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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장판식 교수의 ‘식품바로알기’ ⑥ 부패, 발효, 효소에 대하여

장판식 교수의 ‘식품바로알기’ ⑥ 

부패, 발효, 효소에 대하여

 

 

 

며칠 전 식품관련 TV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데, 어떤 참여자가 ‘발효’와 ‘효소’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그 다음날 식품효소학 강의 시간에 학생 중 한 명이 “교수님! ‘발효’와 ‘부패’의 차이점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자주 겪는 경험인지라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이번 칼럼에서는 바로 이 점에 대해 파헤쳐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어 즉시 글을 써 내려갔다.

 

 


먼저, 한국식품과학회(Korean Society of Food Science and Technology)에서 가장 최근에 발간한 ‘식품과학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부패(putrefaction)’란 “유기물이 미생물(또는 효소)의 작용에 따라 악취를 내며 분해되는 과정. 또는 그런 현상. 주로 단백질 식품 또는 지방질 식품이 무산소성 세균에 의하여 불완전 분해를 하고 여러 가지 아민(amine)이나 황화수소 따위의 악취가 나는 가스를 발생하는 현상이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반면, ‘발효(fermentation)’란 “미생물(또는 효소)이 유기 화합물을 분해하여 알코올류, 유기산류, 이산화탄소 따위를 생산하는 과정. 좁은 뜻으로는 산소가 없거나 아주 적은 상태에서 미생물이(또는 효소)이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외부 전자 수용체의 관여 없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을 이른다. 예를 들면 에탄올이나 젖산 발효에서 포도당 한 분자가 발효되면 ATP 두 분자가 생성된다. 술, 빵, 김치, 식초, 향 화합물, 된장, 간장, 치즈, 발효 음료 따위를 만드는 데에 쓴다”라고 표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효소(enzyme)’란 “생물의 세포 안에서 합성되어 생체 속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화학 반응의 촉매 구실을 하는 고분자 화합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화학적으로는 단순 단백질 또는 복합 단백질에 속한다. 특정 물질의 화학 반응에만 참여하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단백질 분해 효소는 단백질 외에 다른 성분을 분해할 수 없다. 활성화 에너지를 줄여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지만 평형 상수는 변화시키지 않는다. 반응 형식에 따라 크게 산화 환원 효소(oxidoreductase), 전달 효소(transferase), 가수 분해 효소(hydrolase), 분해 효소(lyase), 이성질화 효소(isomerase)와 합성 효소(ligase)의 여섯 그룹으로 나눈다’라고 되어 있다.

 

 


지금부터는 이해하기에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기로 한다.


일단 ‘부패’와 ‘발효’를 통틀어서 말하는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와 분해 산물에 대해 생각해보자.

미생물들이 식품에 번식하면서 산소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를 얻는 분해과정을 통해 유기물을 불완전 분해하게 되는데 유기물의 대상이 되는 식품의 종류에 따라 이 분해의 결과로서 다양한 분해 산물들이 나타난다.


이는 어육이나 축육 식품은 단백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질소화합물이고 곡류나 채소 등 식물성 식품은 전분이나 섬유소가 주체로 되어 있어서 분해 과정에서 각기 다른 경로를 걷게 되기 때문이다.


동물성 식품에는 단백질이 분해되어서 아미노산이 되고, 이것은 다시 아민, 암모니아나 황화물이 된다.

한편 식물성 식품에서는 전분이나 섬유소가 분해되어 포도당을 거쳐서 유기산이나 알데하이드(aldehyde)가 되고 다시 이산화탄소로 최종 분해된다. 이렇게 생산된 물질 중에서 아민, 암모니아, 황화물, 유기산, 알데하이드, 인돌 등을 부패 생산물이라고 하는데 이외에 특정식품에 함유된 물질이 분해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해산 어류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트라이메틸아민옥사이드(trimethylamine oxide, TMAO)가 세균이나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트라이메틸아민(trimethylamine, TMA)이 생기는데 이것은 생선 부패 냄새의 주 원인물질인데, 이러한 트라이메틸아민처럼 악취나 풍미를 해치는 분해 산물이 나타날 경우 이를 ‘부패’라고 한다.

 

 

 

<발효식품: 장류(고추장, 간장), 유제품 이미지>

 

반면, 유기물의 분해 산물이 우리가 맛있게 먹을 수 있거나 유용한 물질이 되는 경우, ‘발효’라고 정의한다. 즉, 우리에게 유익한 미생물의 생리적 작용이나 효소작용을 이용해서 제조한 식품이 바로 발효식품으로 장류, 주류, 유제품 등 다양한 식품에 적용되고 있다. 발효식품들은 식품학적,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우수한데 예를 들면 장류의 경우, 대두를 주원료로 해서 만든 발효식품으로서 대두의 성분인 단백질이 발효과정에서 분해되어 기능성 펩타이드나 아미노산 형태가 되어 소화흡수가 용이하며 영양학적 성분도 우수하다. 영양학적 성분 이외에도 우유를 젖산균으로 발효시켜 저장성과 기호성을 더한 요구르트, 젖산음료 등도 발효식품의 좋은 보기이다.반면, 유기물의 분해 산물이 우리가 맛있게 먹을 수 있거나 유용한 물질이 되는 경우, ‘발효’라고 정의한다. 즉, 우리에게 유익한 미생물의 생리적 작용이나 효소작용을 이용해서 제조한 식품이 바로 발효식품으로 장류, 주류, 유제품 등 다양한 식품에 적용되고 있다. 발효식품들은 식품학적,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우수한데 예를 들면 장류의 경우, 대두를 주원료로 해서 만든 발효식품으로서 대두의 성분인 단백질이 발효과정에서 분해되어 기능성 펩타이드나 아미노산 형태가 되어 소화흡수가 용이하며 영양학적 성분도 우수하다. 영양학적 성분 이외에도 우유를 젖산균으로 발효시켜 저장성과 기호성을 더한 요구르트, 젖산음료 등도 발효식품의 좋은 보기이다.

 

 

 

<발효식품: 빵>

한편, ‘발효’는 빵에서 스폰지성의 식감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효모에 의한 발효 과정 중에 생기는 이산화탄소에 의해 식감과 풍미를 가지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빵 역시 발효식품의 전형적인 보기이다.


앞서 설명한 발효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한 파스퇴르(Pasteur)는 발효가 살아있는 효모가 혐기적인(산소가 거의 없는) 조건 하에서 에너지를 획득하는 하나의 형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1897년 부흐너(Buchner)는 의학적 목적으로 효모에 모래를 섞어서 마쇄 압착하여 효모즙을 얻고 이 즙을 보존하는 보존제로 설탕을 넣어 두었는데 의외로 여기서 발효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50°C로 열처리를 하면 이 현상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 이것은 미생물이 아닌 어떤 ‘효소’의 작용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발견을 계기로 ‘효소’에 의한 ‘발효’를 이용, 특정 유기물을 분해하여 유용한 물질을 만드는 경로 및 기작에 대한 활발한 연구들이 수행되었다.


이러한 ‘발효’ 및 ‘효소’에 대한 연구는 미생물이나 자연계에 존재하는 ‘효소’의 산업적 이용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실제로 현재 발효현상을 이용하여 젖산, 구연산, 글루콘산 등 유용한 유기산들 및 글루탐산, 라이신과 같은 아미노산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식품 가공에 있어서 각종 효소를 이용하여 식감 및 풍미 외에도 다양한 효과를 증진시키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이용되는 미생물 내 효소로는 단백질 분해 효소(protease), 지방질 분해 효소(lipase), 전분 분해 효소(α-amylase)가 있다.

 

 


결론적으로 ‘부패’와 ‘발효’는 넒은 의미에서는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의 분해 현상으로, 서로 유사하거나 동일한 과정의 개념이지만, 그 생성물이 인간에게 있어 유용한 경우에 한하여 ‘발효’라고 부르고, 유용하지 못한 경우 ‘부패’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즉, ‘부패’와는 달리 ‘발효’는 우리에게 몸에 좋은 물질을 만들어주고 풍미와 식감 측면에서도 이전보다 더 훌륭한 식품들을 제공해주는 이로운 현상이다. 이러한 ‘부패’나 ‘발효’ 현상을 유발시키는 촉매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효소’라는 물질인 것이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다양한 효소의 활용과 발효 식품의 발전으로 우리의 식생활이 더욱 건강해지고 풍부해지기를 기대하면서…….

 

 

 

 



본 내용은 서울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효소공학실 지도교수가 대학원생인 양은혜 학생의 질문에 대해 짧게 답변한 결과이며, 글쓰기에 많은 도움을 준 양은혜 학생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농심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