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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New Story/Inside N

[종갓집 손맛] 전라남도 나주시 밀양 박씨 종가

고즈넉한 종갓집, 반동치미 한 그릇에 9대째 내림손맛을 느끼다.

음식에는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다. 전국 방방곡곡 각 지역의 음식을 들여다 보면 그 지역의 특색이 보이고, 대대로 이어져오는 음식에서는 우리네 어르신들이 살아왔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세상을 들여다보는 또 하나의 창이 된다. 수백 년간 종부에서 맏며느리로 이어져온 종갓집 상차림은 우리에게 더 큰 창을 보여준다.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손맛으로 맛의 전통을 이어가는 종갓집, 그리고 그 주역 종부를 만나 음식과 맛의 철학을 들었다. 이것이 농심의 맛에 좋은 양분이 되길 바라며.


▶ 전라도 대표 맛 고장, 나주

앞으로는 영산강이 흐르고 뒤로는 금성산이 지키고 있는 나주의 모습은 서울과 많이 닮았다. 배산임수의 지형과 비옥한 토지는 ‘나주평야’라는 유명한 고유명사를 만들어냈다. 기름진 나주평야의 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품 쌀임에 틀림없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의 풍부한 해산물과 해풍을 맞고 자라 맛이 뛰어난 채소류 역시 나주의 자랑이다. 이뿐인가, 나주 하면 누구나 배, 곰탕 그리고 홍어를 떠올린다. 나주는 예로부터 ‘남도의 맛’이라 불리며 전라남도의 대표적인 맛 고장으로 자리잡았다. 우리가 만나볼 첫 종부를 향해 주린 배를 움켜쥐고 나주까지 단걸음에 달려갔다.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오래된 고택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지키고 있어 한 눈에 이곳이 종갓집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고택 앞에 서니 시간여행을 떠나는 문 앞에 선 듯한 느낌이다. 문이 열린다. 밀양 박씨 ‘남파(南坡) 박재규’ 종가의 강정숙 종부가 인자한 미소로 맞이한다.


▶ 독립정신이 살아 숨쉬는 교육의 장

밀양 박씨 박재규 종가 가족은 200년 동안 9대째 이 터에 거주하고 있다. 입구에 중요민속문화재 제263호로 등재되었다는 안내판은 이 집의 전통을 더해준다.

<가마솥에 불을 피우기 위한 장작이 쌓여있다>

"4대조 할아버지께서 100년 전에 궁중 목수들을 불러서 지으셨어. 그 당시 전국에서 사채로는 가장 큰 집이었제~"
박경중 종손이 설명을 덧붙였다. 조선시대 말기 얼마나 부유한 집안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이 집을 판단하긴 이르다. 진정한 가치는 그 안에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과 나눔 정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고 살았던 3대조부가 돌아가셨을 때 나주지역 모든 상가가 문을 닫았다는 것은 이 지역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또한 일제 강점기 시절 의병대장 박민수와 광주학생운동의 주역이었던 박준채와 박시옥 역시 이 집안에서 자랐다. 박경중 종손의 조부 박준삼은 3∙1운동에 앞장섰다가 옥살이를 했으며 1960년대에는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사재를 털어 한별 고등공민학교를 설립했다.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교육의 길을 열여 줬으니, 이 집은 나주지역의 대표적인 교육의 장이었다. 
박경중 종손과 강정숙 종부의 인연도 여기서 시작되었다. 종부는 한별 고등공민학교 선생님으로 와 이 집안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1982년 국가 정책으로 영세민 교육비가 지원되며 학교는 문을 닫았지만 강정숙 종부는 그 자리에 한별유치원을 설립해 그 맥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농심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강정숙 종부는 한별유치원에서 맺은 농심과의 특별한 인연을 언급했다.
 
 “예전 농심 나주지점장님과 직원들 자녀가 이 유치원을 다녔어요. 그때부터 라면은 농심만 고집한답니다.”

① 강정숙 종부 ② 밀양박씨 종가 내력이 담긴 족보 ③ 매일아침 깨끗한 조왕신을 모시는 정화수를 떠놓는다


▶ 남파고택 맛의 비밀은 마음 心

<고택으로 이어진 길>

해남에서 자란 강정숙 종부는 24살의 어린 나이에 밀양 박씨 박재규 종가와 인연을 맺었다. 어린 나이에 맏며느리라는 자리가 어렵지는 않았을까?

"사실 종갓집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고 시작했지요. 다행히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덕에 요리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어쩌면 종갓집 종부는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강정숙 종부가 시집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음식에 정성을 담는 것이었다. 제사가 많은 종갓집에서 시어머니 임묘숙 노종부가 제사 3일 전부터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했던 모습을 그녀는 잊지 못한다. 매일 아침 부엌에 조왕신을 위해 깨끗한 정화수를 떠놓는 것은 아직도 지키고 있다.

"좋은 재료를 고르는 것 못지 않게 음식을 준비하는 정성을 강조하셨어요. 모든 음식을 조상님께 드리는 제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죠."
그래서일까 강정숙 종부의 몸짓과 말투는 서두는 법이 없었다. 매사에 정성을 다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있는 듯 했다. 취재 내내 다소곳한 자세에서 음식의 정갈함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고귀한 생명을 이어가는 음식은 고귀하다. 그래서 ‘음식은 생명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종부는 조상님의 생명을 모시는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어 살아있는 생명까지 살리고 이어가고 있다. 귀찮고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고 마음을 담아 음식을 만드는 손에는 우리 전통의 맛뿐만 아니라 생명의 기운을 이어가는 힘이 담겨있었다.

농심 역시 ‘음식은 생명이다’는 창업정신을 바탕으로 ‘사랑하는 내 가족이 먹는 음식, 생명을 이어가는 음식을 만든다’를 마음에 새기며 식품을 만들고 있다. 음식에 생명의 기운을 담는 종부의 손에서 農心이 보인다.


▶ 집안의 정신이 녹아있는 상차림

① 아직도 우물로 물을 기르고 있다 ② 요즘 보기 힘든 고무신이 놓여있다


종가의 대표 음식으로 종부는 ‘반동치미’를 소개했다. 모든 재료가 동치미의 반만 들어가서 반동치미다. 반은 모자름이 아니라 채울 수 있는 넉넉함이라는 종부의 설명에서 맛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반동치미는 하얀 국물의 동치미와 달리 분홍빛 저고리 같은 빛을 띠고 있었다. 이 색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고춧가루다. 무를 십자로 자르고 그 안에 갖은 채소와 과일로 만들어 새우젓국과 고춧가루로 버무린 소를 채워 넣어 반동치미를 만든다. 복잡한 과정에 손이 많이 가서 요즘은 나주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반동치미. 그래서 더 귀한 음식이다. 종갓집을 방문한 날이 마침 동지 다음날이라 종부가 반동치미가 가장 맛있을 때라며 한 접시 담아줬다. 아삭아삭 상큼한 맛이 온 입안을 시원하게 한다. 뒤에 따라오는 개운함은 금새 밥 한 공기를 비워냈다. 
대표음식은 이것뿐이 아니다. 고춧잎에 보리밥과 고춧가루, 메줏가루를 넣어 만든 집장, 그리고 깨송이부각, 김부각 역시 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강정숙 종부는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모든 음식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① 종가집 손맛에 대해 설명하는 종부 ② 밀양박씨 종가집은 나주에서도 유명한 민속자료이다 ③ 장작을 뗀 연기가 굴뚝으로 나온다

집안에는 흥미로운 내력이 하나 있다. 만 다섯 살이 되면 고기 찬이 중심으로 된 ‘외상’을 차려준다. 이는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대접해준다는 의미다. 그 뿌듯함이 집안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키워주어 훌륭한 인물이 많이 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음식은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음식은 모양과 맛, 색까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하나의 예술작품이죠."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고택에서 맛보는 종갓집의 손맛은 한 편의 예술작품 못지않은 감동을 준다. 강정숙 종부는 맛의 전통을 이어받아 예술로 승화하고 있었다. 내려 받은 넉넉한 인심을 손맛에 담아 나눔과 섬김의 미학을 실천하고 싶다는 강정숙 종부. 그 마음가짐이 음식의 진정한 맛과 가치가 아닐까?


이심전심 N Talk Editor 조이☆JOY

즐거운 인생을 꿈꾸는 농심 홍보팀 임종익입니다사내홍보를 담당하며 회사 안에 많은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이 회사생활의 큰 재미입니다. 신바람 나는 소식을 여러분께 발 빠르게 전해드리겠습니다개인적으로 음악과 파티를 좋아하며 취미로 DJ를 하기도 한답니다제 이름 종익에서 받침을 빼서 조이(JOY)입니다. 
                                                                                         twitter : @adroitj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