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
다양한 맛의 일본 라멘
지난해 세계 인스턴트라면협회가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1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1인당 라면 소비량이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 국민 한 사람은 1년에 약 74.1개의 라면을 먹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뒤를 이어 베트남(60.3개), 인도네시아(57.3개) 순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라면은 신라면이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짜파게티, 3위는 안성탕면, 4위는 너구리가 차지해 1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농심 제품이었다. 이처럼 라면은 우리 식생활에 있어서 아주 쉽게 접할 수 있고 김치만큼이나 중요한 음식 가운데 하나다.
인스턴트 라면이 어디서나 쉽게 지친 속을 달래주는 대중적인 음식이라면, 일본식 라멘은 한국의 음식문화와 융합해 추운 겨울 따끈한 국물이 간절할 때 생각나는 음식으로 점차 소비층을 넓혀가고 있다. 올 겨울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핫한 메뉴로 떠오르고 있는 라멘 메뉴들을 살펴봤다.
지역마다 다양한 맛의 라면 발달한 일본
일본의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은 '라멘'은 중국의 '납면(拉麵, 라미엔)'을 기원으로 한 면요리다. 면과 국물, 그 위에 돼지고기(챠슈), 파, 삶은 달걀 등의 여러 토핑을 얹는데, 지역이나 점포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일본의 라멘은 육수나 소스 등에 따라 구별되는 경우가 많은데, 날씨가 추은 북쪽지방은 주로 된장으로 맛을 낸 '미소라멘'이나 간장으로 맛을 낸 '쇼유라멘'이 유명하다. 남부지방은 소금으로 맛을 낸 '시오라멘', 돼지뼈로 맛을 낸 '돈코츠 라멘' 등이 발달했으며, 오키나와 지방은 독특하게 사골육수에 다시마, 가다랑어 등의 육수를 혼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육수나 소스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고 지역별로 라면 특색이 다른 점에 착안해 하카타 라멘, 삿포로 라멘 등 지역 명칭을 따서 부르기도 한다.
그 밖에도 매콤한 중국식 라멘인 '탄탄멘', 파를 잔뜩 넣은 '네기라멘', 조린 돼지고기를 얹어주는 '차슈라멘' 숙주나 콩나물을 많이 넣어주는 '모야시라멘', 깨를 넣은 '고마라멘', 미역을 얹어주는 '와카메라멘', 담백한 만두와 조화를 이룬 '완탄멘' 등 다양한 라멘 메뉴가 개발돼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소바와 같이 면과 국물이 따로 나오는 '쯔케멘'이 인기를 끌며 쯔케멘 전문점이 성업 중이다. 대부분의 일본 라멘집들은 소규모로 주방장들이 즉석에서 조리해 주는데, 유명한 라멘집 앞에는 고객들이 점심시간마다 줄을 서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현지화로 대중화 추구한 일본 라멘 인기
국내 라멘전문점은 정통 일본라멘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며 마니아층에게 어필하는 곳도 있지만 점차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맛을 변형해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라멘 특유의 느끼함과 육수의 누린내를 줄여 거부감을 줄이고 한약재를 추가하거나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매운맛을 더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해물이 들어간 나가사키짬뽕으로 맵지 않은 흰 국물의 라멘이지만 국내에서는 청양고추 등을 넣어 매콤함을 더해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랜차이즈 라멘 브랜드로는 '하코야', '멘무샤', '오이시라멘', '히노아지', '멘야다카라' 등이 있으며, '잇푸도', '아지센', '산파치', '사이타마야' 등 일본 라멘 브랜드의 국내 진출도 활발하다.
일본식 라멘을 맛 볼 수 있는 곳
일본식 라멘을 맛 볼 수 있는 곳으로는 2004년 홍대에서 돈코츠라멘 붐을 몰고 온 '하카다분코'가 서울식 라면을 선보이기 위해 론칭한 '한성문고'가 있다. 대표메뉴는 서울라면, 인라멘, 한라멘 등이 있으며 서울라면은 돼지뼈, 닭뼈, 생선포와 채소를 우려낸 육수에 일본식 가는 면발 대신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춘 두툼한 면발로 쫄깃함을 살렸다. 인라멘은 '서울에서만 먹을 수 있는 하카타 라멘'이라는 테마로 오로지 돼지사골만을 이틀에 걸쳐 우직하게 우려낸 육수와 세면으로 완성했다. 한라멘은 인라멘 육수에 센 불에 볶은 양파, 양배추, 마늘과 숙주를 듬뿍 넣어 불향을 강조한 라멘이다. 탱글탱글한 굵은 면에 고명으로는 돼지고기 장조림이 올라간다.
<한성문고의 서울라멘과 잇푸도의 카라카멘>
'잇푸도'(一風堂, IPPUDO)는 1985년 후쿠오카에서 시작된 일본의 대표적인 라멘 브랜드로 2008년 미국 뉴욕 진출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홍콩, 대만, 중국 등 해외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뉴욕 잇푸도는 오픈 1년 만에 일본 라멘점으로는 최초로 '2009년판 미슐랭 뉴욕' 가이드북에 등재되었으며, 국내에는 지난 2011년 AK플라자에서 들여왔다. 잇푸도는 매장에서 직접 뽑는 생면에 돼지뼈를 베이스로 한 하카타식 라멘을 선보인다. 대표 메뉴인 시로마루 모토아지는 약간 기름지면서도 구수한 돈코츠 라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아카마루 신아지는 시그니처 메뉴로 기본 돼지 육수에 10가지 고추와 갈릭 오일, 일본식 된장 등으로 만든 소스를 넣어 매콤한 맛과 알싸한 향이 특징이다. 카라카멘은 산쵸, 청양고추가루, 마늘 등을 넣어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깔끔하고 얼큰한 매운 맛을 낸다.
가락시장 라멘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유타로'는 하얀 국물의 시로라멘과 진한 국물의 쿠로라멘이 대표 메뉴다. 돼지뼈와 각종 채소를 12시간 이상 우려낸 돈코츠 육수에 해산물에서 직접 뽑아낸 천연 양념을 더해 담백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더한다.
<라멘모토의 츠케면과 하코야의 하카타라멘>
'라멘모토'는 면을 국물에 담가 찍어먹는 쯔케멘 열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손꼽힌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츠케멘은 쫄깃한 생면에 담백하면서도 진한 국물 맛, 두툼한 육질에 중식 특유의 불 맛이 살아있는 차슈가 인상적이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매운라멘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얼큰한 맛을 더해 해장라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코야'(HAKOYA)는 부드럽고 쫄깃한 생면과 돼지뼈와 닭고기, 채소 등의 재료를 넣고 길게는 24시간 끓여 농축해 깊고 풍부한 맛의 라멘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하카타•요코하마•큐슈•아카사카•쿠마모토 등 다양한 지역의 라멘이 특징이다. 대표 메뉴인 하카타라멘은 일본 간사이 지역의 인기 라멘스타일로 돈사골을 장시간 우려낸 육수에 생면을 넣고 숙주, 차슈, 대파, 달걀, 참깨 등의 토핑을 얹어 완성한다.
<멘무샤의 나카사키짬뽕 매운맛>
'멘무샤'는 일본 각 지역별 대표 라멘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소, 닭 등의 사골을 이용해 담백한 맛을 강화했고, 특유의 잡냄새를 없애기 위해 한약재 등을 첨가한 것이 특징이다. 멘무샤의 인기 라멘 중 하나인 '탄탄멘'은 돈민찌(돼지고기 갈은 것)와 대파, 청양고추, 숙주나물이 듬뿍 들어가 얼큰하면서도 개운한 국물 때문에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용으로 찾는 손님이 많다. 나가사끼짬뽕은 얼큰한 맛을 즐기는 한국인을 위한 라멘으로 해물의 향과 국물의 매운맛이 어우러져 시원한 맛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