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더위에 지친 심신을 추스르기 위한 여러 가지 음식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삼계탕입니다. 사람의 양기를 북돋아 주고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 인삼은 더 말할 나위 없는 훌륭한 약재이지만 자체에 열을 가진 약재이기 때문에 더운 날 먹으면 몸 속의 열을 더 상승시켜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풍(風)의 기운이 있는 날짐승 중 흔한 가축인 닭과 같이 먹으므로 음양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삼계탕 이외에 보신탕 또한 남자들 간에 인기있는 여름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신탕은 대내외적으로 오랫동안 많은 탄압(?)을 받아 왔으나 최근에는 다이어트 등을 생각하는 분들이나 미식가를 자처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음식이라고 하니 참 격세지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보신탕을 먹는 민족은 우리 민족 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인디언들을 비롯하여 중국 및 동남 아시아의 여러 민족의 전통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특히 한자(漢字) 중 드릴 헌(獻)을 풀어보면 솥(鼎)에 개(犬)을 넣어 끓인 다는 의미인데 이 헌(獻)자는 신이나 천자(天子)에게 진헌(進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주(周)나라 때 고서인 주례(周禮)에서는 식용하는 6종류의 가축으로 말, 소, 양, 닭, 돼지와 개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털에 윤기가 나는 개를 3개월간 사육하여 신께 헌물(獻物)로 바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페루나 고대 인도에서도 제물로 이용하였고 논어에서도 제사에는 반드시 개고기를 제물로 사용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면 불교가 융성하던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는 개를 식용하였다는 기록은 찾아보기 어려우나 유교를 중시했던 조선시대로 들어 오면서 각종 요리책에 개를 요리하는 방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여름철만 되면 성균관의 유생들에게도 삼복(三伏)에 나라에서 특별히 견육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요리서인「규합총서」에는 차조기 잎을 넣고 끓이면 개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하였고 털이 누런 황구는 비장과 위장에 좋으며 여자의 빈혈에 특효가 있고 털이 검은 흑구는 신장에 좋으니 남자의 정력 증강에 아주 효력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음식지미방」이라는 조선시대 요리서에는 요즈음 건강식으로 애용되고 있는 개소주의 상세한 제조법도 기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특히 삼복더위에 고추가루를 넣은 개장국에 밥을 말아 땀을 흘리면서 먹으면 더위를 물리치고 몸이 허한 것을 능히 보(補)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더위에 특히 개가 좋은 이유를 동양사상인 음양오행으로 풀어 보면 개는 동서남북의 서쪽에 해당되고 金木水火土로 치면 `金'에 해당됩니다. 여름은 남쪽이고 火에 해당되기에 더운 여름날은 `火'기운이 극성하고 불에 약한 `金'기운이 쇠퇴하기에, 이 오행의 불균형이 그대로 심신(心身)에 적용되므로 `金'기운의 쇠퇴를 보강하기 위하여 `金'기운이 왕성한 개를 먹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개는 가축이라기 보다 애완견의 의미가 더 큰 현실에 있어 아직은 떳떳이 내놓고 먹지 못하는 음식으로 되어있으나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여름의 더위를 이기게 하는 아주 훌륭한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지 않나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