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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New Story/Global N

<실크로드 음식이야기 #1> 황하물결을 따라 역사속으로


안녕하세요, 김선호입니다.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즐거운 명절 되십시요.
저도 아이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군요. 올해는 교통이 어떨지...

세계 음식 일주 후에 저 사람 어떻게 되었을까?? 뭐가 달라졌을까??
많은 분들까지는 아니어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연구원이었던 저는 Creator라는 신상품/신사업을 발굴하는 일을 하다가, 고객과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일부를 경험하기도 하였구요. 지금은 작년에 새로 신설된 음식문화원에서 세계일주의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음식문화에 대해 배워가며, 훌륭한 분들과 함께 하고 있답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일주가 많은 변화를 준 게 사실입니다. 재밌는 것은 여행 이후 변화에 상당히 내성이 생겨서 무슨 일에나 잘 적응한다는 겁니다. 후후 ^^

오늘은 3년 전의 과거에서 현재로 와 보겠습니다. 세계일주의 경험을 살려 담당했던 일이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2008년 8월 한여름의 실크로드 길을 따라 음식문화 탐사대를 이끌고 간 이야기를 몇 회에 걸쳐 나눠서 해볼까 합니다.
첫이야기인 이번 포스팅에서는, 탐사대의 시작 - 서안 - 난주 - 경태(황하석림)에 도착해 맛본 이야기들을 해보겠습니다.

자 그 이야기 속으로 함께 가보시죠.


2008년 여름, 농심의 미래식품 공모전에 입상한 10명의 대학생과 함께 역사의 고도, 실크로드 속 음식이야기를 찾아 떠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여행이 아닌 회사에서, 그것도 "탐사대장"이란 책임으로 많은 이들을 인솔하는 여정은 쉽지 않습니다.

실크로드는 당나라 장안의 수도였던 서안을 시작으로 동로마 제국의 중심 로마를 잇는 길입니다. 일반적인 실크로드 여행길은 서안을 시작으로 교통의 중심지 난주, 하서주랑의 오아시스 도시 돈황을 거쳐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투루판과 우루무치를 지나는 코스죠. 그리고 좀더 실크로드의 길을 깊이있게 탐험하고자 한다면, 우루무치에서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중앙아시아를 넘어 터키의 이스탄불로 향하는 길을 택하게 됩니다.

2008
년 농심 음식문화 탐사대가 선택한 길은 중국 내의 실크로드였습니다. 그리고 그 길 위의 음식 이야기를 탐사하는 최초의 시도이기에, 우리가 택한 방법은 그 동안 일반적으로 들어가볼 수 없었던 실크로드 속의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제 주특기죠. ^^


역사의 시작, 서안은 당나라의 번영과 함께 양귀비와 당 현종의 애절하면서도 패륜적인 사랑과 함께 병마용과 진시황으로 대표되는 무소불위, 절대권력과 불로장생을 꿈꾸던 제국의
꿈의 역사가 함께 녹아 있습니다. 온 도시가 역사유물로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었기에 도시는 낙후돼있죠.


엄청난 역사유물에 비해 음식문화는 다양하게 발전하지 못한 편이었는데요, 우리가 만난 실크로드의 첫 "맛"은 실크로드의 특징인 밀가루를 활용한 서안의
벨트미엔입니다.


청나라 때 건륭황제가 이 지역을 시찰하다가 이 음식을 맛보고 돌아가서 그 맛을 재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지역 면 전문가를 불러들여 맛을 보게 했다고 하는데, 넓은 면으로 쫀득한 면질이 좋으나, 시큼하면서 새콤한 맛과 특유의 향이 있습니다.
 
서안의 명물로 유명한 만두요리 교자연은 청나라 때 8국 연합군에 대항하여 산중모색 중이던 황제가 색다른 음식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교자를 개발하도록 명령하였고, 수십 종의 만두요리인 교자연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서안의 교자연 음식점 중 가장 유명하며, 장개석 등 유명인사들이 찾았다는 명물식당 덕발장에서 제공되는 16가지 종류의 교자연을 맛 봅니다.

저 층층이 쌓여있는 단을 다 먹어보게 됩니다. 보기만해도 배부름... ^^


위의 만두는 그 중 하나인데, 세상 속 모든 재료를 품는 만두의 변신을 봅니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진주만두는 진주를 유난히 좋아했던 서태후가 즐겼다고 하는데, 보얀 사골국물에서 끓여낸 진주알 크기의 만두를 종업원이 직접 덜어줘 무작위로 나누어준 그릇 속에 담겨진 만두알의 개수는 저마다 의미가 있습니다


한 알은 일평생 태평,
두 알는 복은 쌍으로 찾아온다는 의미로,
세 알은 순리롭게 성공하고,
네 알은 4계절 돈을 벌고,
다섯 알은 사업이 크게 성장하고,
아무것도 없어도 아무런 근심이 없어 좋으니 기분이 나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세 알... 히히. (새해에는 순리롭게 성공하리라는 예감은 일찌기 여름부터...^^)


서안을 뒤로 하고 밤기차로 이동하여 쌀쌀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난주에 도착합니다난주는 중국의 젓줄인 황하강을 끼고 있어 역사와 지리,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이죠. 그러나 난주라 하면 그다지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난주보다 우육면이 더 유명하죠.
회족 문화권에서 유래한 우육면은 원나라 때 징기스칸 현지인의 중화에 따른 회족과 중국 문화의 혼합으로 탄생했으며, 중국의 아침 식사로 가장 애용되는 품목입니다.


우육면과 함께 시켜먹는 야크 수육입니다. 야크(Yak)는 티벳의 고산지대에 사는 검은 소인데 털이 덥수부룩한 것이 야생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고기는 우리의 소보다 다소 질기죠.

 
난주의 명물이자 그들의 아침인 우육면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는데요.
국물은 깔끔하고 맑으며, 국수는 적절히 발효되어 노랗게 색을 띠고, 알카리수를 사용해 쫄깃하며, 빨간 고추기름과 녹색의 마늘 잎사귀와 향차이를 넣어 맛을 완성합니다.


우육면 한그릇과 함께 우리는 본격적인 황하의 물줄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황하 석림이 있는 경태로 깊숙히 들어갑니다. 경태는 난주에서 보았던 황하의 상류로, 대자연이 힘으로 탄생한 아름다운 석림으로 유명한 현지인들의 관광지입니다. 많은 영화가 촬영된 곳으로도 유명하며, 최근 방영되고 있는 바람의 나라의 배경이 되는 곳이더군요.


황하석림 인근 지역은 연평균 강수량이 300ml 정도로 적고, 기온은 – 20에서 40도까지 큰 차이를 보여, 특히 여름철에는 더위를 이겨낼 열량이 필요해 지방의 섭취를 요한다고 합니다. 이 지역에서 나는 기름은 해바라기유나 대두유와 같이 고급유의 재료들이 재배되기 어려운 환경이기에 아마라는 열매로부터 짜는 아마유를 주로 사용하고, 면요리에도 빠짐없이 사용합니다.

민가에서 직접 함께 만들어가며 그들이 면 요리를 맛봅니다. 2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벤더우멘참새 혀 모양의 면에서 이름이 유래하였으며, 열을 식혀주는 팥을 사용하여 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그들의 지혜가 녹아 있어요.
 

수타로 발로 늘려낸 면을 삶아 나오는 라툐즈는 다양한 소스와 결합하여 맛을 만들어내는데, 특히 그 면질의 식감에 다들 놀랍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가 준비해간 자장맛 튜브소스와 즉석에서의 만남이 이루어지는데, 한국의 맛과 실크로드 면의 만남은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사막 속에 위치한 황하 석림의 대추와 사과가 유난히 달며 맛이 있는데, 붉은 황톳강 줄기도 그들과 자연이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없어서 안될 어머니의 젖줄인 셈이죠. 또한
양은 황하 유역에서 없어서는 안될 가축으로 고기는 양기가 높아 열량과 기를 보해주고, 가죽은 땟목을 만들어 강을 이동하거나 관광객을 유치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털은 옷을 만드는데 사용하니,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습니다.


양가죽으로 만든 땟목을 타고 황토빛 황하를 따라 황하 석림 속으로 빠질 듯이 빨려 들어가 봅니다. ‘인디아나존스의 결정판이었던 최후의 성배의 촬영지로 유명한 요르단의 페트라와도 흡사한 비경이 있는 곳이죠.


9km
정도를 마귀차를 타고 사막 속 대자연이 만들어낸 웅장한 석림 안을 다녀온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새끼통양구였습니다. 2시간에 걸쳐 초벌, 재벌의 과정을 걸쳐 약한 불에 통양 전체가 익도록 구우며, 이곳 특유의 비방이 담긴 향신료를 여러 번 발라 혹시 모를 양 특유의 냄새를 완벽히 제거합니다.


이곳의 양들은 알카리수를 먹고, 본격적으로 채식을 시작하기 전 단계인 4개월 이전의 새끼양을 먹기에 양 특유의 냄새가 전혀 없습니다. 이는 지난번 소개해드린 아르헨티나의 아사도문화와 유사합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또 다음 편에서, 더 생생한 실크로드의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새해에도 또 전세계에 가득한 맛의 향연 속으로 안내해드리면서, 자주 포스팅하겠습니다.


* 보너스 사진:

탐사대원 중 가장 말썽꾸러기였던 현수와 근희...
현수는 군대에 가서 늠름해졌는지 궁금하네요. 모두 그립습니다.


김선호 과장 (음식문화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남미의 우유니 소금호수에서의 사진입니다. 인간의 눈은 많은 착시를 하죠. 보기에 따라, 마음가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보이는 것이 삶인 듯합니다.
안녕하세요. 농심 전략경영실 음식문화원에서 일하고 있는 김선호입니다. 농심 연구소로 입사해 소재, 바이오식품, 건강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뜻한 바가 있어 전세계 음식문화를 주제로 1년간 세계 일주를 했던 것을 계기로 좀더 넓은 방면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원 출신의 전문지식과
전세계 음식문화 체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블로그에서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