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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윤혜현 교수의 재미있는 요리과학 <곡류 - 밀가루와 면 조리 노하우>

윤혜현 교수의 재미있는 요리과학

<곡류 - 밀가루와 면 조리 노하우>

 

 

 

1분이 아쉬운 바쁜 아침시간에 먹는 식빵 한 쪽, 출출할 때 끓여먹는 따끈한 라면 한 그릇, 커피에 곁들이는 쿠키와 케이크 한 조각. 우리의 삶에 소소하지만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음식들이다. 이들 음식의 공통점은 모두 밀가루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시중에는 강력분, 중력분(다목적용), 박력분 등 다양한 종류의 밀가루가 있는데, 도대체 이들은 뭐가 다른 것일까?

 

 

 

밀가루와 글루텐

 

먼저 글루텐(gluten)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밀가루의 원료인 밀에는 글루테닌(glutenin)과 글리아딘(gliadin)이라는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 밀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을 하면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 섞이면서 그물망과 같은 구조의 탄력을 가진 단백질복합체인 글루텐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시중에서 보는 밀가루(강력분, 중력분, 박력분)는 이 글루텐이 얼마만큼 생기는가, 즉 글루텐함량이 얼마인지에 따라 구분된다. 글루텐 함량이 12~16%인 강력분은 반죽을 탄력있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빵이나 파스타와 같이 쫄깃쫄깃한 식감을 주는 음식에 주로 사용된다. 중력분은 글루텐 함량이 10~12% 정도로, 우동이나 소면 등의 국수류, 그 외 다목적용으로 사용된다. 반면, 박력분은 글루텐이 8~10%정도로 과자나 케이크, 튀김류와 같이 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데 주로 사용된다.

 

 

 

<밀가루로 만든 다양한 식품>

 

 

 

재미있는 것은 밀을 재배한 지역이 서양인지 동양인지에 따라서도 글루텐 단백질 함량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서양 밀에는 단백질이 풍부해서 주로 강력분으로 가공되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쫄깃한 파스타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동양 밀은 단백질 함량이 적어 탄성이 강한 글루텐이 잘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동양 사람들은 이와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밀가루 반죽에 소금을 넣었다. 소금은 글루텐의 망상구조 내 공간을 바짝 잡아당겨 탄성을 강하게 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요즘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글루텐 단백질이 함유되지 않은 식품 즉, '글루텐프리(gluten free)' 열풍이 한창이다. 하지만 락토프리 우유가 일반 우유보다 품질이 좋은 것이 아니라 단지 소화를 돕기 위해 개발된 제품인 것처럼 글루텐프리 식품이 글루텐이 들어간 일반 밀가루 식품보다 우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글루텐으로 인해 속이 불편하거나 혹은 개인적인 기호나 호기심에 의해 글루텐 프리음식을 찾아야한다. 단순히 더 좋아 보이고, 더 건강해 보여서 글루텐프리 음식을 찾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맛있는 면발을 만들어주는 조리 방법과 과학

 

그렇다면 맛있게 라면, 파스타, 국수 등의 밀가루 음식을 즐기는 몇 가지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우리가 가장 손쉽게 많이 먹는 라면은 끓일 때 면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몇 차례 반복해보자. 꼬불꼬불한 면이 고르게 익도록 하는 동시에 순간적으로 면의 외부 온도를 낮추어 내부까지 골고루 익도록 도와준다. 또한 라면에 식초를 한 방울만 넣어주면 면이 덜 퍼지고 탄력 있게 되는데, 이는 파스타를 삶는 물에 소금을 넣어주면 맛이 더욱 좋아지는 것도 같은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참고: 파스타 삶는 소금물의 비율은 물 1L, 소금 10g이 적당하다). 단백질이 풍부한 서양의 강력분으로 만들어진 파스타면도 소금을 넣으면 글루텐 의 그물구조가 더욱 촘촘해지게 된다. 이는 파스타의 호화된 녹말이 뜨거운 물로 빠져나오지 않게 하고 면발의 식감이 제대로 살아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파스타를 삶고 나서도 식초 한 방울을 넣어주면 밀단백질들의 등전점 근처로 pH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단백질이 응고된다. 이는 면이 퍼지지 않으면서 탄성을 유지시켜 더 쫄깃한 면을 즐길 수 있게 한다.

 

 

 

면을 삶을 때 물이 끓어 넘치는 이유와 방지하는 법

 

<물이 끓어 넘치는 이유 : 밀가루의 전분>

 

 

국수를 삶을 때에는 라면이나 파스타를 삶을 때 보다 유난히 물이 끓어 넘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은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봤던 글루텐 단백질이 아닌 녹말(전분)에 있다. 물을 끓이면 냄비 아랫부분에서 발생하는 작은 거품이 물의 표면에서 터져버리면서 넘치지 않고 끓게 되는데, 국수를 넣고 끓이는 경우 호화된 녹말 때문에 작은 거품들은 잘 터지지 않는 비눗방울 같은 거품이 된다. 이렇게 터지지 않는 거품이 모여 결국 냄비 바깥까지 흘러넘치게 되는데 이를 보고 우리는 ‘국수를 삶을 때 끓어넘친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이 바깥으로 넘치지 않게 하면서도 맛있게 국수를 삶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닥이 넓고 깊은 냄비에 국수를 삶으면, 비눗방울 상태의 거품의 크기들을 크게 만들고 녹말이 엉기는 것을 방지하며 거품의 막이 얇게 형성된다. 이는 거품을 터지게 하여 덜 넘치게 한다. 또한 물이 끓어오르면 찬 물을 한 컵 부어 냄비 바닥에 생기는 작은 거품이 처음부터 다시 생기도록 만들어주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국수의 표면 온도를 낮추면서 속까지 충분히 익힐 수 있기 때문에 거품이 끓어 넘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국수를 탱글탱글하게 삶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