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식구들과 식탁에 함께 앉았습니다.
엄청난 차막힘으로 인해 2시간 반만에 집에 도착,
동생이 사온 치킨을 10시가 다된 시간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치킨집에서 준 서비스 콜라를 먹으려는 그 순간,
울 어머니, "콜라는 먹지마라, 그거 순 설탕 덩어리래!"
홍 "그래서요? 설탕 먹으면 안되나요??"
울 어머니 "설탕은 나쁜 당이라서 먹으면 몸을 망친대"
홍 "누가 그래요 ??!"
울 어머니 "지난번에 TV에서 그러던데.."
홍 "왜 설탕이 나빠? 우리 몸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만들어져 있는데.."
울 어머니 (딸의 말은 전혀 듣지 않으시며)
"케챱이고 햄버거고, 시리얼까지 설탕이 무지 들어 있다고 하더라. 세상에.. 먹을 게 없어~ 과일 먹어~"
도대체, 이게 뭔 소리인지 어리둥절하였으나,
콜라없이 치킨을 어찌 먹을소냐.. 어쨌든 맛있게 먹었습니다.
스펀지를 보니..
그 다음날 (=크리스마스), (딱히 할 일이 없던 저는..ㅠㅠ) TV를 보던 중..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KBS 인기 프로그램 '스펀지' 에 어머님이 말씀하신 내용이 그대로 나오더군요.
전문 패널로 나온 분이신가.. 그분의 이야기는 이러하였습니다.
1. 설탕은 탄수화물 덩어리인데,
2. 탄수화물은 먹은 후 몸에서 대사되면서 비타민, 미네랄등의 영양소를 쓰게 된다.
3. 그런데 정제된 설탕에는 비타민, 미네랄이 없어서 설탕을 먹으면 몸에서 비타민, 미네랄이 부족하게 된다.
4. 그래서 설탕은 몸에 해롭다.
5. 고로 영양이 풍부한 천연 유기농 흑설탕을 먹어야 한다.
결론은 이렇게 됩니다.
흰설탕 = 나쁜거
유기농 흑설탕 = 좋은거
과연.. 그럴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제가 그렇지 않다 생각하는 이유는 이러합니다.
첫째, 콜라나 케찹 등..여하튼 평소 먹는 설탕의 양으로 몸안의 비타민, 미네랄이 고갈되지 않구요
둘째, 먹을 때 설탕 덩어리만 먹는게 아니라 다른 식품들도 함께 먹으므로 자연스럽게 비타민, 미네랄을 같이 먹게 되지요.
셋째, 전에 포스팅한 대로 유기농 흑설탕을 통해 먹을 수 있는 비타민과 미네랄의 양은 무지 적어서, 왠만큼 먹으려면 이 유기농 흑설탕을 한포대 가까이 먹어야 한다는 거지요.
설탕의 정체
설탕의 정체를 밝혀볼까요?
설탕 = 포도당 + 과당
입니다.
그러니까 포도에 많은 포도당 하나에 과일에 많은 과당이 하나 만나고 있어요.
과일에도 당이 많아서 단맛이 나고 맛이 있는데,
과일에 있는 당은 과당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포도당, 과당, 설탕이 섞여 있어요.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보면,
설탕을 먹건, 과일을 먹건 우리 몸으로 들어오게되는 건 딱 2가지로 같아요.
포도당, 그리고 과당.
설탕이 해로운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울 어머니는 콜라 먹지 말고 과일을 먹으라 하셨을까요?
설탕이나 콜라에는 포도당, 과당 외에는 다른 영양이 별로 없지만,
과일에는 비타민이나 섬유소 같은 다른 영양소들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물론~! 설탕이 많은 음식을 무지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설탕만 먹고 다른 음식 안 먹으면 영량실조 걸립니다.
그렇다고 설탕 = 나쁘다 !
라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로.. 이건 아니쥐~ 라고 생각해요,.
설탕 자체가 무슨 몸에 해로운 마약 같은건 아니잖아요?
제가 여기서 드리고 싶은 메세지는 2가지입니다.
하나, 설탕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하나, 유기농 흑설탕의 잇점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
먹거리 편가르기?
저는 갠적으로 먹거리를 나쁜식품, 착한식품(?)으로 편가르는 작업을 싫어합니다.
아니, 그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바른 먹거리, 즐거운 먹거리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라 생각되거든요.
저는 건강한 '식사'가 있을 뿐이라 생각해요.
이 세상에 있는 맛있고 영양가 많은 식품들이 잘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건강한 식사 ~~
어떻게 하면 잘 어우러질 수 있는지는 차차 말씀드리기로 해요^^
P.S.
혹시나 제가 농심의 녹을 먹고 있는 사람이라서 설탕 편을 드나..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까 해서 말씀드리는데요..
참고로 농심 제품에는 설탕 많이 쓰는 제품이 별로 없답니다~
순전히 이놈의 의협심(?) 땜시..ㅋㅋ
홍경희 수석연구원 (연구개발실) | ||
연구개발실 홍경희입니다. 영양학을 공부하며 건강한 가공식품을 만들어국민 건강에 기여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품고 농심에 입사한 지 1년 반이 되었네요. 현재는 제품 영양설계를 담당하며 어떻게 하면 농심 제품의 영양가를 높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먹고 잘살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식품회사에 들어와보니 밖에서 막연히 보던 것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회사 안팎의 이야기를 앞으로 소소히 풀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