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 n Talk

깔끔 담백 손국시

 

 

 

오늘 이 집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는가? 심정적으로는 충분한 자격이 있는 집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가서 인터뷰해 보니 기대했던 어떤 드라마틱한 요소가 없었다. 매번 가게마다 그런 기대를 하고 시작은 하지만… 매번 충족시킬 수는 없는 거. 쳇! 결국, 10년 전에 시작된 이 집에 대해 내 기억 깊숙이 있던 감정을 흔들어 깨워 세심하게 다시 줄을 세울 수밖에…  이 집과의 처음 인연은 내 작업실이 가까운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매일 같이 들러 여름에는 콩국수, 겨울에는 수제비 혹은 칼국수를 먹곤 했었다. 이젠 멀리 떨어져 있지만, 문득문득 이 집이 생각나는 이유는 단순히 옛 추억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맛이 강력하게 중독성이 있는 집이었나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소개하는 집들의 선정기준을 앞 번에도 언급했었지만, 음식점으로서 맛은 기본이요 맛 이외의 그 집이 아니면 안 되는 그 무언가에 주목한다고 했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내게 가끔 생각나게 하는 그 무언가가 무엇인가를 따져나가 보기로 했다.

 

 


이 집에 대한 정의는 바로 "담백함"이다. 맛도 그렇고 가게 분위기도 그렇고 그 속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그렇고…  단골로 매일 드나들 때도 늘 주방에서 직접 일 하는 이 가게주인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번 인터뷰 덕분에 드디어 직접 대면을 하고 얘길 나눌 기회를 잡았지만, 그분 역시 담백함에서 벗어나지 않는 분이라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논현동 손국시집 간판과 식당 입구>

(이 집은 평소에도 사람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한적한 곳에 있다. 메뉴를 간판처럼 만들어 지금도 이 집 이름이 혼란스럽지만, 이 집 국수의 원류는 경북의 칼국시에서 비롯된 만큼 "손국시" 집이 진짜 이름이다.)

이 집은 입지 조건이 좀 독특하다. 주변이 칼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동네에 떡 버티고 있다. 건물 옆에 유명 한정식 집이 있긴 하지만 그 외 근처에 별로 식당이 없는 매우 한적한 골목이지만 바로 근처 찻길만 건너면 도산공원 앞인데 가게마다 화려한 메뉴를 자랑하는 식당이 즐비한 곳이다. 수 없이 세워졌다 얼마 못 가서 사라지는 그런 곳에서 화려한 가게들에 보란 듯이 20년간이나 버텨낸 집이다. (1994년 오픈)

 

 

 

<국수반죽 밀기>

(일일이 손으로 다 하다가 이제 힘에 부쳐 최근에야 반죽을 펴는 작업은 기계의 힘을 빌리고 있다.)

 

 

 

<국수 썰기>

(그래도 아직 칼질은 일일이 사장님 혼자서 직접 손으로 하고 있다.)

 

 

 

사장님 첫 대면에 탤런트 차화연씨 닮았다고 했더니 굉장히 무안해 하시던데, 내겐 사장님보다 더 낮익은 종업원 아주머니께서 8년이나 같이 근무하고도 오늘 처음 알았다며 내 말에 수긍하셨다. 웬만하면 주인은 좀 편한 계산대나 홀에서 손님이나 응대하고 힘든 일은 주방일은 직원에게 맡길만 한데도 아직도 직접 반죽하고 뜨거운 불 앞에서 직접 면을 삶아 내신다. 인터뷰 도중에도 손님이 들어오면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 반죽을 하고 칼로 썰고 삶아 내 온다. 그렇게 20년간 직접 뜨거운 불 앞에서 힘들게 일하는데도 곱고 단아한 사장님. 카메라를 한사코 피하시는 바람에 담지를 못해 아쉽다.

 

<칼국수용 육수>

(이게 이 집의 국수 맛을 좌우하는 비장의 육수다. 간단하게 그냥 쇠고기 살코기만 우려낸 물에 된장으로 간을 했다는 얘기 외에는 비밀이라 신다.)

 

 

 

<칼국수 삶는 과정>

(미리 우려낸 육수에 단지 호박만 넣고 끓일 뿐이다. 하나는 수제비용, 하나는 칼국수용 냄비)

 

 

 

<완성된 칼국수>

(고기 우려낸 물에 된장으로 간을 해서 국물이 옅은 갈색을 띤다.)

 

 

 

<양념장을 곁들인 칼국수>

(자극적인 맛을 좋아한다면 양념장을 곁들인다.)

 

이 집 칼국수의 육수는 주변에서 흔치 않게 쇠고기 살코기를 우려 된장으로 간을 맞춘 것이다. 시중에는 흔히 멸치 육수의 칼국수가 보편화한 경향이 있지만, 이 집은 "손국시"라는 간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경북지방의 칼국시 조리법을 원류로 삼고 있다. 칼국시는 경상도 사투리에서 나온 말로 이젠 안동 칼국수라는 말이 보통명사화되어 버렸지만. 원래는 경북 양반가에서 손님을 접대할 때에 내는 음식으로 비록 국수라고는 하지만 든든한 한끼의 식사로 손색이 없게 고기 국물에 끓여내던 것이 전통 조리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골육수, 닭육수 기반의 것들에 비해 구수한 맛은 좀 덜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뒷 끝이 깔끔한 맛은 한결 더 낫다고 할 수 있고 된장이 자칫 고기에서 나올 수 있는 잡냄새까지 잡아준다. 따라서 국물 색도 희거나 맑지 않고 옅은 갈색을 띤다. 몇 년간 매일같이 다녀도 음식 맛이 변화가 없고 한결같은 것이 이 집의 큰 장점이다. 면은 밀가루에 특별히 뭔가 첨가하지 않아 매우 부드럽고 잘 넘어간다. 참고로 우리가 관광지, 특히 바닷가 같은 곳에 가서 먹는 바지락 칼국수 같은 면들은 가게에서 직접 반죽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고 국수공장에서 일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면은 거의 같은 식감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다른 재료를 넣어 쫄깃함도 유지되는 것이고.

 

 

 

<좁쌀밥과 김치>

(좁쌀이 섞인 밥이 기본으로 제공되고 김치가 가히 명불허전이라 할만하다.)

 

일반 칼국숫집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좁쌀을 섞은 공깃밥이 기본으로 따려 나오는 점도 이 집 만의 큰 매력이다. 역시 밀가루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는 허전함을 이 작은 공깃밥이 잘 메워준다. 명동의 M칼국숫집도 조밥이 따려 나오다가 언젠가부터 손님이 주문해야지만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아마 먹지 않고 남기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럴 것이라 짐작한다. 요즈음은 해외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그들과 함께 긴 줄을 서서 기다리게 된 이후 발길을 끊은 지 오래됐다.


또 하나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이 매일 담근다는 이 집 김치다. 또 언급하게 되는데 명동의 M의 김치와 제법 유사하긴 한데 그 집처럼 먹고 나서 속 쓰리다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자극적이지는 않다. 아트디렉터로 아지노모토와 오랫동안 같이 일하던 일본인 클라이언트와 같이 몇 번 이 집을 다녀간 일이 있었는데 김치를 극찬하며 따로 사가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여의도 백화점 지하에 콩국수로 일가를 이룬 “진주집” 김치가 원래 매우 유명한데 이 집도 거기에 버금간다고 할 만하다.

 

 

 

<식당 내부와 메뉴판>

(메뉴가 단 3가지다. 그나마 여름을 제외하면 단 두 개의 메뉴로 20년을 장사했다. 한가한 시간에는 사장님과 8년을 같이한 종업원 아주머니 단 두 분 뿐이고 바쁜 점심시간에만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몇 분 더 계시는데 나는 항상 점심시간이 끝나고 붐비지 않을 때에 주로 다녔기에 쉬면서 즐겁게 담소하는 아주머니들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사장님께서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하셨는데 내가 또 좀처럼 잘 물러서는 편이 아니라 설득은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기사가 실린다고 TV처럼 갑자기 손님이 몰려와서 힘들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했는데… 이게 잘한 건가? 단출한 단 3가지 메뉴 (여름을 제외하면 칼국수, 수제비 단 2가지) 외에 어떤 장식도 일절 없는 실내, 언제나 밝고 화기애애한 직원들 분위기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분위기, 깔끔 담백한 음식, 단순한 음식이지만 본인이 하는 업에 대한 개념이 분명해 보이는 사장님. 그 외에 또 무엇을 바라리오

 

 

"사장님, 이 가게를 시작한 특별한 계기라도 있으십니까?"


"친구 둘과 같이 시작했는데 친구들은 소일거리로 시작했고 그래서 친구들은 곧 그만두고 돈이 절실했던 나는 계속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뭐 이보다 더 깔끔하고 진솔하고 담백한 답이 어디 있겠나.

 

 

 

 

 

 

 

 

 

 

  1. 이경재 2014.11.27 17: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