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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하상도 교수의 '식품의 오해' 시리즈 ① 소금

하상도 교수의 '식품의 오해' 시리즈 ① 소금

나트륨저감화정책의 허와 실, 생명을 살려주는 고마운 소금

 


 

 

 

 

소금은 인류의 역사와 늘 함께해 왔고, 사람의 생명에 필수적이고, 매일 먹는 것이라 항상 뜨거운 이야기 거리가 된다. 최근 김치가 소금함량이 높아 나트륨 과잉공급의 원흉으로 알려져 “나트륨 저감화정책”이 힘을 받고 있고, “나트륨등급표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정제염”은 합성물질이고,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을 사용해야 만 제대로 된 음식이라는 허황된 사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실제 천일염에 함유된 미네랄 함량은 인체에 기능을 줄 정도의 양이 못되며, 오히려 라면이나 장류 등 가공식품 제조 시 천일염을 사용하면 표준화된 제품 생산이 불가능하다. 천일염은 같은 염전에서 생산되더라도 롯트별 염도가 온도, 계절, 강수량, 일조량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혹 나트륨의 양을 잘못 표시하면 식품위생법에 위반되고 천일염을 사용해 가공식품 제조 시 소금함량 차아가 나면 제품의 맛이 달라지게 돼 고객을 놓칠 수가 있어 가공식품에는 천일염 사용을 꺼린다. 물론 천열염은 화학적 위해 발생 가능성이 높고 가격도 비싼 단점도 있다. 시장에 있는 다양한 소금은 경제성, 유효성, 안전성 등 여러 측면에서 각각의 장점과 특징을 갖고 있어 이들을 살려 기능에 맞게 사용하면 그만이다.

 

최근 학교급식에서 김치가 원인인 대규모 식중독이 자주 발생한다. 예전 김치는 기생충알, 중금속이 문제였지 세균성 식중독은 걱정도 없었다. 식중독 유발 김치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아마도 발효가 충분히 진행된 신 김치가 아니라 학생들이 좋아하는 겉절이 등 생김치였거나, 짜지 않은 저염김치였을 것이라 추측된다. 김치는 소금이 충분해야 배추에 존재하는 부패균이나 병원성균의 성장이 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식당에서 제공되는 김치에서 부패취가 많이 난다고도 하는데, 이 또한 저염김치 열풍으로 부패균의 증식을 허용한 낮은 염농도가 주원인일 것이다.

 

소금은 예로부터 육류와 채소류 등 저장성이 약한 음식의 부패와 변패를 방지하고, 인간의 건강과 활력을 유지하는 힘의 상징으로 여겼다. 16세기 이탈리아에서는 소금을 황금보다 비싼 고급 사치품으로 여겨 귀한 손님은 음식에 소금을 듬뿍 넣어 감사의 마음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어쩌면 배추보다도 귀했을 수도 있는데, 조상들이 이렇게 많은 소금을 넣은 것을 보면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김치는 소금함량이 높아야만 저장기간 동안 배추가 물러지거나 변패, 부패되지 않는다. 가을에 배추가 많이 생산될 때 소금으로 간을 해 발효시켜 김치를 만든 것은 겨우 내 먹기 위해 장기 보존할 목적이었을 것이다. 소금의 함량을 높여 부패균과 식중독균을 저해하고, 고염에 저항성이 강한 유산균만 자라는 환경을 조성해 김치를 만들었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조미료” 역할도 하지만 발효식품에서의 가장 큰 기능은 “보존제” 역할이다. 과량 시 고협압 등 인체에 해를 주지만 부족하면 체내 대사에 문제를 발생시킨다. 사람 혈액의 0.85%를 차지하는 소금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그러나 최근 소금의 과잉섭취 문제가 제기되면서 소금의 인체에 미치는 독성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식생활의 특성상 장류, 젓갈류, 김치 등 고염식품의 섭취빈도가 높아 나트륨 과잉에 의한 고혈압, 더 나아가 뇌혈관질환이 문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나트륨저감화정책”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히 추진되고 있다.

 

정부의 나트륨저감화 정책에는 동의하고 박수를 보내나, 그 방법은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 저감화운동은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지 "식품중 나트륨함량"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최근 자주 발생하는 김치의 대규모 식중독 유발 문제는 나트륨 등 “영양성분 규제정책”의 허점이라 볼 수 있다. 김치는 소금 함량이 높아야만 저장하는 동안 배추가 물러지거나 변패되지 않는다. 가을에 배추가 많이 생산될 때 소금으로 간을 해 발효시켜 김치를 만든 것은 겨우 내 먹기 위해 장기 보존할 목적이었을 것이다. 소금의 함량을 높여 일반 잡균이나 부패/변패 미생물을 저해하고, 고염에 저항성이 강한 유산균만 발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발효를 촉진하고 장기간 변패되지 않는 보존성 좋은 김치를 만들었을 것이다. 김치에 소금을 줄이면 반드시 다른 댓가를 치러야 한다. 저염 김치는 맛도 좋을 리 없고 유통시 보존성에 문제가 반드시 생긴다. 부패/변패균이 우글거리고 대장균과 식중독균도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 해결책으로 소금의 보존료 역할을 대체할 수단을 사용해야만 한다. 보다 낮은 온도의 냉장 보관, 유통 시 cold chain 확보, 저장 시 산소 조절, 레토르트 살균포장, 숙성 지연 및 변패균 억제 첨가물 보존료 사용 등 인위적인 보존법을 사용해야만 할 것이다. 원가는 당연히 높아질 것이고, 소금이 주는 건강상의 위해성을 줄이는 대신 너무나 큰 경제적 댓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식품은 의약품과 달리 섭취량을 조절할 수가 없다. 가공식품으로부터 아무리 영양소의 양을 줄인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식품 섭취량을 높인다면 식품별 영양성분 규제가 전혀 의미 없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라면을 통한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라면스프 중 나트륨 함량을 줄이는 공급억제정책이 아니라 소비자가 국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라면의 총 나트륨은 국물에 80% 존재하고, 면에는 20%만이 존재한다. 국물을 절반만 섭취하면 라면을 통한 나트륨 섭취량을 40% 감소시킬 수 있는데, 스프에서 나트륨을 줄이는 것은 맛에 영향을 줘 10%도 줄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입안자, 영양학자들도 건강을 위해 식품에 포함된 소금함량을 줄이는 것 보다 "섭취량"과 "식습관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단기에 나트륨 섭취 저감화 정책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강제적 “공급억제정책”을 펴고 있으나, 이는 부작용이 많고, 중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멀리보고 자율적 “소비(섭취)억제정책” 기조를 유지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강제적 영양성분 규제정책을 완화하고 “표시제도” 등을 활용한 소비자 선택에 의한 자율적 섭취 감소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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