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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진정한 노하우는 '최선', 진성칼국수

진정한 노하우는 '최선', 진성칼국수

 

 

 

개인적으로는 고기육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국수집이 대체로 멸치육수를 기반으로 하는 집들이었고 따라서 소개대상도 대부분 멸치육수집 이었지만 드물게 오늘 소개할 집은 사골국물 육수를 기반으로 하는 칼국수다.


이제 소개대상으로 삼을 단골 집들도 거의 바닥이 난 상태라 단순히 음식 맛만 다루는 일이라면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유명 맛집에 가서 맛 보고 그냥 소개하면 간단할 일일 수도 있겠지만 늘 하는 얘기지만 음식 맛은 그 음식 하나만으로는 평가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기준 때문에 대상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진성 칼국수집 전경>

(청담공원과 청담성당 근처 언제나 한적한 골목)

 

이 ‘진성칼국수’는 과거 청담동에 스튜디오를 운영할 때에 그 근처에 있던 나름 그 지역의 유명한 칼국수, 보쌈, 만두 전문점이었다. 당시에 이틀이 멀다 하고 가던 단골집이었지만 주인 아저씨와는 항상 눈인사나 하는 정도였다. 오늘 처음으로 길게 얘기를 나눠보면서 왜 진작 그때는 살갑게 대화를 못 했을까 라고 할 정도의 반전의 매력을 가지신 분이었다. 옛날 복싱 세계챔피언이었던 김태식 선수와 인상이 매우 닮아 눈매가 아주 매서워 좀 주저했었던 기억이 있지만 대화 중에 보니 친절하고 순박함도 보이고 또 한 편으로 지독스런 고집스러움도 보여주신다. 이 집의 가장 큰 강점, 맛의 비결, 26년을 가게 운영하면서 철학, 소신…  이 모든 것이 단 하나의 단어로 집약된다.  ‘최선’.

 

 

 

<사골국물과 잘 어울리는 식감의 공장표 국수>

 

과거에 식사를 하러 오면 주인 아저씨가 직접 주방으로 들어서셔서 국수를 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 와서 면을 납품 받는 체제로 바뀐 것을 알고 좀 충격을 받긴 했지만 까다롭게 국수공장을 선정해서 과거에 직접 밀던 국수와 맛이 거의 유사한 곳을 찾아 거래하고 있다는 설명에 세월이 흐를 수록 힘이 드는데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과 깐깐한 주인 성격에 얼마나 까다롭게 골랐을 지도 짐작이 가서 마음이 다소 놓였다.

 

 

<주문 후 사골국물에 면 삶는 과정>

(주문을 받으면 삶는 것도 사골국물로 한다.)

 

 

 

<마지막 국물은 다른 사골국 솥에서>

 

‘89년도 이 자리에 문을 열었으니 벌써 26년째. 나하고의 인연은 16째부터 시작됐다.


사장님 이력이 흥미롭다. 고향은 바다가 없는 내륙 대전이지만 마도로스 출신으로 음식장사를 결심하고 10년 가까이 전국을 돌며 칼국수, 보쌈, 만두 기술을 배우셨단다.

 

 

 

<사골국물을 우려내는 솥>

 

국수 전반에 걸쳐서 이 집 만의 대단한 노하우라고는 특별할 것이 없다며 단지 국물을 우릴 때에 질 좋은 국산 마늘을 유난히 많이 넣는다고 하시지만 진짜 노하우는 최상의 재료임을 강조하신다. 재료를 전문 납품업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최상의 재료로만 사입 해서 음식을 만드는 것에 대한 자부심은 사장님 인상에서 보이는 고집, 뚝심이 그대로 반영이 된 듯이 보인다.

 

 

<항상 재료를 직접 구해 직접 담그는 겉절이>

 

김치도 역시 최상의 배추를 구입해서 속은 보쌈용으로 사용하고 겉은 겉절이로 사용을 한다. 계절에 따라 배추가 차이가 있다거나 보쌈용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점 때문에 수분이 많은 아삭한 겉절이는 아니지만 매우 적절한 양념이 사골칼국수와 무척 잘 어울린다.

 

 

 

<사골칼국수>

(국물은 일반 사골탕에 비해 옅은 편이나 칼국수에는 적절한 농도라 할 수 있다.)

 

그릇이 깊어 사골국물에 면은 잠겨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하얀 면발은 뽀얀 사골국물과 잘 어울려 시각적인 효과뿐 아니라 매우 부드러운 면의 식감에서도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그 동안 즐겨 다루던 멸치 육수에 다소 거친 면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사골국물이 이 칼국수에 비해 몇 배는 더 진한 가게를 알고 있지만 그 진하다는 곳은 칼국수를 다 먹지 못 하고 남긴 기억이 있다. 국물이 모든 맛을 가려 버리면서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에 국수를 먹으러 온 내 목적이 무색해 지는 희한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집 칼국수는 그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사골국물과 어울리는 매끈한 국수>

 

고명으로 표고버섯, 호박, 홍 고추가 올라가지만 표고버섯 씹히는 맛이 마치 고기를 씹는 느낌의 재미도 준다.

 

 

<차림표>

(보쌈과 만두도 역시 주변에서 보장 받은 맛이다.)

 

 

 

<주인 성격처럼 깔끔하고 정갈한 실내>

 

가게 위치가 좋아서 주변 아파트가 가깝고 성당 손님으로 일요일에도 북적 되니 평일이나 주말이나 영업하는 시간이 늘 똑같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가게의 최대의 노하우란 독특하거나 개성 있는 맛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재료에 최선을 다 해서 정직한 맛, 깔끔한 맛을 추구하는 것 이다.


헤어질 때에 웃으며 작별 인사하는 주인 아저씨의 인상은 과거 내가 보던 그 고집 세고 깐깐한 옛날의 그 모습은 이미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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