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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21년 전통의 사누키우동전문점, 가가와

21년 전통의

사누키우동전문점, 가가와

 

 

 

“국장님, 저희 가가와 새로 오픈했습니다.”

“네? 벌써 새로 오픈하셨다구요?”

“그렇게 됐어요. 참만나 2층에 재 오픈해서 내년에 옮길 때까지 영업을 해야 될 것 같아서요.”

“아~ 그렇군요. 한번 가 뵐께요.”

 

 

<(좌)1994년 오픈 당시 매장, (중앙)2006년 리뉴얼 매장, (우)2015년 임시 재오픈 매장>

 

전통 사누키우동전문점 ‘가가와’를 알게 된 건 2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외식업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던 때, 잡지사에서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열의 있는 독자들을 모아 하루 6~7끼를 먹으며 3박 4일 동안 전국의 유명 외식업소를 탐방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때 만났던 분들 가운데 한 부부가 서울 노원구 태릉에서 전통 사누키우동전문점 ‘가가와’를 운영하는 김인석·안신애 대표다. 이후 우동이나 면과 관련된 기획기사를 준비하며 방문하기도 하고, 외식관련 세미나에서 이들 부부를 종종 만나면서 ‘신뢰와 신용을 최고의 가치고 삼으며, 정통을 지키기 위한 부부의 노력이 오늘의 가가와를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가가와의 김인석·안신애 대표>

 

 

 

고객과의 신의 중요시

 

지난해 초 김인석 대표가 가가와를 헐고 그 자리에 건물을 새로 짖기 위해 업소 문을 닫게 되었다며 연락을 해왔다. 당시 가가와는 모 방송의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인석 대표가 김치나베우동으로 ‘우동달인’에 선정돼 영업이 더욱 잘되고 있었던 터였다. 알고 봤더니 가가와 뒤편에 대형 건물이 들어서면서 지반이 약화되어 건물이 기울고 벽에 금이 가는 등 문제가 생겨 뜻하지 않게 문을 닫은 것이었다. 한창 영업에 탄력이 붙은 상황이라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원래 계획보다는 3년 정도 빠르지만 건물을 새로 지어 바로 옆에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외식업소인 참숯불전문점 ‘참만나’와 함께 새 건물에 입점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치우동 최강달인 선정>

 

그 후 1년여가 지난 올해 초, 참만나 2층에 가가와를 임시로 재오픈 했다고 연락이 왔다. 1년 후면 다시 새 건물로 이전해야 하지만 고객들의 요청이 지속되자 그 동안 가가와를 찾아와 준 단골고객에 대한 신의를 지키기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인테리어며 주방 등 시설투자를 새로 해 재 오픈 했다는 것이었다. 평소 신뢰와 신용을 최고의 자산으로 여기는 김인석·안신애 두 대표의 진심이 느껴졌다.

 

 


기본에 충실한 면발, 푸짐한 양 ‘가성비’ 최고

 

하루가 멀다 하고 수없이 많은 외식업소가 생겨났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한 자리에서 꾸준히 영업을 하며 지역민들에게 사랑 받는 것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특히 일식 우동이라는 메뉴로 경쟁력을 갖기란 더욱 그렇다.


가가와는 기본에 충실한 면발과 좋은 식재료로 맛을 내고, 가격대비 푸짐한 양으로 고객 만족을 실현해 태릉 맛집으로 손꼽히고 있다. 정통 사누끼 우동이라는 본질을 지키기 위해 김인석·안신애 대표는 1994년 가가와 오픈 당시 가와 현에 있는 사누키 기계회사에 직접 찾아가 우동 교육을 받는 것은 물론, 당시 1대에 5000만원에 달하는 제면기를 들여왔다. 일본에서 배운 그대로 물과 소금으로만 반죽해 24시간 숙성시켜 매일 당일 점심에 사용할 면은 오전에 뽑고, 저녁에 사용할 면은 점심 영업이 끝나면 제면해 즉석에서 삶은 쫄깃쫄깃한 면이 강점이다. 우동의 육수는 책과 자료를 보며 연구하고, 모두 직접 원물을 넣어 우려내고 있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 만든 우동 한 그릇 가격이 당시 4000원. 여기에 무한리필 면 서비스와 두 부부의 몸에 밴 친절이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이 서비스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면실과 제면작업>

 

 

 

여름철 ‘냉샤브샤브’, 겨울철 ‘최강달인 김치나베’

 

얼마 전 방문한 가가와에는 ‘최강달인 김치나베 정식’에 못지 않은 ‘冷 면’ 메뉴가 눈에 띄었다. 여름철을 맞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는 냉우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하야시우동정식’과  ‘냉샤브우동정식’,  ‘냉검은콩우동’ 등이다. 따뜻하게 즐기는 샤브샤브를 역발상으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 여름메뉴로 선보였다. 육수에 슬쩍 삶아낸 고기와 고소한 땅콩소스, 신선한 채소를 가미한 ‘냉샤브샤브’는 탱글탱글한 면의 식감과 시원한 육수가 일품이다. 굵은 면발은 몇 가닥만으로도 한 그릇에 충분한데, 면 한 가닥을 입에 넣고 있는 힘껏 호로록 빨아들이니 말 그대로 면발이 콧등을 칠 정도로 쫄깃 탱탱하다.

 

 

<'냉샤브우동정식'과 '최강달인 김치나베 정식'>

 

한편 최강달인 김치나베는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일 평균 200여 그릇이 판매될 정도로 독보적인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쫄깃한 우동에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김치와 당면, 곤약, 버섯 등이 어우러져 다양한 식감과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스시, 돈가스, 가츠동, 튀김, 회정식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다. 가격도 단품 메뉴는 1만원 이하, 정식 메뉴는 1만원 내외로 아무 때나 부담 없이 방문해도 좋다.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는 8월. 도심에서 휴가를 즐긴다면 쫄깃하고 시원한 냉 우동을 별미로 즐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