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 n Talk

재래시장 국수 탐방,

칼국수의 재발견

 

 

 

서울지역에 한정해서 여러 번의 취재를 하다 보니 단골집들은 거의 다룬 것 같아 좀 난감한 차에 재래시장 칼국수라는 아이템에서 한국 칼국수의 원형을 찾는다는 취지아래 재래시장 칼국수 시리즈를 이어갈 것을 앞 번에 호언 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많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재래시장 특유의 '저렴함'에 대한 이미지가 칼국수라고 비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격이 싸면 당연히 음식재료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맛까지 저렴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결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고 다행히 저렴함을 극복하는 귀중한 칼국수집을 발견하고 소개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온갖 한약재가 모인다는 약령시장으로 유명한 경동시장의 한 가운데에서 발견한 '안동집'.
첫 인상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같은 재래시장이지만 여타 재래시장에 비해 매우 높은 쾌적함이었다. 물론 내가 방문한 시간이 사전에 방문해서 바쁜 시간을 피해 가기로 협의를 하고 방문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널찍널찍한 자리나 통로는 재래시장 국수집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경동시장 내 안동집 전경>

 

많은 칼국수집을 방문해서 가게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어 보면 똑 같거나 비슷하기까지도 한 집이 단 하나도 없었던 것처럼 이 집 역시 시작이 좀 특이하다. 원래 다른 집안의 할머니가 하던 국수집에 단골이던 장인 장모님이 이 가게를 인수하고 이젠 몸이 편찮으신 장모님을 대신해서 그 사위가 이 집을 운영하는데 그 할머니로부터 인수한 지 30년 된 집이다. 사실 가게 사장님이 30대처럼 젊어 보여 어머니로부터 물려 받았거니 짐작했었지만 벌써 40대 중반에 낯빛이 좋고 열정이 넘쳐나 보이는 외모지만 의외로 차분하고 정중하고 뚝심 있어 보이시는 게 오랫동안 가게 전통을 튼실하게 잘 지켜 나가실 듯.

 

 


우선 가게를 방문하면 실내로 들어가 앉을 것인가 좌판에 앉을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 시장의 참 맛은 좌판이지만 예상도 못 하게 재래시장 지하에서 제법 럭셔리 하게 앉아 식사를 하고 싶으면 실내로 들어가면 된다. 그러나 실내에서는 양념이나 국수를 삶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재미는 덜 할 것이다. 좌판에서는 먹음직스럽고 소담하게 담긴 싱싱한 배추를 눈 앞에서 볼 수 있고 저절로 침이 고이게 만드는 양념들이 가득 담긴 통도 볼 수 있다. 물론 실내에서는 못 보지만…

 

<상에 제공되는 싱싱한 배추>

(주 메뉴가 칼국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쌈 밥집처럼 싱싱한 배추가 한 가득 상에 올라온다.)

 

 

 

<배추용 쌈장과 칼국수용 양념>

(배추를 위한 쌈장, 칼국수에 취향 것 넣을 수 있게 풋고추, 마늘, 양념간장이 딸려 나온다.

놀랍게도 시장 칼국수가게에서 이렇게 접시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처음 본다.)

 

 

 

이 집 칼국수의 가장 큰 특징은 반죽에 콩가루가 40% 섞여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거의 볼 수 없지만 아주 오래 전에 칼국수에 콩가루를 뿌려주는 집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처음부터 콩가루를 섞어 반죽을 한다. 콩가루를 섞은 반죽은 그냥 밀가루로만 한 반죽에 비해 면이 잘 불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시중에 안동국시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는 집 치고 면이 너무 부드럽고 나중에는 면이 거의 죽처럼 퍼지고 국물이 걸쭉해지지 않는 집이 없는데, 이 집은 국물도 면과 함께 끓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다.

 

이 대목에서 지극히 사적인 경험, 사적인 견해가 있는데, 처음 이 집을 섭외하러 왔다가 칼국수를 먹고 돌아오는 중에 굉장히 어디서 많이 맛본 느낌을 추적해 보니 옛날에 우리 집에서 어머니가 만들어서 주시던 칼국수와 많이 닮아 있다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 가게 사장님과 인터뷰 중 가게 이름에 대한 사연을 질문 하면서 혹시 안동 쪽이랑 연고가 있는 지에 대해 물어 봤더니 고향이 경북 '영주'라고 하는 데서 무릎을 탁 쳤다. 그래서 그렇구나. 우리집은 경북 봉화라서 과거에는 영주에서 기차를 내려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서 다시 몇 십리를 걸어 봉화 친척집을 방문하곤 했었는데. 이젠 부산으로 이주해 있지만 그래도 경북 위쪽 지방 음식을 곧잘 해 드시는데 그래서 그 추억의 맛을 혀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했다. 개인적인 취향인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어머니는 콩가루를 다양하게 잘 사용하시는 편이시고 몇 일 전에도 부산에서 콩가루를 곱게 빻아 택배로 보내 오셨다. 일년에 두 세 번 보내시는데 어머니 입장에서는 의무감 같은 것을 느끼시고 계시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가끔 한다.

 

<콩가루를 넣어 반죽한 면>

(콩가루가 섞인 면의 색과 모양이 시중에서 흔하지 않은 비쥬얼이다.)

 

 

 

<칼국수 삶기>

 

 

 

<칼국수와 함께 제공되는 기장밥>

(기장이 섞인 공기밥도 기본으로 딸려 나온다. 국수 만으로는 허전한 2%를 채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무시하는 가게들이 많아서 좀 안타깝다.)

 

 

 

<칼국수 위를 가득 덮은 배추>

 

배추가 그냥 괜히 모양을 내기 위해 형식적으로 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아주 본격적으로 들어가는데 처음 국수를 받아 들면 좀 당혹스러움을 느낄 것 이다.

 

 

 

<가득 덮은 배추 아래 칼국수>

 

살짝 배추를 헤집어야 면이 얼굴을 드러낸다. 배추가 부담스러울 것 같아도 그릇이 비워질 때 즈음에는 배추가 거의 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많던 배추가 어디 갔지? 하게 될 것 이다.

 

 

 

<차림표>

 

재래시장의 칼국수는 맛이 아니라 정으로 만 다루기에는 너무나 한계에 부딪혀 있던 중에 만난 ‘안동집’은 내게 다시 한 번 재래시장 칼국수를 찾아 나서게 만든 그런 집이다. 덤으로 재래시장 마다 중국인 관광객이나 중국교포 가게들이 넘쳐나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위치하고 있어, 본래 한국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집의 큰 매력이다.

 

 

 

[안동집]

영업시간 : 오전 10:00 ~ 오후 7:00

휴무일 : 첫째, 셋째 일요일, 명절 휴무(명절 다음날까지 휴무)

연락처 : 02-965-3948

주소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제기동 1022 경동시장 신관 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