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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 차이나타운의 중국문화,

낀쩨 축제와 쌀국수 꾸아이짭

 

 

 

방콕의 인기 관광지 순위에 늘 이름을 올리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차이나타운, 야오와랏 거리다. 화교들이 이주해서 시장을 만들고 중국인 커뮤니티를 형성한지 약 3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화교들은 태국 현지인과의 결혼을 통해 몇 세대에 걸쳐 이미 태국화가 되었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중국인들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지켜오고 있다. 방콕의 차이나타운은 이런 화교들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저녁때가 되면 노점 맛집들이 문을 열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더욱 활기를 띤다.

 

 

<차이나타운의 오디안 로터리 찰름프라끼얏 문(왼쪽), 낀쩨축제 풍경(오른쪽)>

 


차이나타운 입구에는 1999년에 세워진 태-중 문화교류문(門), 일명 푸미폰 국왕 72세 경축 기념문(쑴쁘라뚜 찰름프라끼얏)이 위엄있게 서있다. 여기서부터 야오와랏 거리가 시작된다. 차이나타운은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방콕 시민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늘 복잡하지만, 특히 일년 중 축제로 붐비는 시기로는 중국의 설날(춘절)과 추석(중추절), 그리고 매년 10월 즈음 빨간 차이나타운을 온통 노랗게 물들이는 ‘낀쩨축제’ 기간이다.

 


‘낀쩨’는 먹는다는 의미의 ‘낀’과 한자의 ‘재계할 재(齋)’를 태국어로 발음한 ‘쩨’를 뜻한다. 매년 중국 음력 9월 1일부터 9일까지 9일 동안 심신을 수양하는 축제이다. 우리나라 신라와 고려시대에 팔관재계(八關齋戒)를 거행했는데 계율에 따른 여덟 가지 부정한 행동을 금하고(팔관), 오전에만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금식하여 부정을 방지하고(재), 몸을 깨끗이 하여 몸의 부정을 삼가하는(계) 것을 의미하는데, ‘낀제’도 이와 흡사하다. ‘낀쩨’ 기간에도 몸과 마음을 정결케 하기 위해 육류와 오신채(五辛菜)를 먹지 않는데, 이런 이유로 채식축제라고도 불리 운다. 대승불교에 익숙한 우리에겐 불교 수행자가 고기나 향이 강한 채소를 먹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겠지만, 상좌부불교인 태국에서는 재가신도가 보시한 음식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 다만 오전에만 식사가 가능하고 오후에는 금식을 한다.

이 때문에 태국에서 음식을 가린다는 것은 평상시와는 다른, 특별한 수행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낀쩨 축제의 차이나타운과 노란 깃발(양쪽 위),

낀쩨용 채식라면과 기업의 장학금 기부(양쪽 아래)>

 


올해 낀쩨 축제는 10월 1일부터 9일까지였다. 이 기간이 되면 거리며 상점이며 어딜 가든 노란색 ‘쩨’ 깃발이 눈에 띈다. 노란 깃발에 빨간 글씨로 ‘쩨’라고 쓴 것이 낀쩨 축제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노란색은 중국의 황제 또한 귀신을 쫓는 법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색으로, 곧 계율을 지키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또한 빨간색으로 글씨를 쓴 것은 중국에서 길복(吉福)한 색깔로 여기기 때문이다. 낀제축제는 원래 중국에서 건너온 화교들의 풍습이었지만 이제는 많은 태국사람들도 이 기간동안 채식을 하고, 심신을 바르게 하며 그동안 지은 죄를 깨끗이하고자 수행에 동참한다. 무엇보다 음식의 절제를 통한 수행이기에 까다로울 것 같지만 의외로 쉽게 동참해 볼 수 있다. 이 기간에 태국 식품업체들이 낀쩨용 음식을 별도로 판매하기 때문에 채식을 하기에 어렵지 않은 환경이 조성된다. 낀쩨를 위한 채식용 식품에는 노란색으로 ‘쩨’ 표시가 되어 일반 음식과 구분이 가능하다.

 


차이나타운은 도매시장으로 가득해서 원래도 사람이 많은데, 낀쩨축제가 되면 낀쩨용 먹거리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태국 사람들은 어묵이나 꼬치를 좋아하는데, 이 기간에는 콩 단백질로 만든 고기 대용품 꼬치, 어묵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많은 기업에서 식품이나 음료수를 공짜로 나눠주기도 하고, 한쪽 무대에서는 장학금을 기부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기부 행사는 모두 보시의 일종으로, 낀쩨 때 수행과 더불어 공덕을 쌓고자 하는 태국 사람들의 믿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타운에는 중국식 절이나 사당이 여러 군데 있다. 그 중 티안화 재단에서 세운 관음보살 사당(싼짜오 매꾸안임)은 야오와랏 거리와 인접해있고 24시간 개방하기 때문에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태국 사람들은 축제도 즐기고 중국식 사당에 들러 관음보살상 앞에서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린다.

 

 

<티안화(Thianfa) 재단에서 세운 관음보살 사당 풍경>

 


차이나타운은 맛집이 많기로 유명하다. 특히 면요리를 좋아하는 태국사람들이 이곳에 찾아와서 먹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꾸아이짭’이라는 쌀국수이다. 꾸아이짭은 중국 광둥성의 차오저우(潮州) 음식으로 농부들이 새참으로 즐겨먹는 간식거리이자,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라고 한다. 태국에는 차오저우에서 온 이주민이 태국 전체인구의 약 6.5%정도를 차지하고, 이들 화교가 많은 지역을 따라 꾸아이짭을 파는 국수가게들이 있다. ‘꾸아이짭’은 표준 중국어로 ‘꾸어쯔’로 발음하는데, 태국으로 오면서 이곳 사람들이 발음하기 편한식으로 현지화되어 ‘꾸아이짭’으로 불린다. ‘꾸아이(꾸어)’는 쌀이나 쌀반죽으로 만든 음식을 총칭하는 말이고, ‘짭(쯔)’은 건더기 재료가 섞인 액체류를 의미하므로, 꾸어이짭은 일종의 쌀국수인 셈이다. 꾸아이짭은 일반적인 국수의 면과 모양이 매우 다른 특징을 갖는데, 얼핏 보면 파스타의 펜네(penne)처럼 속 빈 모양이 비슷하다. 밑면이 5-6cm정도되는 세모 모양의 얇고 넓은 반죽을 끓는 물에 넣으면 반죽이 익으면서 동그랗게 말려 들어가 꾸아이짭의 독특한 면 모양을 만든다.

 


꾸아이짭의 또 다른 특징은 건더기로 돼지내장을 넣는다는 점이다. 태국 쌀국수에는 기껏해야 간이나 선지가 들어가는 정도이다. 그런데 꾸아이짭은 내장의 거의 모든 부위 -염통, 허파, 쓸개, 콩팥, 장, 간 등 -를 골고루 넣어주기 때문에 별미로 여겨진다. 이런 별미는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일단 내장을 잘 세척하고 부위마다 알맞은 시간과 방법으로 조리해야만 냄새가 나지 않고 식감이 좋다.

 


꾸아이짭 국물의 종류는 다양한 편인데, 통상 네가지 정도로 구분한다. 기본 육수에 첨가되는 재료에 따라 오향 육수, 선지 육수, 후추 육수, 맑은 육수로 나뉘는데 한 가게에 여러 종류를 함께 파는 경우는 드물고, 가게에 따라 선호하는 육수도 달라진다. 차이나타운에는 꾸아이짭  맛집이 여러 군데 있는데 국물과 건더기, 면의 식감에 따라 각각의 개성이 있다.

 

 

<꾸아이짭의 후추 육수와 면모양(양쪽 위),

돼지내장 건더기와 후추 육수 뽑는 모습(양쪽 아래)>

 

 

여러 군데의 맛집 중에 내장을 잘 다듬어 냄새가 안 나기로 유명한 집이 있다. 이 가게는 차이나타운 라마극장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극장 앞 꾸아이짭(꾸아이짭나롱낭)’ 국수집으로 통한다. 평소에는 줄이 너무 길어 맛보기도 힘든데, 낀쩨 기간이라 그런지 한 두 테이블이 비어 있을 정도다. 낀쩨 기간에 국수 가게들이 콩 단백질로 만든 고기를 넣어 장사를 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낀쩨용 음식은 팔지 않고 평소와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손님이 줄어 든 것이다. 아마도 돼지 내장의 맛은 콩 단백질로는 대체하기 힘든가보다. 이곳은 후추 육수를 사용해서 국물이 얼큰하고 개운하다. 주요 건더기인 각종 내장은 양념에 볶은 것도 아니고 단지 삶아서 국물에 넣어준 것이라 다소 내키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전혀 냄새도 없고 쫄깃쫄깃한 식감도 좋았다. 이곳에서 왜 그리 긴 줄을 서서라도 먹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내장 외에도 ‘무끄럽’이라고 하는 살짝 튀긴 삼겹살을 넣어주는데, 내장을 못 먹는 사람은 돼지고기만 넣은 꾸아이짭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극장 앞 꾸아이짭 매장 전경(양쪽 위),

서빙된 테이블의 양념통과 내장 건더기류(양쪽 아래)>

 


각종 내장과 삼겹살, 삶은 계란이 들어간 쌀국수, 꾸아이짭. 한국 사람에겐 익숙할 법한 후추 육수 덕분에 건더기의 생소한 맛이 조금 상쇄된 것 같다. 함께 간 태국인 친구는 테이블에 비치된 식초, 설탕, 고춧가루, 액젓을 조금씩 넣어 자신의 방식으로 먹는다.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방콕의 관광지 차이나타운에 들른다면 태국식 쌀국수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꾸아이짭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를 더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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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17 16: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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