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이야기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식용유(edible oil)는 식물에서 유래되는 경우가 많다. 대두유는 콩, 옥수수유 혹은 옥배유는 옥수수의 씨눈, 올리브유는 올리브 과육으로 만든다. 산패가 느려 가공 식품 제조에 많이 사용되는 미강유는 쌀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쌀겨로, 팜유는 팜나무의 열매 과육으로 만든다. 고소한 참기름과 들기름은 각각 참깨와 들깨를 볶아서 만든다. 이 밖에 해바라기씨유, 카놀라유, 포도씨유 등 다양한 기름이 유통되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다양한 유지를 선택하며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식용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지 알아보자.
#. 기름의 종류와 생산
콩이나 참깨를 아무리 자세히 봐도 기름이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삼겹살의 기름은 쉽게 구별이 된다. 즉, 동물은 기름이 눈에 보일 정도로 크고 분리되어 있는 반면에 식물성 유지원료는 기름이 육안으로 잘 보이지를 않는다. 그래서 이들 식물에서 기름을 회수하는 방법을 모르는 과거에는 소나 돼지와 같은 동물성 기름을 조리에 사용하기도 했다. 식물원료에서 기름을 얻기 위해서는 씨앗이나 열매에 용매를 활용하는 특별한 처리를 해야 한다. 용매를 활용하지 않고 기계적 압착을 통해 얻는 기름도 있다. 콩이나 옥수수씨눈의 경우 유기용매를 활용하여 기름을 얻고, 올리브, 팜 열매, 참깨, 들깨는 기계적 압착 방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제조된 기름은 각 종류마다 색을 가지고 있는데, 참기름과 들기름은 진한 갈색을, 콩으로 만든 대두유는 초록색을 띄고 있다. 이 초록색은 엽록소에 의한 것이며, 시판되는 식용유처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산과 색, 특유의 향을 없애는 탈산, 탈검, 탈색, 탈취과정을 거치게 된다.
<다양한 종류의 식용유>
#. 기름의 사용과 산패
기름을 이용한 대표적인 조리방법은 튀김인데, 이것은 기름의 끓는 점이 400도 이상으로 순식간에 식품표면의 수분을 증발시켜 고소하고 바삭거리는 식감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식품 내 수분함량을 낮춰 미생물에 의해 음식이 쉽게 상하게 되는 걸 방지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라면은 바로 기름에 면을 튀겨 수분함량을 4~6%로 낮춤으로써 방부제 없이도 5개월 이상 장기보관이 가능하도록 만든 대표적인 예이다.
식용유를 오래 사용하면 '산패취'라고 하는 특유의 냄새가 생기는데, 이는 기름의 성분이 일부 변형되어 발생하는 것이다. 산패취는 기름이 공기 중에 노출되거나 온도가 높으면 더 빨리 발생하게 되지만 피할 수는 없는 현상이다. 다만, 종류와 조건에 따라 상대적인 속도가 달라질 수는 있다. 올리브유의 경우 산패취 발생이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나, 들기름의 경우 산패취 생성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이런 종류는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유지에는 엽록소나 리보플라빈이라는 물질이 소량 함유되어 있는 데 이들이 빛을 받으면 기름의 산패 속도를 매우 촉진시키게 되므로 상온에서 보관할 때도 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모든 기름은 일단 개봉하면 산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되도록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대량의 기름을 사용하는 식품 기업들은 기름의 산패 방지 등 품질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각 기업마다 방식은 다르겠지만, 기름에 튀겨 라면과 스낵 등을 생산하는 회사에서는 늘 깨끗한 기름의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일반적으로 새 기름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순환 사이클을 활용한 연속식 튀김 설비를 이용하여 항상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연속식 튀김장치>
#. 기름과 항산화제
기름에는 스스로의 산패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즉, 건강에 이로운 항산화제가 다량 함유 되어 산패를 막는다. 거의 모든 유지에는 토코페롤(tocopherol)이 함유되어 있으며 일부 유지에는 토코페롤과 유사한 토코트리에놀(tocotrienol)도 함유되어 있다. 참기름에는 세사몰(sesamol), 미강유에는 감마-오리자놀(γ-oryzanol), 올리브유에는 다양한 폴리페놀(polyphenol)이라는 항산화제가 함유되어 있다. 또한 식품 제조 업체에서는 비타민 E와 같은 천연 항산화제를 이용하여 산패를 막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기름은 식품 조리에 꼭 필요한 유익한 식재료일 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성분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열량을 많이 내므로 적정량을 다양하게 섭취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산패된 유지를 이용하여 제조된 튀김식품, 너무 높은 온도로 제조된 기름은 유해한 물질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니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통의 조리 조건에서 제조 된 튀김 및 스낵, 라면 등은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게 철저히 품질 관리가 되고 있으니 걱정을 덜어 내도록 하고, 기름의 고소한 풍미를 즐겨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