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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식물성 기름! 살찌지 않는다?

식물성 기름! 살찌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향상되고 문화적으로 세계화 되면서 기름진 음식위주의 서구적인 식생활 패턴으로 변하고 있다. 아무래도 담백한 식사보다는 기름진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므로 식생활 문화의 서구적 경향은 날이 갈수록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방질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에 비해 칼로리가 2배 이상 되기 때문에 체내로 흡수된 후 충분히 대사되어 소모되지 않으면 식생활로 인한 질병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방질 중에서도 식물성 기름은 동물성 지방(또는 기름)과 달리 섭취하더라도 살찌지 않는다는 주장이 항간에 널리 퍼져있다. 이러한 주장이 과연 옳은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다음의 용어와 개념을 기초로 하여 식물성 기름의 주요 특성에 대해 살펴보자.

<지방질 관련 용어>

- 지방질=지질=유지 : 지방과 기름을 통칭하는 단어 

 

- '기름' : 상온에서 액체상태로 존재하는 지방질

- 지방산(fatty acid) : 지방질을 구성하며 지방질의 특성을 결정하는 주 요인.

물리화학적 성질이 지방질과 유사하여 지방질에 포함하여 설명하기도 함

 

* 지방과 기름은 예외적인 경우가 존재하므로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음.

 

식물성 지방질은 주로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상온에서 액체상태로 존재하므로 '기름'이라고 표현하는 반면, 동물성 지방질은 주로 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일반적으로 상온에서 고체의 형태로 존재하므로 '지방'이라고 표현한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앞선 부분에서 밑줄을 그어 '체내로 흡수된 후'라고 강조하여 표현한 이유는, "식물성 기름이 살을 찌게 하는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식물성 기름의 '체내로 흡수'라는 현상 파악이 가장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부연하자면, 식물성 기름이 흡수되면 동물성 지방이 체내로 흡수되어 분해대사를 거치는 과정과 거의 유사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발생하는 열량은 동물성 지방과 거의 유사한 정도(미미한 수준 차이로 낮은 정도)이다. 따라서 "식물성 기름이 우리 몸을 살찌게 하는지? 아닌지?"의 판단은 식물성 기름과 동물성 지방과의 열량(칼로리) 차이가 아니라 체내로의 흡수 여부에 달려있다. 다시 말해, 만약 지방질을 섭취하더라도 체내로 흡수되지 못한다면 그냥 몸 밖으로 배설되므로 우리 몸을 살찌게 하는 현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우선하여 식물성 기름의 체내흡수 여부를 알아야만 할 것이다.

 

 

<식물성 기름>

 

 

 

따라서 본 글에서는 식물성 기름의 흡수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먼저,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 속의 지방질은 위장을 거쳐 '담즙산 염(bile acid salt)'의 도움으로 체내로 흡수되는데, 이때 동물성 지방(구성하는 포화지방산이 일직선으로 곧게 펴진 상태)이 식물성 기름(구성하는 불포화지방산이 ‘L’자로 구부러진 상태)보다 흡수되기 쉬운 형태이다. 그 이유는, 담즙산 염이 '마이셀(micelle)'이라고 불리우는 둥근 구(球) 형태의 미세입자를 형성하여 그 내부에 지방질을 감싸 운반하여 소장말단 부위에서 체내로 흡수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때 곧게 펴진 형태의 동물성 지방은 마이셀의 미세입자 형성을 쉽게 하지만, 구부러진 형태의 식물성 기름은 이러한 마이셀 미세입자의 형성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즉, 식물성 기름의 흡수율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식물성 기름을 구성하는 불포화지방산의 구부러진 구조에 기인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부러지는 현상은 지방산의 '이중결합' 즉 '불포화' 현상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므로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바로 불포화도에 관한 것이다. 식물성 기름을 주로 구성하는 불포화지방산은 이중결합이 있으며, 이때 구부러진 구조를 하는 이중결합의 갯수가 많을수록 불포화도가 높다고 표현한다.

 

따라서 불포화도가 높을수록 여러 번 구부러지는 구조를 가지며, 이러한 구부러지는 정도에 따라 흡수율이 결정되는데, 불포화도 즉 이중결합이 5개 미만인 경우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이셀 미세입자 형성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중결합이 5개 이상 포함된 고도불포화지방산이 들어있는 기름은 과도하게 많이 구부러진 형태여서 체내로의 흡수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의 예를 들면, 올레산(이중결합이 1개이며 탄소수가 18인 불포화지방산)이 주성분인 올리브유는 구부러진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우리가 섭취하면 체내로 흡수되어 여러 가지 기능성을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육체적 운동이나 두뇌 활동을 게을리하여 올리브유로부터 발생하는 칼로리(열량)를 충분히 소모하지 않으면 이는 우리 몸의 지방조직으로 축적되어 살찌게 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식물성 기름의 경우, 예를 들어 대두기름, 옥수수기름, 들기름, 참기름, 해바라기기름, 포도씨기름 등은 대부분 이중결합이 5개이하인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체내로 흡수된다고 알려져 있다. 단, 이중결합이 2개, 3개 등으로 증가하여 불포화도가 높아질수록 구부러지는 구조가 많아서 흡수율이 다소 감소할 수는 있다.

 

그런데 반대로, EPA(eicosapentaenoic acid, 이중결합이 5개이며 탄소수가 20인 고도불포화지방산)나 DHA(docosahexaenoic acid, 이중결합이 6개이며 탄소수가 22인 고도불포화지방산)와 같이 이중결합이 5개 이상인 고도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한 심해상어 간 기름이나 생선기름과 같은 동물성 기름의 경우는 체내로 흡수되는 경우는 희박하여 체내흡수에 의한 각종 기능성 효과를 누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체외로 배설되면서 장의 연동운동을 돕는 역할을 하여 배변작용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살찌게 하지는 않으면서 식품의 맛이나 물성을 증진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만약, 이중결합이 5개 이상인 고도불화지방산에 의한 산화방지, 심혈관계 질환예방, 고지혈증 예방 등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체내 흡수율을 높이고자 한다면 고도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한 기름의 흡수를 높이기 의한 방법론을 이용해야 하며 이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어 현재 상용화된 형태의 제품들도 출시되어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구입하여 섭취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식물성 기름의 경우는 불포화도가 높으면 흡수율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대부분 체내로 흡수가 되며, 해양동물성 기름 등 이중결합이 5개 이상인 EPA나 DHA와 같은 고도불포화도 지방산을 함유한 동물성 기름의 경우는 체내로의 흡수가 어렵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식물성 기름은 대부분 체내로 흡수되어 식물성 기름 고유의 기능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동시에 열량원으로서도 활약할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운동해서 소모하지 않으면 우리 몸을 살찌게 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