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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윤혜현 교수의 재미있는 요리 과학 ⑤ 유지와 튀김

윤혜현 교수의 재미있는 요리 과학 ⑤

유지와 튀김

 

 

 

<맛있는 튀김요리>

 

바삭하고 맛있는 튀김 음식은 멈출 수 없는 유혹이다. 하지만 튀김 기름이 갖는 유해성 논란은 좀처럼 흘려듣기 어렵다. ‘튀기지 않은 치킨/도넛’이나 ‘소량의 기름으로 튀김을 가능하게 하는 가전기기’의 출시는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튀김기름, 도대체 무엇이 건강에 해로우며, 어떻게 하면 올바르고 맛있게 이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 오래된 튀김기름이 몸에 해로운 이유

 

유지나 지방을 다량 함유한 모든 식품은 저장 중에 공기 속 산소를 흡수하여 산화되거나 알칼리나 효소에 의해 가수분해 되어 산화된다. 우리는 이를 산패라고 부른다. 특히 대기 중의 산소에 의해 서서히 자연발생적으로 진행되는 ‘자동산화’는 그 발생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이 신선한 지질을 섭취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질이 공기 중의 산소를 만나 흡수하는 속도는 처음 일정 기간 동안에는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산소의 흡수속도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자동산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므로 각종 카르보닐 화합물의 생성량이 증가하여 산패취가 나기 시작한다.

 

또한 여러 산패물들의 중합체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점도도 높아진다. 사용한 프라이팬에 남아있는 기름을 바로 닦아내지 않으면 끈적끈적하고 잘 흐르지 않는 기름으로 변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산화된 기름은 몸에 좋지 않은 물질을 생성할 뿐 아니라 체내에서 산화를 일으켜 여러 암과 퇴행성 질환 등 병을 일으키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산패물은 가급적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더불어 항산화성분들을 섭취하는 것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 유지 산패에 영향을 주는 요인

 

유지의 산패가 최소화 되도록 유지를 잘 보관하고 사용하는 것은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유지 산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기억해보자. 유지는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가진 기름일수록 포화지방산을 많이 가진 기름보다 산화되기 쉽다. 따라서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기름을 사용한다면, 제조날짜를 확인하여 신선한 기름을, 적은 용량으로 구입하여 빨리 먹도록 한다. 또한 유지는 온도가 상승하고 광선을 받으면 빨리 산패되므로 이와 같은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급적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해야한다. 사용하기 쉽도록 투명한 병에 기름을 담아 화기 근처에 두고 사용하는 걸 볼 수 있는데, 빛과 따뜻한 온도에 의해 산패가 촉진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외에도 수분활성도나 효소, 중금속 등 다양한 요인들이 산패에 영향을 준다.

 

 

 

▶ 튀김 요리 시 주의할 점

 

가정에서 튀김을 할 경우 유의해야 할 점을 살펴보자. 튀김요리를 할 때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속은 익지 않고 겉만 타버리는 것이다. 속까지 익으면서도 튀김옷이 바삭하게 되도록 튀김을 하는 방법은 재료에 맞는 올바른 기름의 사용과 기름의 온도저하 방지이다.  

 

식품을 바삭하게 튀기기 위해서는 식용유와 같은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고, 촉촉하게 튀겨내려면 돼지기름 등의 동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가정에서 튀김용 기름을 다양하게 구비해 놓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온도 저하를 막기 위한 주의만 기울여도 큰 도움이 된다. 가정에서 튀김요리를 할 때에는 재료를 조금씩 넣고 튀기고, 넉넉한 양의 기름을 사용해야 기름의 온도가 내려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는 튀김 기름을 재사용하지 않고, 폐유의 처리가 번거롭다. 따라서 소량의 기름을 사용하고, 재료를 한 번에  그리고 튀김을 할 때에도 재료를 한 번에 많이 넣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맛있는 튀김을 만드는데 방해가 된다. 과도한 재료의 투입은 기름의 온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소량씩 재료를 넣어 튀기는 것을 꼭 지키는 것이 좋다. 열용량이 크고 묵직하며 두꺼운 것 튀김용 팬을 사용하면 전체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하면서 열을 비축할 수 있어 온도 저하를 막을 수 있다.

 

 

 

▶ 튀김 기름의 처리

 

한번 튀김에 사용한 기름은 앞서 말한 ‘산패를 촉진시키는’ 모든 요인을 가지고 있다. 공기 중의 산소와 빛을 접했고, 이미 가열되어 온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튀겨낸 후 남은 기름의 양이 많을 경우 버리기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한 튀김기름의 적정성 한계는 산가≤2인데, 다행히 가정에서 1회 사용한 튀김용 기름의 산가는 최고치가 05 이하라고 한다. 따라서 만약 튀김에 사용하고 남은 기름이 다량이라 버리기에 아깝다면 남은 기름의 찌꺼기를 걸러내고 어둡고 서늘한 곳에서 보관하여 빨리 사용하도록 한다. 기름에서 나쁜 냄새가 나고 색이 진하며 잘 흐르지 않으면 수명이 다한 것이니 폐식용유 처리를 하여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 바삭한 튀김 반죽을 만드는 법 
 

<바삭한 튀김을 만들기 위한 반죽 노하우>

 

 

 

튀김에 사용할 반죽의 상태도 바삭한 튀김의 식감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튀김옷 반죽은 끈기가 지나치게 많으면 잘 튀겨지지 않거나 쫀득해져 튀김 특유의 바삭하고 부드러운 맛이 사라진다. 이는 튀김옷의 밀 글루텐이 활성화되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튀김에는 글루텐 함량이 적은 박력분을 사용해야 하며, 글루텐의 활성을 억제하기 위하여 낮은 온도의 물을 사용하면 좋다. TV 등 여러 매체의 요리 프로그램에서 튀김옷을 반죽할 때 얼음물로 반죽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반죽을 열심히 저으면 글루텐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너무 오래 저어주지 않는 것이 좋다.

 

 

 

▶ 튀김과 기름의 온도


마지막으로 튀김요리에 적합한 기름의 온도를 알아내는 방법을 알아보자. 튀김요리는 재료의 영양 손실을 최소화하고 특유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보통 150~190℃의 고온에서 단시간 내에 조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온도는 튀김옷을 약간 떼어 가열된 기름에 떨어뜨렸을 때 튀김옷이 떠오르는 속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튀김옷을 튀김기름에 떨어뜨렸을 때 바닥에 가라앉았다가 천천히 떠오르면 약 150~160℃, 중간까지 가라앉았다가 곧 떠오르면 170~190℃, 가라앉지 않고 바로 표면에 흩어질 경우 190℃이상의 고온상태라고 판단한다. 이는 모든 액체나 고체는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부피가 팽창하기 때문에 비중이 낮아지는 원리를 요리에 이용한 것이다(비중=무게/부피). 기름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튀김옷의 비중이 낮아져 점점 높은 곳에 머무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지 산패와 반죽 만들 때의 유의점을 잘 기억하여 맛있는 튀김을 건강하게 즐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