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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하상도 교수의 ‘식품의 오해'] '정제(精製)’가 나쁘다는 오해와 ‘천연(天然)’에 대한 환상

하상도 교수의 '식품의 오해' 시리즈

'정제(精製)'가 나쁘다는 오해와 '천연(天然)'에 대한 환상 




최근 상당수 건강기능식품 업체가 애매한 천연표시 관련 규정으로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자연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많은 천연(天然, natural)제품들이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천연’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가 없다. 이 천연 표기는 표시․광고와 관련해 법적으로나 소비자에 대한 기망으로 여겨져 언제 터질 줄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그리고 작년 10월 방영된 SBS 일요특선 다큐멘터리 ‘정제란 무엇인가?’가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특히 소금에는 ‘정제염은 인공(합성)소금’ ‘천일염은 자연(천연)소금’이라는 ‘천연괴담’이 있다. 한 방송에서 어떤 한의사와 요리사가 이야기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천일염은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어 몸에도 좋고 음식에 넣으면 맛도 좋다고 하고, 정제염은 인공이고 화학합성품이라 몸에 나쁘고 음식 맛도 버린다는 허황된 사실도 떠돌아다닌다.




<소금>


표준국어대사전 ‘정제(精製)’는 “정성을 들여 정밀하게 잘 만듦”, “물질에 섞인 불순물을 없애 그 물질을 더 순수하게 함”이라고 정의돼 있고 영어로는 ‘refine’, ‘purification’이다. 한마디로 이물질을 제거해 깨끗하게 만들고 정성들여 가치(價値)를 올린다는 좋은 의미다. 


사실 ‘합성(合成)’과 ‘정제’는 완전히 다른 말인데, 많은 사람들이 둘을 같은 의미인 것으로 묶어 버린다. 합성은 “둘 이상의 것을 합쳐서 하나를 이룸”, “둘 이상의 원소를 화합하여 화합물을 만들거나, 간단한 화합물에서 복잡한 화합물을 만듦”이라고 정의돼 있는데도 말이다.  


과 노력으로 공들여 정제한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천연 그대로보다 천시 당하고 있는 대표적 음식이 바로 설탕과 소금이다. 백설탕은 원당, 흑설탕을 정제한 것이고, 정제소금은 바닷물을 사용해 부유물을 제거한 후 이온교환막을 통해 중금속과 불순물을 걸러내고 증발관으로 끓여 만든 소금이라 염화나트륨을 제외한 미네랄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천일염은 개펄인 염전에서 해수를 증발시키고 바닥을 긁어 얻기 때문에 미네랄 즉 토사(土沙)가 많다. 어떻게 보면 염화나트륨의 농도가 높은 순수한 정제염이 진짜 소금이라 봐야한다. 


안전성과 위생측면에서는 당연히 ‘정제염’이 천일염보다 좋다. 과거 우리나라는 개펄이 오염돼 불순물과 유해물질 우려 때문에 천일염을 지난 45년간 식용 불가능한 ‘광물’로 분류했었다. 그러나 약 10년 전인 2008년 3월에야 정부가 천일염의 중금속 기준규격을 설정하면서 다시 식품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는 유독 ‘천연(자연)’에 대한 강렬한 로망이 있다. 반면 ‘정제(精製)’에 대해서는 인공적이라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간 방송에서 쇼닥터나 가짜 전문가들이 얄팍한 지식으로 퍼뜨리기 시작한 ‘천연’ 찬양에 세뇌당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천연’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노이즈마케팅이 분명 한몫했다고 본다.




<잘못된 정보에 귀기울이는 남성>


물론 ‘천연’이 좋은 면도 있다. 과일 추출 천연비타민의 경우, 과일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나 비타민, 미네랄, 기타 생리활성 성분들이 포함돼 있고, 이들이 함께 작용해 합성비타민 보다 체내 흡수율이 높아질 수가 있다. 그래서 효능이 높을 것이라는 개연성도 있다. 그렇지만 그 양(量)이 미미해 인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러한 ‘천연마케팅’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다. 효능에 비해 과도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앞으로 소비자는 “천연은 자연 그대로”, “정제는 천연 상태를 더 깨끗하고 순도 높게 만든 것”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았으면 한다. 즉, 과학적 측면이나 실질적 가치를 살펴 볼 때 천연에 비해 정제가 진정한 프리미엄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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