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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당나라 수도 ‘장안’ 음식 여행과 병마용 그리고 <장한가>

후이족 거리의 신기한 먹거리와 이열치열 해장으로 후라탕 마시고

당나라 수도 '장안' 음식 여행과 병마용 그리고 <장한가>




당나라 수도 장안(长安)은 지금의 서안(西安)이다. 로마, 아테네, 카이로와 더불어 세계 4대 고도(古都)다. 기원전에는 중원의 변방이었지만 진시황의 통일 이후 중화 민족의 중심이 됐으니 중국을 이해하는 최고의 상징은 서안에서 찾아야 한다. 진시황과 병마용이 있고 4대 미녀 양귀비의 화청지는 대표적인 관광지다. 실크로드의 출발이자 종착이었기에 서역의 문화도 풍부하게 남아있다. 실크로드를 따라서 온 독특한 먹거리도 많으니 서안 여행을 가면 여러모로 즐겁다.


중앙아시아 민족은 서안 회민가(回民街)에 오랫동안 정착했다. 이슬람교도 후이족 모스크인 청진사(清真寺)는 중국풍과 이슬람문화를 융합해 세운 사원이다. 당나라 때인 742년에 처음 건축됐고 중건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푸른 기와와 싱그러운 나무가 잘 어울리고 한적하며 포근하다. 패루(牌楼)와 정자는 새가 날아와서 지저귀는 공간이며 예배 장소인 본당까지 걷는 길은 편안하다. 후이족은 하루에도 몇 번 청진사에서 경건한 종교의식을 치른다.


<서안의 후이족 청진사 내부와 본당(왼쪽 상하), 청진사 정자(오른쪽)>


청진사를 나오면 그야말로 시끌벅적하다. 낮이나 밤이나 관광객에게 이국의 맛을 선사하는 상인으로 북새통이다.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얀 모자를 쓴 사람은 주방 일꾼이어서가 아니라 후이족을 상징한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흔하게 만나는 양고기 꼬치를 먹는 문화는 서역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고기를 주식으로 살아온 역사, 어쩌면 양고기를 재료로 수많은 요리를 탄생시킨 사람들이다. 양 한 마리를 통째로 걸어놓고 팔기도 하는데 이 장면을 언젠가 기사에서 ‘누드 동물’이라고 썼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회민가의 양고기, 밀가루 빵 낭, 서안 햄버거 러우자모, 말린 과일>


이 거리의 먹거리는 셀 수 없다. 낭(馕)은 후이족이 주식으로 먹는 빵이다. 화덕에 넣고 굽는 빵으로 크기도 천차만별이다. 마음만 먹으면 대문짝만큼 크게도 만들 수 있다. 빵에 훈제 고기를 넣고 햄버거처럼 만든 러우자모(肉夹馍)는 돼지고기 삼겹살을 주로 넣어서 만드는데 인기 상품이다. 우유를 재료로 만든 요구르트인 쏸나이(酸奶)는 생각보다 달콤하고 깔끔한 맛이다. 쏸메이탕(酸梅汤)은 매실을 원료로 만든 음료수로 여름에 마시면 더욱 시원하다.




<양러우좌판과 후이족 거리 회민가(왼쪽 상하), 구이화가오(오른쪽)>


전통 간식인 구이화가오(桂花糕)는 찹쌀가루에 묻어난 월계수 향이 독특하다. 설탕과 꿀을 넣어서 달콤하며 먹기 좋게 긴 나뭇가지를 꽂아준다. 말린 과일은 당도가 높아서 인기가 많다. 파인애플, 망고, 키위, 사과, 바나나, 귤 등 다양하다. 설탕이 좀 많아서 다소 아쉽지만, 여행 도중에 심심풀이로 좋다. 건조한 지방인 서안 인근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당도가 세계 최고다. 


면을 주식으로 먹지만 양고기가 듬뿍 들어간 볶음밥, 양러우좌판(羊肉抓饭)도 자주 먹는다. 여기에는 건포도를 넣기도 한다. 전설에 의하면 병이 생긴 한 의원이 어떤 약으로도 치유가 되지 않자 밥이라도 맛있게 먹자고 생각했다. 매일 먹는 밥에 이것저것 넣을 때 건포도도 들어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을 찾았다는 요리이다. 믿거나 말거나, 기름지고 달지만 ‘전설’을 먹고 싶다면 추천할만하다.




<교자연 식당 덕발장과 교자연(왼쪽 상하), 덕발장의 교자연 전시와 국색천향연 메뉴(오른쪽 상하)>


서안을 찾는 사람들에게 여행사가 꼭 추천하는 음식점이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도 다녀간 덕발장(德发长)이다. 1936년에 개장한 교자연(饺子宴) 식당으로 다양한 재료로 제 각각의 조리 방법을 통해 별의별 색깔의 만두가 차례로 쏟아진다. 1인당 128위안(약 2만2천 원) 한 상에 10명이 함께 먹는 국색천향연(国色天香宴)을 주문했다. 17가지 만두마다 이름도 거창하고 유별나다. 모양이나 재료, 요리법에 따라 작명을 했다. ‘물고기가 용문을 뛰어넘는’ 위얼탸오룽먼(鱼儿跳龙门)를 단연 1등으로 꼽았다. 이 말은 중국에서 과거급제와 관련된 말이기도 하지만 재료가 바로 연상되지 않는가?


서안 여행을 가서 병마용을 보지 않는 사람은 없다. 병마용은 13년 세월의 중국발품취재를 시작하도록 만들어준 인연이기도 하다. 2004년 베이징에서 중국어 배울 때 우연히 ‘진시황과 병마용은 무관하다’는 주장을 담은 기사를 만났다. 바로 달려가 눈으로 확인한 후 관련 기사를 쓰고 책 <13억 인과의 대화>에도 실었다. 최근에 엄청난 인기를 끈 중국드라마 <미월전(芈月传)>의 주인공 진선태후가 병마용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천징위안(陈景元) 선생의 주장은 너무도 과학적이고도 집요하다. 병마용을 벌써 7번이나 만났건만 여전히 첫 대면 때처럼 설렘과 감동이 있다.




<병마용 입구와 1호갱(왼쪽 상하), 출토 전시된 병마용과 이를 찍는 휴대폰(오른쪽 상하)>


당 현종과 양귀비가 사랑을 나누던 화청지도 역사의 현장이다. 그들의 사랑과 운명을 노래한 시인 백거이는 양귀비가 죽은 지 50년이 지나 <장한가(长恨歌)>를 지어 헌정했다. 화청지 부용호에는 그의 시가 새겨 있고 밤에는 멋진 무대가 펼쳐진다. 700여 명의 출연진이 참여하는 환상적인 드라마는 7언 120행의 서사시를 4장 11막으로 옮겨놓고 있다. 황제와 양귀비가 만나 사랑을 나누고 안녹산의 난으로 죽음을 맞는 양귀비, 그녀를 잊지 못하는 황제와 도사의 도움으로 환생해 무지개다리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숨돌릴 틈 없이 시간이 흐른다.




<화청지의 양귀비와 이곳에 새겨진 장한가(왼쪽 상하), 실경 무대극 장한가(오른쪽 상중하)>


호텔에서 며칠 동안 아침을 먹으면 다소 질린다. 그럴 때면 가끔 거리로 나가 색다른 먹거리를 찾아도 좋다. 서안의 명물 중 하나인 후라탕(胡辣汤)은 해장으로 최고다. 간밤에 서안의 종루(钟楼) 야경에 취해 명주 서봉주(西凤酒)를 간밤에 감상했다면 후라탕으로 기승전결을 마쳐도 좋다. 그냥 단순한 탕이나 국이 아니다. 쫄깃한 면발은 수제비 비슷하고 감자, 호박, 무, 브로콜리, 두부, 버섯, 미역 등이 들어간다. 완전 짬뽕 수준이다. 게다가 산초(花椒)나 후추(胡椒)가 들어가서 한 그릇 먹고 나면 온몸에 땀이 철철 넘친다. 후추가 들어간 매운 요리라는 말 그대로다. 더운 여름이니 이열치열로는 제격이다.




<종루의 야경과 서안의 명물 먹거리 후라탕(왼쪽 상하), 서안의 명주 서봉주(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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