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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텐 유해성, '진실 혹은 거짓?'




최근 밀가루 음식(면, 빵 등)에 함유된 글루텐이 장질환의 주범이라는 보도와 함께 글루텐을 넣지 않은 이른바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식품 열풍이 일고 있다. 반면, 글루텐과 장질환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을 뿐만 아니라 쌀이 주식인 국내에서는 글루텐 피해가 거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글루텐은 무엇이며, 과연 유해한 것일까? 안전한 것일까?




면 요리를 평가할 때 우리는 양념이나 국물 이상으로 탱글탱글하면서도 쫄깃한 면발에 많은 비중을 둔다. 고소하고 차진 면의 맛은 인류의 식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이 쫄깃함을 만드는 것이 바로 글루텐이다. 밀가루에는 약 70%의 탄수화물과 10%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있고, 이 단백질 가운데 80%가 글리아딘(gliadin)과 글루테닌(glutenin)이다. 밀가루에 소량의 물을 넣어 반죽하면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만나 뭉치면서 그물구조를 만드는데 이것이 글루텐이다. 밀알 안에는 글루텐이 없지만, 요리로 만드는 과정에서 글루텐이 생겨나는 것이다.




글루텐은 면과 빵을 맛있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곳에 쓰인다. 점성이 강하기 때문에 케첩이나 아이스크림, 애견·물고기 사료를 만드는 데도 쓰이고, 특유의 감칠맛 덕분에 간장이나 조미료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밀가루 반죽과 글루텐 생성><밀가루 반죽과 글루텐 생성>




그런데 최근 글루텐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로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소위 '글루텐 민감성(gluten sensitivity)'을 가진 사람들, 즉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소화기질환을 비롯해 자가면역질환, 천식, 비염, 두통 등 각종 증상이 일어나 고생을 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글루텐 소화흡수력이 떨어지는데, 밀가루 음식을 먹었을 때 글루텐이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채 소장 점막에 남아 면역계를 자극함으로써 각종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글루텐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글루텐 프리 식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명 중 한 명의 미국인이 글루텐 섭취를 피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열풍은 최근 국내로까지 몰려왔다. ‘유기농’이나 ‘자연산’이라는 단어와 마찬가지로 ‘글루텐 프리’가 웰빙을 의미하는 새로운 단어로 떠오르고 있으며, 심지어는 글루텐 프리 실천이 다이어트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인식까지 확산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글루텐 프리 열풍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실 글루텐 유해성이 부각된 것은 ‘셀리악병(Celiac Disease)’ 때문이다. 이는 밀가루 음식을 먹었을 때 심각한 장내 염증이 발생하는 질병으로, 소장의 융모가 파괴돼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가 되기도 하며 심할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밀가루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1% 정도가 셀리악병을 앓고 있다.


그런데 최근 셀리악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꼭 글루텐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미국의 과학월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셀리악병의 원인을 글루텐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칼럼이 실려 화제가 됐다. 특히 한국, 일본 등 동양권에서는 셀리악병 발병사례가 거의 없어 위험성을 논하기 어려운 실정이기도 하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6월 23일 자 기사를 통해 글루텐 프리 식품이 실제로 몸에 좋다는 근거가 희박하며, 글루텐 대신 탄수화물과 당분의 함량을 높인 식품이기 때문에 오히려 비만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양한 국물로 만들어진 면(쌀, 메밀, 밀 등)><다양한 국물로 만들어진 면(쌀, 메밀, 밀 등)>




글루텐은 글루텐 민감성 혹은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일부의 사람들에게 해로울 수 있다. 그러나 민감 체질이 아닌데도 글루텐 프리 유행을 좇아 밀가루 면의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을 포기한다면, 억울한 일이 아닐까? 밀가루 면이 꺼려진다면 최근에는 쌀로 만든 면들도 많이 출시되고 있으니 이를 선택할 수도 있다. 글루텐 프리 식품을 찾기 전에 자신이 정말 글루텐에 민감한 체질인지, 아니면 단지 유행에 뒤쳐지지 않으려는 것인지 곰곰이 먼저 생각해보는 게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