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교수의 '식품의 오해' 시리즈
'합성(合成) 첨가물', 알고 보면 무섭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식품첨가물’이 위험한 독(毒)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전쟁의 역사를 거치면서 화학물질이나 합성품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식품첨가물은 인류가 포획한 음식을 오래 보존하고, 식품의 맛과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오래 동안 사용돼 왔는데, 기원전 3천 년부터 고기 절이는데 소금이 이용됐고, 연기(스모킹)의 사용 또한 오랜 관습이 됐다. 과거에는 밀가루, 차, 와인, 맥주, 우유, 육류 등 모든 음식이 쉽게 오염되고 변질됐다. 유독한 첨가제 사용을 줄이는 법을 만들 정도로 화학적 보존료의 첨가가 식품안전 문제의 주요한 해결책이었다. 게다가 수은, 비소, 납과 같은 유해중금속을 색소로 사용했던 시대도 있었다.
<소금>
과거에는 모든 식품첨가물을 동ㆍ식물, 광물 등 ‘천연(天然)’으로부터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천연자원의 고갈로 천연에서 만들 수 있는 첨가물의 양이 제한적이라 생산단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합성(合成)’ 첨가물을 만들어야만 했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혁명 덕분이기도 했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합성해 만들기도 하고,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물 성분을 싸게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화학적으로 합성하기도 했다. 즉, 천연첨가물은 기후조건이나 천재지변에 따라 생산량과 수급이 불안하고 고비용인 구조라 합성첨가물이 개발, 보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표적인 합성첨가물로는 설탕 대체제로 개발된 인공감미료 사카린, 감칠맛의 대명사인 MSG(글루탐산나트륨), 합성비타민, 소시지의 보존료인 아질산나트륨을 들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사탕수수 밭이 폐허가 돼 설탕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는 날로 급증해 소위 ‘설탕파동’이 발생했다. 그 대안으로 인공감미료가 필요했고, 공장에서 단 시간에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합성법이 급부상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상업화된 인공감미료는 1879년 독일 화학자가 우연히 발견한 사카린이다. 이후 1965년 미국에서 궤양치료제를 만들다 우연히 개발한 아스파탐과 1967년 아세설팜이 등장했다.
MSG(글루탐산나트륨)는 해초 다시마의 감칠맛을 내는 물질로서 세상에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지금은 이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후 원료 다시마가 귀해져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해 MSG는 사탕수수에서 얻은 당밀이나 설탕을 미생물로 발효시켜 생산하는 합성법으로 만들어지게 됐다.
<MSG(글루탐산나트륨)>
아질산염은 햄, 소시지에 붉은색소를 고정시키고 보존효과 높이는데, 19세기 초 독일에서 소시지식중독 발생으로 각광받게 됐다. 그러나 이후 초석이 고갈됨에 따라 합성하기 시작했다. 비타민 C도 예전엔 모두 천연이었으나 가격과 원료 수급문제로 현재 대부분 합성품이 식품에 사용된다. 소금에도 “정제염은 합성소금이라 나쁘고, 천일염은 천연소금이라 좋다”는 천연괴담이 있다. 그러나 정제염 또한 화학반응을 전혀 거치지 않고 자연 상태의 바닷물을 사용해 단순히 불순물만을 걸러내고 수분을 증발시켜 생산하기 때문에 천연이며, 합성품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소시지>
모든 순수한 물질은 자연에서 추출한 것이든,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이든 효능과 안전성에 차이가 있을 수가 없다. 즉, ‘천연 vs 합성’이 어디서 왔느냐는 원산지 개념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장에는 첨가물도, 과일주스도 온통 천연마케팅 천지다. 우리 민족은 유독 천연(자연)에 대한 로망을, 합성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 이는 무분별한 쑈 닥터나 천연마케팅으로 돈을 벌려는 기업들의 광고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결국 천연마케팅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다. 천연 제품이 합성에 비해 비용을 몇 배나 더 지불해야 할 정도의 효능과 안전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꼭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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