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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식 교수의 '식품바로알기'④

지방질이 나쁜 것, 식이섬유는 좋은 것?

 

 

 

며칠 전 실험실 학생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있던 중에 석사과정 김충순이라는 학생이 요즘 살이 쪄서 고민이라면서 식단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았다. 되도록이면 살이 찌는 음식은 피해서 밥을 먹는다면서 ‘지방질은 나쁜 적(敵)이고 식이섬유는 자신에겐 너무나도 좋은 동지’라는 표현을 하였다. 지방질과 식이섬유에 대한 사고를 바로잡아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얼른 밥상머리 교육을 시작하였다. 일단 기본적으로 생물학적 그리고 화학적인 측면에서 지질과 식이섬유를 비교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운을 떼면서 일방적인 교육(?)이 시작되었다.


충순아! 일단 좋고 나쁨을 따지기 전에 지방질(lipid)이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자.


네가 말하는 ‘지방질’이란 물에 녹지 않고 클로로폼(chloroform)이나 벤젠(benzene)과 같은 비극성 유기용매에 녹는 물질을 통틀어 이르는 것으로서, 생물 조직의 주요 성분과 주요 영양소 중 하나란다. 기름, 지방, 지방족 알코올, 트라이아실글리세롤, 인지방질, 왁스, 스테로이드, 터페노이드, 일부 호르몬과 지용성 비타민이 이에 속하는 것이지… 따라서 지방질은 너무나 넓은 범위에 걸쳐 있기에 여기서는 지방질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중성지방질(neutral lipid)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 보자꾸나.


지방질은 우리 몸 속의 저장 연료로서 글리코겐이나 녹말과 같은 다당류보다 2가지 정도 월등한 이점을 가지고 있단다. 먼저, 지방산의 탄소원자들은 탄수화물보다 더 환원된 상태이기 때문에 중성지방질이 산화되면 탄수화물보다 2배 이상의 에너지 즉 1 g 당 약 9.3 kcal를 생성하게 되지. 또한 중성지방질은 소수성(hydrophobic)이며 수화(hydration)되어 있지 않으며 그렇게 존재할 필요성도 높지 않기 때문에, 수화되어 있는 탄수화물(예를 들면 다당류)을 체내 에너지 연료로 가지고 있을 때와는 달리 지방질을 연료로 사용할 경우에는 수화와 관련한 여분의 물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단다.


이를 에너지 측면에서도 함께 살펴볼까? 우리 인간은 피하, 복강, 젖샘 등에 주로 지방세포(adipocyte)로 구성되어 있는 지방 조직을 가지고 있지… 지방세포엔 많은 양의 중성지방질이 저장되어 있는데, 약간 비만인 사람의 경우 15~20 kg이 저장되어 있어서 이 저장된 지방만 가지고도 한 달 정도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족시킬 수 있지요. 이와는 대조적으로 글리코겐 같은 경우에는 하루 사용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에너지 밖에 저장할 수 없단다.


지금까지의 사항들을 요약해서 생각해 본다면, 체내에서 에너지화 되는데 지방질의 활용도나 이용률 측면에서 생물학적으로 엄청(?)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

 

 

 

▲<지방질이 많은 식품들(왼쪽부터 땅콩, 깨, 버터, 아이스크림)>

 

 

 

반면, 네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식이섬유라는 물질에 대해 정의부터 차근차근 알아보자꾸나.


식이섬유(dietary fiber)란 장에서 소화효소로 가수 분해되지 않는 식물의 세포벽에서 오는 탄수화물의 복합 혼합물 즉, 비 녹말 탄수화물을 일컫는단다. 식이섬유는 불용성 셀룰로스(불용성 식이섬유)와 가용성 펙틴, 헤미 셀룰로스와 검 물질(수용성 식이섬유) 그리고 리그닌을 포함하지… 원래는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없는 물질 중 하나로 여겨졌었는데, 1970년대 초부터 식이섬유를 적게 섭취하는 사람일수록 대장암을 비롯한 심장병과 당뇨 등 성인병이 많다는 학설이 발표되면서 관심이 높아진 거란다.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 과일, 해조류(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부추, 당근, 키위, 바나나, 미역)>

 

 

 

식이섬유 그 자체로는 영양적인 가치는 없는데, 현대인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지요. 왜냐하면 식이섬유가 많은 식이(diet)는 비만과 변비를 막는 데 도움을 주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출 뿐 아니라, 암 발생의 위험성을 줄여주기까지 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식이섬유는 이전의 칼럼에서 말했다시피 우리 몸 속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가수 분해가 되지 않아 그 자체로서 몸 속에서 활용도는 매우 낮다고 할 수 있지요. 체내에서 에너지 생성은 탄수화물, 지방질, 단백질과 같은 영양소 섭취를 통해서 이루어지기에 식이섬유는 에너지 측면에서는 거의 무가치하고, 애초에 영양소와는 그 기능이 다른 것이란다. 다만 네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던 것은 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생활 습관이 많이 서구화되어가면서 발생하는 각종 식생활 습관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좀 더 부연해서 설명하자면, 최근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득이 많이 향상되었고, 이에 따라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많은 문화를 수용하고 있으며 음식과 관련해서도 종전의 식습관에서 이제는 기름진 음식 위주의 서구적 식습관으로 인해 필요 이상의 많은 에너지원의 섭취와 관련된 각종 식생활 습관병이 만연해가고 있다는 경향은 너도 이미 잘 알고 있겠지?

이에 따라 건강과 다이어트 측면에서 지방질이 너의 적일 수 있다는 설(?)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지. 그렇다면 이러한 설(?)이 과연 옳은 것인지 식이섬유의 대사(metabolism) 측면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할까?


일단 식이섬유가 체내에 들어오게 되면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위장에 머무르며 포만감을 줄 수 있단다. 또한 소장과 대장을 거치면서 각종 영양성분들을 흡착해서 체외로 배출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몸 속의 많은 열량원들을 제거시켜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고 볼 수 있겠지? 대장의 연동운동까지 촉진시켜 변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짧게 하고 배변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변비도 없어지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거지...


그런데 아무리 기능적으로 좋다고는 하지만, 과도하게 많이 섭취하게 되면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식이섬유의 경우에는 칼슘, 철분, 아연과 같은 무기질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해. 즉 식이섬유는 만연해 있는 현대인의 식생활 습관병을 예방하기 위해 이로운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일 뿐, 에너지와 생물학적 가치 측면에서는 지방질이 최고라는 것! 이제는 이해하겠지?


결론적으로 지방질과 식이섬유에 관해 오해할 수도 있는 진실에 관하여 말하자면, 식이섬유가 체중 감량에 이로운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생물학적 그리고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지방질의 가치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한 것이란다. 단지 여유로워진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무기력해지고 운동에 소홀해짐에 따라 식이섬유의 달콤함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상의 내용은 서울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효소공학실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에서 주고 받았던 내용을 간추려 본 것으로 여러분들의 지식 쌓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1. 부초 2016.10.03 1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방질 식품에 대한 오해를 풀게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2. 현지 2017.07.26 0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ㅎ 궁금증이 해소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