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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바다의 진미 전복국수 먹고 황제처럼 즐겨보자 - 산동 위해 동물원과 온천 그리고 해산물 뷔페

바다의 진미 전복국수 먹고 황제처럼 즐겨보자

산동 위해 동물원과 온천 그리고 해산물 뷔페

 

 

 

인천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뱃길은 12시간이다. 산동 동쪽 위해 시 석도 항까지 밤새 달려 아침에 눈을 뜨면 다다르니 꽤 가깝다. 석도 항에서 20분만 가면 그 옛날 해상왕 장보고도 바다를 주름잡기 위해 전초기지를 세운 적산법화원도 눈앞에 보인다. 신라인이자 외국인 장보고를 기리는 기념관도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드라마 <해신> 장보고 대신에 산동 바다 사람들의 전설이자 수호신 적산명신 동상은 높이가 거의 60m에 이르기도 하지만 산 정상에 위치해 더욱 웅장해 보인다. 진시황이 다녀갔다는 성산두에서 바라보면 한반도도 보일지 모른다. 위해 시 일대는 온통 바다와 무관하지 않다.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이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장보고 기념관(왼쪽 위), 적산명신(왼쪽 아래), 인천-석도 페리호(오른쪽)>

 

 

 

산과 해변을 따라 만든 동물원은 아마 중국에서 가장 넓다고 할 만 하다. 바다는 물론이고 하늘을 날고 땅을 질주하는 온갖 동물이 난무한다. 호랑이 사자 늑대는 물론이고 귀여운 동물들, 알록달록한 새들은 아이들에게는 책이나 꿈속에서나 봤던 모습이다. 바다를 그대로 흡수한 공간에는 물개가 자연스레 헤엄쳐 다니기도 한다. 거북이는 장수와 재물의 상징이니 등 위로 돈도 쌓인다. 엄청난 인파가 몰리니 수익도 천문학적이고 해마다 바다를 따라 동물원도 커지고 동물 개체도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큰 사파리를 만들어낼지도 모르겠다.


동물원에서 가장 경악할 일은 불쌍한 닭이다. 동물원에 닭을 파는 이유는 그야말로 인간의 잔인함을 무기 삼아 장사를 한다는 데 있다. 한 마리에 50위안(9,000원), 치킨 1마리 값도 되지 않지만 불쌍한 먹이이다. 호랑이와 사자의 밥으로 팔리는데 사람들의 환성과 고함까지 들으면 다시 오고 싶지 않다. 바다 물개에게는 꽁치 한 접시를 10위안에 팔기도 한다.

<호랑이>와 <거북이>

 

 

 

해산물의 땅이라 어패류를 먹으려면 석도에서 가장 큰 호텔 1층에 있는 해산물 뷔페로 가면 된다. 1인당 118위안, 약 2만 원이면 술과 음료까지 포함해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 바지락 같은 낯익은 것도 있지만 이름도 모를 조개가 약 20여 종이나 되고 오징어와 게, 꼴뚜기 등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풍성하다. 양고기, 소고기도 있고 채소나 버섯도 매우 많다. 살짝 양념이 된 국물에 샤브샤브로 먹는데 '황제 만찬'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중국 요리도 많고 없는 게 없지만, 마음껏 먹는 해산물만으로도 행복하다.

 

비싼 생선은 따로 추가 주문해야 한다. 잉어는 1근(500g)에 28위안 정도다. 회를 떠주면 좋겠지만, 중국 사람은 대체로 삶거나 굽고 튀기는 요리를 해서 먹는다. 조리방법으로 당초(糖醋)라고 써 있는데, 잉어를 삶아 약간 달고 시큼하게 요리한다. 전복도 무제한에서 제외된다. 1근에 38위안이니 잉어보다 비싸다. 산동 지방의 전복은 양식에 성공해 크기도 꽤 크지만 맛도 좋아 선풍적 인기다. 명물을 두고 그냥 갈 수 없어 요리로 주문했다. 이름하여 전복면(鲍鱼面)이다. 면과 파를 넣어 끓이고 다 익어갈 즈음 전복 하나를 넣고 익힌 후 오이와 김치를 살짝 올렸다. 김치는 그야말로 양념인 듯하고 육수에 담긴 전복은 쫄깃쫄깃하고 구수해 씹는 맛이 독특하다. 별다른 첨가물 없이 그저 전복이 풍기는 향으로도 최고의 맛이라 할 수 있다.

 

<전복면(왼쪽 위), 해산물 샤브샤브(왼쪽 아래), 전복(오른쪽 위), 잉어(오른쪽 아래)>

 

 

 

중국은 예부터 사대해미(四大海味)라 일컫는 민어, 해삼, 상어지느러미와 함께 하늘이 준 선물로 전복을 으뜸으로 꼽는다. 청나라 시대 황제의 만찬으로 만주족과 한족의 각종 요리를 한 상에 올린 만한전석(满汉全席)에도 당연히 올라간다. 4가지 종류의 여덟 진미 사팔진(四八珍), 모두 32개 재료가 불과 솜씨와 만나 상 위에 나란히 올라간다. 산해금초(山海禽草)마다 대표 요리 여덟 개가 뽑히고 바다의 대표선수로 전복이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팔진은 이미 기원전 주나라의 사회와 정치 관련 기록물인 <주례(周礼)>의 "천관총재(天官冢宰)" 편에 나온다. 이후 진시황 이래 모든 황제의 나라에서는 바다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전복을 잊지 않고 기록했다. 돈 버는 일(发财)과 발음이 비슷한 8자를 좋아하는 중국답다. 전복을 꼭꼭 음미하며 역사 속에 담긴 먹거리를 함께 새겨보는 것도 재미난 여행이 아닐까?

 


폭식의 여운을 다이어트 하려면 하늘의 목욕이란 뜻의 천목(天沐) 온천으로 가면 된다. 60여 개 되는 노천 온천이 꽤 아름답고 따뜻하다. 4대 미인 탕도 있고 약초를 담가 빨강 파랑 초록 등 각양각색의 온천을 다 돌아다니다 보면 땀으로 자연스레 노폐물을 배출하게 된다. 한번 입장권을 끊으면 24시간 입장할 수 있으니 밤에도 낮에도 온종일 온천 목욕을 즐길 수 있다.

 

<온천 리조트> 와 <노천온천 지도>

 

 


낮에 먹지 못한 생선이 아쉬웠을까? 8대 명주 고정공(古井贡)과 함께 궁합을 맞춰보았다. 이 술은 삼국지의 영웅 조조의 고향, 안휘 성 박주(亳州)에서 주정한다. 조조가 서기 196년 술과 제조방법을 한나라 헌제(献帝)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옛 우물을 바쳤다는 뜻의 이름도 생기고 명주 반열에 올랐으며 진한 향이 일품으로 생선찜과 아주 잘 맞는다. 역사 이야기가 안주가 되니 더욱 찰떡궁합일 것이다. 봉황처럼 조각돼 나온 디저트 수박은 얼큰하게 취한 기분을 한층 황제처럼 북돋아 준다. 중국의 봉황은 황후를 상징하니 깊어가는 밤을 어쩌란 말인가.

<온천 식당(왼쪽 위), 명주 고정공(왼쪽 아래), 디저트 수박(오른쪽 위), 생선요리(오른쪽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