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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나 봤나? 오동통한 칼국수

‘찬양집 해물칼국수’

 


 

아마도 종로에서 가장 오래된 칼국수집 중에 하나가 바로 “찬양집 해물칼국수”집이다. 하지만 주인으로부터 가게 역사를 듣기 전까지는 그 어디에서도 60년이라는 역사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지금은 살기가 나아져서 오래된 세월에 대한 자부심들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얼마 전 까지도 긴 세월 칼국수집을 하면서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지는 못하였기에 전통을 의식하며 가게를 꾸리지는 못 하였으리라 짐작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칼국수집을 다니면서도 오랜 전통이 묻어나는 인테리어나 소품을 구경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오래된 칼국수집들의 공통점이자 아쉬운 점이었다. 이 가게에서도 60년이란 세월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를 유심히 관찰했지만 결코 그 세월은 찾을 수 없었다. 60년 된 집이나 10년 된 집이나 비슷한 도구, 비슷한 맛으로 경쟁할 뿐이다. 우리나라 오래된 칼국수집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이긴 하다. 슬픈 일 이다.

 

<식당 내부>

 



그럼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바로 다른 집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면의 두께에 있다. 흡사 우동 면처럼 굵어서 면에 맛의 포인트를 두는 국수 애호가라면 가볼 만한 집이다. 대략 반죽을 7~8시간 가량 숙성을 시킨후 면은 기계로 뽑는다.


<기계로 뽑은 굵은 면발>

 


 

보통 대중적인 국수가게는 면을 삶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면의 넓이는 넓게 하더라도 굵기는 가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집은 면이 우동면 처럼 굵기 때문에 다른 집에 비해 국수를 제법 오래 끓이는 편이다.

 

<굵은 면을 삶는 과정>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장사를 해온 집이나 금방 새로 시작한 국수집이나 면을 삶는 솥과 국물용 솥을 별도로 나누어 사용한다. 우리나라 국수집들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장 편리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도 없다. 이곳도 면만 끓이는 솥과 각종 해물을 넣고 끓이는 국물용 솥이 따로 있다.


<면만 삶는 솥과 국물용 솥>

 

 


국물에는 멸치를 베이스로 바지락, 홍합, 새우, 미더덕이 들어간다. 국수가 서빙 되면 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지락과 홍합이 수북하게 담겨 나오고 좀 생소하지만 그 껍질을 담을 칼라 플라스틱 바가지가 같이 나온다. 수북한 바지락과 홍합을 헤치면 오동통한 면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좌) 해산물 한 가득 담긴 해물칼국수, (우) 오동통한 면발>

 

 


젓가락으로 면을 가득 집어 한 입 가득 넣으면 몸 속에 잠자고 있던 강력한 글루텐 중독 유전자들이 일시에 불뚝불뚝 일어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집의 최대 장점이자 특징이 여기에 있다.

맛? 국물 맛은 수북한 바지락, 홍합, 미더덕, 새우, 호박 등의 양에 비해 그리 진하지는 않지만 그건 그 양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지 일반적인 기준치에 비해 떨어진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손질한 해물 재료 (좌) 홍합, (우) 바지락>


 

 

좁고 작은 집들이 운집한 동네라 식당 실내도 여러 집을 합친 듯 구조가 복잡하다. 작은 홀이 3개가 합쳐서 하나의 식당을 이루는 재미있는 구조다. 어떤 땐 좁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낯선 사람과 거의 머리가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여 국수를 먹어야 한다는 것은 당혹스럽기도 하고, 낯선 사람과 접촉하기 힘든 세상에 색다른 경험으로 기억되기도 할 것 이다. 

 

<(좌) 작은 홀 3개로 연결된 식당내부, (우) 고객이 남긴 메시지>

 


 

맛을 균일하게 보존하기 위해 체인점 요구도 거부하고 오롯이 이 한 집으로만 60년을 버텨왔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100년, 200년 더 이어 나가려면 하나 하나 새로 전통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맛은 기본이요 앞으로 더 요구될 스타일에도 신경을 써서 세월을 쌓아간다면 더 훌륭한 식당으로 길이 남을 듯. 물론 지금까지의 60년 세월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식당 입구와 오동통한 면발의 해물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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