 거리는 전국의 각종 요리가 다 집합해 있다. 간식 외에도 각종 지방 요리가 많다. 하지만 전통적인 요리를 간직한 식당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호국사 외에 간식거리로 유명한 곳은 먼쾅후통(门框胡同)이다. 베이징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거리인 다스(大栅栏) 거리 한가운데 골목으로 들어가면 두세 명 정도 겨우 지나다닐 만한 좁은 길이 있다.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지만 수도에 얼마 남지 않는 전통적인 먹자골목 중 하나다.


왼쪽 <먼쾅후통(门框胡同) 골목> 오른쪽 위 <찹쌀경단, 마퇄(麻团儿) 가게> 오른쪽 아래 <청진(清真), 바오두펑(爆肚冯)>


부꾸미 같은 젠빙(煎饼)도 부치고 러우빙(肉饼)도 튀기고 옥수수도 찌고 감자도 볶는다. 구수하기도 하고 매워서 눈이 따갑기도 하다. 러우빙을 파는 가게에는 동그랗게 생긴 마퇄(麻团儿)도 있다. 찹쌀(糯米)을 반죽해 깨를 입혀 기름에 튀긴 것으로 깨를 묻힌 경단이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골목보다 더 샛길이 나온다. 베이징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민적인 음식점인 바오두펑(爆肚冯)이 있다. 바오두는 소와 양의 내장을 재료로 만든 요리로 청나라 말기부터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서역에서 온 회교도들의 전통음식이다. 펑씨의 바오두 가게 간판에 회교의 상징인 청진(清真) 두 글자가 선명하다. 내장을 깨끗이 씻어 갖가지 재료로 만들어내는 바오두는 샤브샤브 형태로도 먹는다. 이를 수이바오(水爆)라고 하는데 글자를 뜯어보면 '물이 폭발'한다는 말이다. 내장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먹어보면 꽤 강렬하고 먹을만하다.

이 거리에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가게들이 도시화 때문에 많이 사라졌다. 이곳에 있던 가게 12곳이 모여 식당을 차렸다. 베이징의 아름다운 호수 공원 스차하이(什刹海)에 있는 구문샤오츠(九门小吃)가 바로 그곳이다. 베이징 전통가옥인 사합원을 개조해 만든 구문샤오츠에 가면 약 300여 종의 먹거리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왼쪽 위 <구문샤오츠(九门小吃) 입구> 왼쪽 아래 <구문샤오츠(九门小吃) 메뉴판> 오른쪽 <구문샤오츠 간식>




바오두펑 외에도 기장가루를 걸쭉하게 죽처럼 쑨 면차(面茶)를 파는 차탕리(茶汤李), 앞서 말한 뤼다굴이나 아이워워를 비롯해 각종 떡을 파는 넨가오첸(年糕钱), 찐빵 속에 양고기를 넣은 햄버거 같은 훠샤오자러우(火烧夹肉)를 파는 위에성자이(月盛斋), 수제비처럼 생긴 밀가루 반죽과 야채를 넣고 볶은 차오거다(炒疙瘩)를 파는 언위엔쥐(恩元居), 순두부에 콩 국물을 넣고 양념을 한 더우푸나오(豆腐脑)를 파는 시청자이(西域斋) 등 옛날 먹거리의 품격을 유지한 가게들이 모여 있다.


왼쪽 <구문샤오츠에서 판매하는 간식> 오른쪽 <두리안 튀김, 자류렌(炸榴莲)>


구문샤오츠에서 맛본 간식 중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게 있다면 단연 자류렌(炸榴莲)이다. 열대과일 두리안을 튀긴 것이다. 냄새가 지독하기로 악명 높지만, 맛으로 정이 들면 생과일로도 꽤 인기 있고 영양도 풍부하다. 당연히 궁금해서 얼른 샀다. 튀김이 지닌 맛과 두리안의 상큼하면서도 은근한 내음이 섞여 국적 불문의 맛이지만 그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경험이다. 이렇게 구문샤오츠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맛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