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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 메밀국수

 

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 메밀국수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메밀꽃 필 무렵 中에서>

 


소설가 이효석이 태어난 고장이자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한 강원도 평창군 봉평은 매년 9~10월이면 메밀꽃이 한창이다. 35만평에 이르는 메밀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꽃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소한 메밀전병 냄새가 허기를 일깨운다.

 

 

<봉평 메밀꽃밭 가을 전경>

 

 


봉평은 메밀국수를 비롯해 메밀묵, 메밀만두, 메밀부침, 메밀총떡, 메밀수제비, 메밀막걸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밀음식들이 있다. 메밀국수는 부드러운 면발과 새콤달콤한 양념 맛, 쌉쌀한 메밀 향이 일품이어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가 좋다.

<메밀묵밥과 메밀국수(물/비빔), 메밀전과 메밀묵>

 

 

 

<메밀 총떡>

 

 

 

메밀국수는 흔히들 '막국수'라고도 부른다. 봉평 막국수, 춘천 막국수, 천서리 막국수 등이 그것이다. 메밀국수를 막국수라고 부른 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막국수의 '막'은 '보편적인, 대중적인' 이란 뜻으로 예부터 김치나 동치미 국물에 말거나 양념에 비벼 편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널리 즐겨먹는 국수라는 설이다.

 

<물 메밀국수와 비빔 메밀국수>

 

 


또 다른 설은 요즘은 대개 메밀가루에 밀가루와 전분을 섞어 면을 뽑지만, 원래 막국수는 순 메밀가루를 반죽하여 국수틀에 뽑았는데 탄력성을 갖는 밀가루의 성질과 달리 메밀가루는 툭툭 끊어지기 때문에 물이 끓는 솥 단지 위에 국수틀을 올려놓고 면을 막 바로 내려 삶아 막국수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때문에 봉평 사람들은 메밀국수를 뽑을 때 타이밍과 온도, 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메밀국수 뽑는 작업>

 

 

장날 장터에서 먹던 막국수

 

봉평 메밀국수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봉평의 인구는 약 1만2000여 명이 거주했었다. 매주 2일과 7일에는 장이 섰는데, 인근 지역에서도 장을 보러 올 정도로 규모가 커 장날이면 약 3만여 명의 인구가 운집하는 큰 장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니 장터에 허기를 채울 밥집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장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당시 봉평 일원에 흔하디 흔한 메밀로 국수를 말아 팔았던 것이 바로 봉평 메밀국수의 시작이었다. '현대막국수'는 봉평 메밀국수 전문점 가운데 가장 오래된 원조집으로 알려져 있다. 40여 년 전 봉평 5일장이 서는 장날에만 장보러 온 사람들에게 막국수를 팔다가 현대막국수라는 상호를 달고 정식으로 식당영업을 한 것이 불과 20여 년 전이다.


봉평의 향토음식이 메밀국수로 자리 잡은 데에는 효석 문화제의 영향이 매우 컸다. 메밀꽃축제를 통해 외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밀려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수요 공급의 법칙에 의해 메밀국수 전문점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한편 봉평메밀국수협회는 몇 년 전부터 봉평 메밀국수와 막국수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막국수라는 명칭보다 메밀국수로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일과 채소로 만든 육수가 특징

 

봉평 메밀국수의 특징은 메밀의 본고장답게 메밀의 함량이 타 지역의 막국수보다 높다. 쫄깃한 맛보다는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 있어 쫄깃한 면발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다. 봉평의 메밀국수집은 동치미 국물이나 사골육수를 사용하는 타 지역과는 달리 채소, 과일을 갈아 물과 희석하는 게 전부다. 집집마다 어떤 과일과 채소를 넣느냐에 따라 육수의 맛이 조금씩 다른데 그것이 바로 집집마다 육수 내는 노하우다. 워낙 비타민 C가 풍부한 재료들로 육수를 내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냉면 그릇에 육수를 한 사발 들이켜 해장으로 대신하기도 한다고.


봉평의 메밀국수 전문점들은 대부분 면을 직접 뽑고 업소마다 메밀의 함량도 적게는 30%에서 100%까지 다양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밀국수하면 색깔이 거무스름하다고 생각하지만 겉껍질을 거피해 국수를 뽑은 순 메밀국수는 색깔이 하얗다. 순 메밀은 끈기가 없어 툭툭 끊어지는 것이 특징으로 순 메밀국수를 맛본 사람들은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더하다'고 평가한다.


봉평에는 현재 고향막국수, 남촌막국수, 두꺼비막국수, 메밀꽃사랑, 메밀꽃필무렵, 풀내음, 미가연, 봉평막국수, 봉평촌막국수, 진미식당, 현대막국수 등 약 30여 곳의 메밀국수 전문점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