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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辛)라면을 말하다!"





빨간 포장지에 까만 붓글씨체로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매울 신(辛)자.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물론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한국의 대표라면 이미지이다. 얼마나 맵기에 저렇게 빨간 포장지로 포장을 했을까? 얼마나 얼큰하기에 강한 필력으로 매울 신(辛)자를 저렇게 크게 써 놓았을까? 아이들이 매울 신(辛)자를 몰라 푸라면으로도 불렀던 재미있는 기억의 라면이자, 국민 라면이라 불리는 신라면을 집에서 끓여 먹으면서 음식 평론가로서 신라면을 생각해 보았다.


음식 평론의 측면에서 라면을 생각해보니 실제로 쉽지가 않다. 아마도 지금까지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요리'를 평가해왔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보면 인스턴트 음식이라고 해서 좋은 '요리'가 아닐 이유는 없을 텐데 우리는 무심히 음식에 대해 선을 긋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주방에서 심혈을 기울여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수많은 연구자들과 개발자들이 만든 음식을 대량 생산하는 것인데 말이다. 향후 미슐랭에서 라면을 평가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음식 평론가들이 음식을 평가 할 때는 조리법, 식재료 선택, 맛, 메뉴의 특징, 담는 접시, 영양, 이미지, 담은 모양, 소스와 주재료의 관계 등을 바탕으로 평가를 한다. 제일 먼저 조리방법을 보는데, 조리법은 크게 습열 조리법, 건열 조리법, 복합 조리법으로 나뉜다. 지금은 라면들이 다양화 되었지만, 그래도 '라면'하면 떠오르는 첫 인상은 '얼큰한 국물'이다. 즉, 탕 타입의 끊이는 조리법이 주종을 이룬다. 그러나 향후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더 다양한 조리법들이 개발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라면의 맛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맛 평론가인 나 자신도 신라면의 맛에 평가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떻게 이 가격에 이런 맛을 낼 수 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단순해 보이는 면과 스프만으로 나름의 깊고 풍부한 맛을 내는 비밀이 궁금하여 봉투에 표기되어 있는 식재료 목록을 살펴보았다. 맛있는 재료는 거의 다 들어간 것 같다. 당연한 맛의 비밀인 듯하다. 굉장히 다양한 재료가 섞여서 얼큰한 맛에 구수하고 진한 국물 맛을 내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너무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서 각 재료 자체의 맛이 덜 강조된다는 느낌도 든다. 향후에는 맛을 내는 재료를 넣는 것이 아니라 재료의 가짓수를 줄이고 맛을 단순화시킨 소스 맛을 더 선호 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물의 양은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요즘에는 덜 짜게 먹는 것이 전반적인 추세이니 이런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뜨거운 맛의 염도는 1.2% 정도가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외국은 맛의 기준이 우리나라보다 짜기 때문에 아마도 외국인 쉐프는 라면 맛을 최우수상을 줄 것이지만 우리나라 쉐프는 좋은 평가를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도는 생각보다 매우 우수하고, 라면의 마지막 맛은 맛이 진하고 목을 통해 넘어가는 것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이 소스 재료를 가지고 양식요리 쇠고기에 응용되는 소스 개발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공연히 외국인 입맛에 맞춘 소스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스를 세계 시장에 선보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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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이미지나 식재료 선택 측면에서 보면 별첨으로 표고, 쇠고기, 고추가 올라가 있는데 세계화를 위해 쇠고기 대신 닭고기를 올려놓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외국 요리 중에는 닭고기 스프 등 닭고기 육수를 베이스 한 음식들이 많아 아무래도 더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꼭 외국인들을 위한다기 보다는 세계적인 음식이 되기 위해서 제품을 다양화 한다는 측면에서 한번쯤 고려해 볼만 하지 않을까 싶다. 


메뉴에 따른 평가 기준에 따라 라면을 수프로 보는 것이 맞는지, 서양의 스파게티로 보아야 할지 각자의 생각대로 평가 하겠지만 , 라면 요리가 국제화 되려면 스파게티 개념으로 향후에 개발시켜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습식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서양은 건식 음식문화이기 때문에 국물요리에 덜 익숙한 편이다. 오히려 스파게티 개념으로 개발해야 외국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다양한 비빔면, 볶음면 등 탕 타입과는 차별화되는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는 것 같다.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져 오감이 더욱 즐거워 질 것 같다.


라면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25년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났다. 필자가 1990년에 식문화 탐방 차 유럽으로 조리사 12명이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라면이 귀하여 해외에는 흔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같이 간 일행 한 명이 컵라면을 가져왔는데 이 라면을 먹을 방법이 없었다. 아침은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과 크로와상을 먹는 것이 전부였는데, 타지에서의 허전한 배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컵라면 하나를 웨이터에게 주고 뜨거운 물을 얻어서 컵라면에 담아 익혀 먹었다. 컵라면을 먹는 우리를 보며 외국인들은 신기해 하면서 어떻게 스파게티를 즉석에서 소스를 만들지도 않고 수프같이 먹을 수 있느냐고 신기해 했다. 가는 나라마다 컵라면을 먹는 신기한 모습을 보여 주면서 파리를 거쳐, 기차를 타고 스위스 로잔에 갔다가 몽블랑을 거쳐 이탈리아로 갔다. 심지어는 스파게티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도 결국은 참지 못하고 컵라면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지낸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가 유럽인들보다 앞선 식품을 먹었다는 생각을 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다. 음식 만드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 12명이 모두 컵라면 하나에 기뻐 들떴던 그 때 생각에 갑자기 라면 냄새가 코끝에 진동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