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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클라마칸 사막의 위구르 민족 음식 여행

타림 분지의 오아시스 왕국 카슈가르, 호탄, 쿠차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이라고 자랑하는 게 유행이다. 중국에도 버킷 리스트에 담을 곳이 꽤 여러 곳이다. 그 중에도 대부분 사람들의 '로망', 실크로드 여행이야말로 빼놓을 수 없는 최우선 순위가 아닐까? 신강(新疆) 위구르 지역을 한가운데 광범위하게 펼쳐진 타클라마칸 사막 도시를 가로지르는 코스는 ‘담백한 무채색’ 같다. 메마른 도시건만 색다른 풍광과 함께 맛깔 좋은 곳이다.

 

중국에서 가장 서쪽 도시인 카슈가르(Kashgar)가 그 출발이다. 민족독립 투쟁이 가장 격렬한 곳이며 중국 실크로드의 초입이자 요충지이다. 키르기스스탄으로 통하는 국경 도시답게 국제무역시장 바자르(bazaar)가 유명하다. 특히 시장 곳곳에서 온갖 간식, 과일을 파는데 그 중에도 아열대 건조한 기후에서 생산되는 지역 특산품인 무화과가 눈길을 끈다. 입에 물면 물컹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여행 내내 입가에 맴돌게 된다. 이슬람 사원 주변 '천년고가(千年古街)'는 서민들의 주거지역으로 골목마다 전통음식이 많다. 카슈가르까지 왔다면 양으로 만든 순대를 꼭 맛봐야 한다. 중국 온 동네에 양고기를 재료로 탕이나 국, 꼬치구이, 바비큐 등 다양하게 요리하지만 양 순대야말로 서역 실크로드의 상징과도 같은 음식이다.

 

<무화과(왼쪽 위), 바자르국제무역시장(왼쪽 아래), 카슈가르 청진사거리(오른쪽 위), 양순대(오른쪽 아래)>

 

 


위구르 아이들의 맑고 커다란 눈망울은 중국 어디에도 없을 해맑은 인상을 풍긴다. 아이들은 골목마다 뛰어다니며 놀다가 싸우기도 하고 서로 어깨를 걸기도 한다. 살벌할 것 같은 동네지만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도 온순하고 친근하다. 햇살을 맞고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들 모습도 아이들처럼 맑은 미소를 보내주기도 한다. 양고기를 넣은 비빔면인 반몐(拌面) 한 그릇만으로도 푸짐한 밤을 보낼 수 있다.

 

<카슈가르 위구르 민족의 이슬람 사원 청진사 거리,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모습들>

 

 


동남쪽으로 국도를 달려 티베트로 가는 갈림길 도시 하얼하리커(Kargilik)를 지나간다. 거리의 한 식당은 대낮에도 양 꼬치를 굽는 냄새와 연기가 진동하고 있다. 두툼하게 대여섯 토막 난 꼬치는 숯불에 구운 맛이 싱싱한 육질을 그대로 담고 있다. 넓은 판 위에 한번에 수십 개씩 굽는 솜씨까지 생생한 것이 중국 그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다. 정육점을 겸하고 있는 식당이라 고기도 오늘 잡은 것이라는데 대추와 건포도 등을 넣고 양 갈비를 통째로 올린 폴로(boluo)를 흔히 만난다. 맛은 사진 찍는 것조차 깜박 잊을 정도로 정말 일품이다. 갈비는 뼈에 붙은 살을 스테이크처럼 칼로 발라내면서 먹어야 할 정도다. 이슬람 전통이 살아있기에 수저 대신에 손으로 밥알을 뭉쳐 먹는다.

 

<위구르식 비빔면(왼쪽 위), 양고기 꼬치(왼쪽 아래), 위구르 볶음밥 폴로(오른쪽 위), 길거리 정육점(오른쪽 아래)>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도시 카슈가르에서 동쪽으로 중원에 이르는 길은 실크로드 서역남로라 부른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뚫렸지만, 옛날에는 낙타가 터덜터덜 걷던 길이었다. 10세기경 이슬람 왕국과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메리카와트 고성이 있는 호탄(Hotan)에 이르면 사막 가운데 백옥강이 흐른다. 이곳에서 나오는 옥은 강변에 그냥 드러날 정도로 캐기 쉽기도 하지만 품질이 좋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강을 다 파헤쳐 만신창이가 됐지만, 옛날 왕국의 명당 터였음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고대에는 우전(于阗)국이라 불렸고 당나라 시대 서역의 요충지이기도 했던 불교 왕국으로 중국에 불교를 전수하던 원천이기도 했다. 호탄은 인구가 30여만 명에 불과하지만, 20층이나 되는 빌딩이 있는 신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다른 농촌에 비해 소득수준도 높은 편이라 식당도 깔끔하다. 호탄의 양고기 노린내에 다소 질린다면 서역의 건강음료인 요구르트 쏸나이(酸奶)로 입가심을 해도 좋다.

 

<메리카와트 고성의 아이(왼쪽 아래), 고성 터(왼쪽 아래), 위구르 요구르트(오른쪽 위), 호탄 백옥강(오른쪽 아래)>

 

 


이제 본격적으로 타클라마칸(Taklimakan) 사막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향해 간다. 약 600킬로미터를 10시간에 주파할 정도로 사막고속도로는 잘 정비돼 있다. 관망대가 설치된 곳도 많아서 사막 중간중간 쉬어가도 좋다. 30만 제곱 킬로미터에 이르는 넓은 사막으로 오아시스 도시가 수두룩한 타림(Talim) 분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의 웅장한 기운에 금방 심취한다. 심한 바람으로 모래언덕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유동사막’으로는 세계에서도 손꼽히건만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면 너무나 고요해 망각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모래가 발부터 시작해 온몸에 스며들 때까지 즐겨도 좋다.

 

<타클라마칸 사막(왼쪽 위), 키질 천불동(왼쪽 아래), 천산대협곡(오른쪽 위), 수바스 고성(오른쪽 아래)>

 

 


드디어 저녁 즈음 서역 불교의 중심지 쿠차(Kuqa)에 도착한다. 기원전 고대국가인 구자국(龟玆国)의 터전으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도 등장하고 고구려 유민 고선지 장군이 부임해 거주했던 수바스(苏巴什) 고성 앞에 서면 야릇하다. 비록 많이 허물어지긴 했으나 천 년 이상 지났는데도 성벽이나 봉화대 등의 윤곽이 그대로 잘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바스가 고대 여인국이었다는 전설 때문인지도 모른다. 수질 때문에 여자들은 남자아이를 낳지 못해 외부에서 입양해 종족을 유지해야 했다고 하는 신비한 분위기가 풍긴다. 당나라에 대승불교를 전한 구마라습의 흔적이 남아있으며 제2의 돈황 석굴로 불리는 키질(Kizil ) 천불동과 신비한 천산대협곡도 볼만하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거리에서 산 커다란 빵이다. 원래 페르시아 말로는 난(nan)이라 발음하며 중국 말로 낭(饢))))이라 불리는데 서역 실크로드에서 흔히 보게 된다. 보통 크기보다 두 배나 큰 걸 사다가 여럿이 종일 먹어도 될 정도다. 이 빵은 위구르 주식 중 하나로 밀을 재료로 구운 것인데 우유나 요구르트에 찍어 먹기도 하는데 그냥 먹기도 한다. 손님이 오거나 해서 만찬을 할 때도 빠지지 않는다.

 

<위구르 밀가루 빵 '난'(왼쪽), '난'파는 가게(오른쪽 위), 위구르 민족 전통공예(오른쪽 아래)>

 

 


쿠차에서 투루판(Turfan)으로 가는 길을 천산남로라 부른다. 천산산맥 남쪽에 해발이 마이너스인 도시이자 독특한 문화를 꽃피운 왕국이 있었다. 천연의 요새인 고성들과 불교 및 이슬람 유적이 혼재해 있고 서유기에 나오는 화염산도 유명하다. 분지 투루판은 해발 5천 미터 설산에서 끌어와 지하수로 사용한 불가사의한 카나트(Qanat)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특산물은 포도다.

 

최고 수준의 당도를 자랑하는 포도 생산지인데다가 건포도라고 하면 투루판을 떠올릴 정도다. 천연환경이 좋아 농촌으로 들어가면 포도를 말리는 집이 많다. 보통 흔한 것은 1근(500그램)에 우리 돈으로 1만 원 미만도 살 수 있지만 비싼 것도 많다. 색깔도 다르고 크기에도 차이가 난다. 황제에게 진상했던 것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6만 원도 넘는다. 눈으로 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다. 먹어보면 알게 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다른 포도와 달리 씨까지 함께 말렸는데 씹어먹기에도 부담 없고 영양가도 좋기 때문이다. 그냥 눈으로 보면 제대로 알 수 없다. 투루판으로 떠나 직접 맛 보면 입이 먼저 알 듯싶다.

 

<투루판 포도(왼쪽 위), 백포도(왼쪽 아래), 투루판 포도 든 아이(오른쪽 위), 투루판 건포도(오른쪽 아래)>

 

 

실크로드 여행, 꼭 가보겠다고 마음먹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거리도 멀지만 긴 여행이 될 터이니 놓치지 말고 위구르 민족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음식 속에 담긴 정서도 꼭 만끽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