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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야릇한 국수, 티베트 문화가 살아있는 탕카의 고향

티베트 불교 문화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감숙과 청해의 티베트

 

 

 

중국여행의 버킷리스트 1순위를 꼽으라면 티베트, 단연 최고다.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라싸로 가는 여행만 생각하는데 한여름 란저우(兰州)로 가면 색다른 감숙과 청해의 티베트 문화를 볼만하다. 티베트 문화는 중국의 서장자치구에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사천 성 일대를 동티베트라고 부르며 감숙 성 남부나 청해 성 일대에 오히려 오리지널 티베트 문화와 접촉할 수 있다.

 

척박한 황토를 가르며 젖줄 황하가 만나는 도시 란주(兰州), 그곳에서 서남쪽으로 2시간을 달리면 융징(永靖) 현, 황하의 지류인 조하(洮河)와 황수(湟水)가 만나 조성된 130만 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유가협과 만난다. 다시 쾌속정을 타고 기암절경을 따라 1시간을 달리다가 다시 강줄기를 따라 거슬러올라가면 세계문화유산의 품격이 살아있는 병령사(炳灵寺) 석굴에 도착한다. 유네스코는 2014년 중국과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즈스탄과 함께 실크로드에 있는 광범위한 유적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약 1,700년 전부터 황토 절벽에 토굴을 지어 만든 병령사 석굴도 22개 유적과 함께 세계유산으로 승격됐다. 그러나 실크로드 라인에 있지만 오히려 티베트불교의 영향을 받은 석굴로서 더 가치가 있다.

 

 

<유가협 선박(왼쪽 위), 병령사 숭어요리(왼쪽 아래), 유가협 풍경(오른쪽 위),
병령사 석굴(오른쪽 중간), 법령사 자연대불(오른쪽 아래)>

 

석굴 앞 선착장에는 식당으로 개조한 배들이 몇 척 출렁이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으니 유가협 송어 요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중국사람들은 민물고기를 살짝 구운 후 다시 찌고 나서 국물을 혼합하거나 갖은 양념을 곁들여 먹는다. 중경 부근 장강지역의 우산카오위(巫山烤鱼)가 가장 유명한데 지방마다 잡은 생선에 따라 약간 맛이 다를 것이다. 깊은 물에서 잡은 송어는 아주 담백해 밥 한 공기 쉽게 비울 수 있다.

병령(炳灵)이란 말은 티베트어를 옮긴 것으로 ‘십만 미륵부처의 땅’이란 뜻이다. 절벽마다 구멍을 파고 만든 석굴이 183개에 이른다. 특히 당나라 이후 명나라, 청나라 시대까지 광범위한 세월 동안 조성됐으며 200미터에 이르는 절벽에 석조조각상이 694개, 흙으로 빚은 소조상도 82개에 이르며 불감마다 화사한 벽화로 채색돼 있어 온통 부처의 세상을 덧칠한 느낌이다. 명나라 초기에 성행한 티베트불교의 개혁에 영향을 받은 불상도 많다. 석굴마다 제작된 시대가 표시돼 있어 연이어 있는 조각상과 벽화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끔 도굴꾼이나 이교도에 의해 희생돼 목이 달아난 불상이 아련한 감상을 던져주기도 한다. 조각상도 보살, 제자, 천왕, 야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손 한 뼘 정도로 자그맣게 만들어놓은 불상도 있지만 머리 부분이 다섯인 삼면 관음보살도 멋스럽고 높이가 27미터에 이르는 ‘자연대불’은 웅장하다. 당나라 때 처음 조성된 병령사의 대표작인 ‘자연대불’은 훼손과 복원을 반복했다. 흥미롭게도 상반신은 절벽 돌을 깎은 석조상이며 하반신은 점토로 만든 조소상이 합체된 형태로 천 년 세월을 지켜오고 있다.

 

 

<지방도로 과일가게(왼쪽 위), 과일가게의 티베트아이(왼쪽 아래),
과일가게(오른쪽 위), 젠자현 황하지류의 하늘(오른쪽 아래)>

 

다시 란저우에서 청해 성 티베트 불교문화의 꽃 탱화의 본고장 퉁런(同仁)까지 지방도로를 달린다. 도로 옆 100미터 가량 과일 파는 가게가 줄지어 있다. 수박, 멜론, 배, 하미과 등 계절 과일이 즐비하다. 과일 파는 주민은 대부분 티베트 사람들인데 맑고 선량한 눈매가 다정다감하다. 음료수와 과일을 양 손에 들고 앉은 아이도, 해맑은 미소가 예쁜 아가씨, 과일 판 돈을 세고 있는 아주머니와 가족도 정겹다. 현지시간으로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파란 하늘이 펼쳐진 동네라 이방인에게 낯선 시간의 혼란을 알려준다. 점점 어둠이 깊어지기 시작하자 젠자(尖扎) 현의 황하대교를 사이에 두고 붉은 노을이 하늘을 뒤덮는다.

 

불교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사원에 걸어두는 탱화를 중국은 탕카(唐卡)라고 부른다. 당나라와 아무 상관없는 티베트 어의 음역이다. 퉁런은 탕카로 유명한 곳으로 ‘티베트 화가의 고향’이기도 하다. 티베트 사원은 가는 곳마다 대부분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탕카예술의 오리지널이 느껴진다는 설렘에 사원으로 들어서는 게 꽤 흥분된다. 통런은 탕카 뿐 아니라 자수공예 두이슈(堆绣), 조소공예 쑤여우화(酥油花) 등과 함께 다양한 티베트 불교문화를 지니고 있고 특별히 러궁예술(热贡艺术)이라 부른다. 퉁런지역을 부르는 티베트 말이 러궁이다. 지역 이름이 하나의 문화권을 이룰 정도로 유명했기 때문에 붙어진 것이다.

 

 

 

<융무사원 앞 광장(왼쪽 위), 융무사원 입구(왼쪽 아래),
지붕 위 사슴과 8륜바퀴(오른쪽 위), 융무사원의 라마승(오른쪽 아래)>

 

융무사원(隆务寺)은 1301년 건립됐다. 티베트 불교에도 종파가 많은데 처음에는 싸자파(萨迦派) 사원이었다가 종교개혁 이후 주류가 된 거루파(格鲁派) 사원으로 바뀌게 된다. 사원 앞 광장의 동서남북 사방을 바라보는 좌불 앞에는 오체투지 하는 티베트 사람들이 가득하다. 하얀 벽에 창문 없는 무문으로 치장된 전형적인 건물을 따라 걷는다. 지붕에는 사슴 두 마리가 양쪽에 서있고 가운데 바퀴살 8개인 금빛 수레바퀴가 장식돼 있다. 부처가 득도한 후 처음 설법한 인도 바라나시 부근의 녹야원(鹿野苑)을 상징하는 것으로 티베트 사원마다 자주 만날 수 있다. 불학원에 있는 라마승은 이방인에게 다정하게 인사하며 자기들이 먹고 있던 구운 빵을 나눠준다.

 

탕카를 직접 제작하고 있는 러궁예술원으로 향한다. 마당 한가운데 재미난 조각상이 눈앞에 나타난다. 코끼리, 원숭이, 토끼, 비둘기가 각각 머리 위에 올라선 모습인데 4마리 동물이 등장하는 티베트 우화가 만든 상호존경과 우애를 상징한다. 장유유서를 나누고 육식과 음주, 도둑질과 음란을 배격하는 교훈도 닮긴 모습으로 티베트 불교문화가 있는 지방에는 탕카나 벽화 등에도 자주 등장한다. 탕카 전시장은 화려하고 다양하며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특히 천연염료의 빛깔이 너무도 예쁘다. 본바탕 재료가 예술이니 탕카의 예술적 가치가 더욱 잘 전달되는 듯하다. 직접 붓으로 제작하는 사람들도 진지하다. 직접 탕카의 제작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퉁런을 찾아온 보람이 있다.

 

 

<티베트 우화의 동물 4마리(왼쪽 위), 판매하는 탕카(위쪽 가운데),
탕카의 천연재료(오른쪽 위), 탕카 공예예술가(아래)>

 

전시장 바로 옆은 티베트 사원 우툰하사(吾屯下寺)가 있다. 1385년에 처음 건립되고 1987년에서야 개방된 이 조그마한 사원이야말로 진정한 탕카의 발상지이다. 붉은 도포를 휘날리며 라마승이 걷는 모습은 언제나 밝고 명랑해 보인다. 이 사원 입구에 중국에서 금기처럼 여기는 달라이라마의 사진이 붙어 있어서 놀랐다. 본당인 대경당(大经堂)은 티베트 불교의 종교개혁가이자 천재인 총카파(宗喀巴)를 봉공하고 있다. 기존 교파가 서로 논쟁하고 있던 14세기에 교리의 장점을 통합해 거루파라는 정립한 총카파, 그로 인해 지금껏 달라이라마가 존재의 가치를 지닌다.

 

 

<우툰하사의 황색 벽(왼쪽 위), 라마승(오른쪽 위), 달라이라마 사진(왼쪽 아래),
란와면 식당창문(가운데 아래), 란와면(오른쪽 아래)>

 

퉁런을 떠나기 전에 간단한 요기를 하러 식당을 찾는다. 창문에 탕왕란와면(唐汪燃窝面)이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국수가 써 있어 무조건 들어갔다. 중국을 10년 이상 300여 도시를 다녔어도 이런 국수는 처음 본다. 정말 중국은 가는 곳마다, 동네마다 색다른 국수가 많아서 죽을 때까지도 모든 국수를 다 먹기가 불가능할지 모른다. 감숙 성 남쪽 동향족(东乡族)자치현의 조그만 마을 탕왕에서 즐겨먹는 국수다. 양고기 우려낸 국물로 육수를 내고 찢어낸 듯한 면발이 독특하다. 동향족은 회족처럼 이슬람교를 믿지만 서역에서 넘어온 민족이 아니라 돌궐계로서 북방에서 거주하던 민족이며 우랄알타이계로 알려져 있다. 사실 티베트 민족이라고 다 불교를 숭상하는 것은 아니다. 이슬람을 믿는 민족도 있는데 그들을 장회(藏回)라고 부른다. 국수 맛은 생각보다 담백하고 후추가 많아서인지 느끼하지도 않고 그냥 먹을만하다. 당근, 시금치, 배추를 재료로 만든 요리도 가볍게 곁들여 함께 먹으니 상큼한 점심으로 손색이 없다.

 

 

<타얼사원의 공안(왼쪽 위), 천안보리 열매(가운데 위), 마니룬(오른쪽 위),
팔보여의탑(왼쪽 아래), 문고리의 다르촉(오른쪽 아래)>

 

이제 티베트 불교의 종교개혁가 총카파의 고향 황중(湟中)으로 간다. 퉁런에서 청해 성의 수도 시닝(西宁) 남쪽에 있는 도시이다. 총카파는 불교경전을 학습하면서 늘 꼬깔 형태의 황색모자(黄帽)를 썼는데 이후 제자들도 따라서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현 티베트 불교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교파인 거루파를 황모파 또는 황교라고도 부른다. 티베트 불교에는 홍교, 화교 등 5~6개 교파가 있는데 깊이 들어갈수록 머리만 복잡해진다.

 

황중 최고의 사원은 타얼사원(塔尔寺)이다. 청해 성의 티베트 사원은 광장이기도 하고 민족자주를 얻으려는 티베트 민족에게는 소중한 공간이다. 그래서 중국공안당국은 늘 신경을 쓴다. 정치행사기간이나 성수기에는 사원으로 가는 입구를 봉쇄해 30분 이상 걸어 들어가야 한다. 덕분에 재래시장을 지나가면서 천안보리(千眼菩提)라는 야자수 종류의 열매를 볼 수 있었다. 천수천안 관음보살을 연상시키니 불교사원 시장에서 팔기에 잘 어울린다.

 

타얼사원은 곧 탑 사원이란 의미를 지녔는데 멀리 수행을 떠난 총카파의 어머니가 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1379년에 세운 탑에서 유래한다. 이후 2세기가 지난 1560년에 이르러 사원을 만들었다. 사원에 들어서면 곧바로 팔보여의탑(八宝如意塔)의 멋진 모습과 만난다. 석가모니의 일생을 상징적으로 구현한 8개의 탑으로 1776년 청나라가 세운 것으로 타얼사원의 상징이기도 하다.

 

은근하고 부드러운 연분홍, 연한 초록 색감이 흰 사원 벽과 조화를 이루듯 온통 칠해진 느낌이라 사원을 돌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경전이 담긴 커다란 마니룬(玛尼轮)을 따라 돌리는 관광객이나 티베트 사람들이나 한마음이 되기도 한다. 오체투지를 하면서 걸어오는 사람이 당당하게 구걸하는 모습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고 익숙하다. 경전이 적혀있는 펄럭이는 깃발인 다르촉은 바람 따라 휘날려야 제 멋인데 대문 문고리에 걸려 있어도 한 컷 사진으로 멋지게 살아난다. 불교사원이기도 하지만 관광지로서도 꽤 유명하다 보니 말을 태우거나 민족복장을 내놓고 장사를 하기도 한다. 황중 시내의 가로등도 연꽃으로 나름대로 예쁘게 꾸민 것이 돋보이기도 한다.

 

 

 

<타얼사원의 오체투지하는 티베트인(왼쪽 위), 관광객(가운데 위),
황중의 가로등(왼쪽 위), 탕카(왼쪽 아래), 말로 장사하는 모습(오른쪽 아래)>

 

란저우에서 황중에 이르는 길은 그 옛날 티베트 왕국이 번성하던 시절의 역사를 그대로 남겨두고 있다. 병령사 석굴을 시작으로 티베트 사원을 둘러보는 여행에서 그 이국적인 문화를 맛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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