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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⑪ 최고의 양념은 배고픔이다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⑪ 최고의 양념은 배고픔이다

 

 

 

<다양한 양념>

 


사람은 밥만 먹고 못산다.

삶에는 다양함과 더불어 넉넉함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며, 음식에는 양념이 들어가야 맛깔이 난다는 뜻이다.

 


고추, 마늘, 생강, 파, 양파, 부추, 후추, 설탕, 깨소금 등 우리가 쓰는 양념만 해도 그 수를 다 헤아리지 못할 만큼 많다. 이들은 주로 꽃 피우는 식물체의 꽃, 뿌리, 과일, 씨앗, 줄기, 껍질에서 얻는데 이 물질은 모두가 식물체의 물질대사 결과 생긴 이차 대사산물이다.

다시 말하면 늙은 식물세포일수록 커지는 액포(식물의 배설기관) 속에 넣어둔 일종의 노폐물이지만 이 화학물질은 곤충이나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기생충, 고등동물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양념이란 바로 식물체에겐 똥오줌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다른 생물체로부터 자신이 잡혀 먹히는 일을 막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사물질이면서 또한 우리들이 먹는 식품에서도 각종 부패 미생물로부터 보호하는 보존제 역할을 한다.

 


60년대 초반 각 가정에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에는 주부들이 매일 시장을 가서 식재료를 사와야 했고, 먹다가 남은 음식을 잘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향신료를 이용하면 음식이 부패되는 것을 막아주면서 며칠씩 먹을 수가 있기 때문에 중세시대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향신료는 매우 유용한 식재료였다.

 


한 때 후춧가루 양념이 금값에 500배나 더 비쌌던 적이 있었다. 이 당시에는 이것을 가지고 요리를 한다는 것이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손님을 초대하여 고기 요리에 후춧가루를 얼마나 많이 뿌렸는지 도저히 매워서 못 먹을 정도로 화끈하게 조리하여 대접한 적도 있었단다. ‘내가 비싼 후춧가루를 이렇게 많이 뿌려서 먹고 있으니 얼마나 부유한지 알겠지!’하는 자랑거리였다. 그러한 탓에 마르코폴로, 마젤란, 콜럼버스의 대탐험도 알고 보면 모두가 양념을 찾아 헤맸던 것이며 그 결과 신대륙의 발견은 물론이고 세계지도를 새로 그리게 됐던 것이다. 그들은 가는 곳마다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양념거리가 될 만한 씨앗은 반드시 모두 챙겨가지고 와서 심고 양념으로 활용하였다.

 


오늘날에도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을 보면 충분히 먹을 만한데도 불구하고 각종 양념 역할을 하는 것들을 다양하게 넣어 맛을 극대화하려는 것을 보게 된다. 사실 우리들은 영양공급이 충분히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라 구태여 양념성분을 넣지 않아도 되지만 더욱 맛을 내기 위하여 별의별 양념을 다 첨가하고 있다.

 


맛이란 것도 사실 뇌에서 느끼는 환각적인 요소이며 쾌락적인 성질을 띠고 있어 끊임없이 극대화를 시키려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맛이 있는 것도 더욱 맛이 있게 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쾌락의 끝은 한이 없지만 맛의 최대치는 더 이상 확대할 수 없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맛이 있다는 것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다. 왜냐하면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생리적인 요소로 우리 몸의 컨디션 여하에 따라서 입맛이 없을 수도 있고 입맛이 좋을 수도 있다. 우리 몸의 상태가 정상적인 상태에서 양념의 첨가는 확실히 뇌를 자극하여 맛의 극치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몸이 아프거나 피곤하거나 하여 정상상태가 아닌 경우에는 아무리 맛이 있는 것을 제공하여도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이런 경우 우리들의 뇌신경은 맛의 극치를 느끼고 싶어하지 않는다.

 

 

<배가 고플때>

 


하지만 배가 고픈 경우는 정상상태는 아니지만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가장 필요로 하는 시점이라서 뇌에서도 명령을 내려 받고는 어떤 음식이라도 빨리 섭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런 메커니즘에 의해 우리는 생명활동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배가 아주 고픈 순간에는 두뇌활동에 필요한 것부터 빠른 공급이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에 포도당을 비롯한 당분 혹은 탄수화물의 섭취를 요구하게 된다. 추운 곳에 노출되어 체온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기름진 음식의 지방 섭취를 통해 칼로리 공급을 원활히 하여 체온을 유지하라고 요구하게 된다.

 

그렇다면 배고픈 순간에는 어떤 메시지가 전달이 될까?

모든 음식을 빠른 시간 내에 섭취하라는 메시지가 떨어지게 되고 그 순간에 음식을 먹게 되면 뇌로서는 더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없이 안도의 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는데 이 순간은 양념을 첨가하여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와 같은 상황이 되고 만다. 더 이상 맛을 극대화시켜 먹을 필요가 없다. 그저 닥치는 대로 섭취하면 된다. 그러기에 양념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것은 바로 배고픔이며 그중에서도 최고의 양념의 위치에 우뚝 서는 순간이 바로 배고픈 순간이다.

 


맛집을 찾아 ‘오늘은 어떤 맛있는 것을 먹을까?’ 고민하지 말고 여러분의 신체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잠시 배고픔을 느낄 때까지 참고 있으면 양념이 첨가되어 조화를 이룬 최고의 맛있는 음식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농심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