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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⑥ 음식의 맛과 온도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⑥

음식의 맛과 온도




사람에 따라서 맛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맛을 잘 보고 잘 판별하는 소믈리에 같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맛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차이가 나는 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에 따른 차이는 접어 두고라도 똑같은 음식이 어떤 상태의 온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음식을 선택함에 있어 어떤 경우는 찬 것을 원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따뜻한 것을 원한다. 그것은 온도에 따라 맛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과일 이미지(누들푸들 레시피-웰치보드칵테일(좌), 복숭아청포도웰치스펀치(우)>


나는 과일을 냉장고에 넣어 놓지 않으면 잘 먹지 않는 습관이 있다. 아내가 과일을 깎아서 가져 오더라도 시원하지 않으면 잘 먹질 않는다. 왜냐하면 맛이 없기 때문이다. 늘 과일은 차게 보관하여 깎아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그 이유는 과일이 더운 상태로 있으면 똑같은 과당과 포도당이 약간 덜 단 상태의 맛을 제공하지만 찬 상태로 보관이 되면 단맛이 더 강한 상태의 과당과 포도당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과일 속의 과당이나 포도당 함량은 항상 일정하지만 이들 당이 어떤 구조 형태를 취하느냐에 따라 단맛의 정도가 각기 다른데 과당은 알파형과 베타형이 섞여 과일 속의 물에 녹아있다. 과당의 베타형은 알파형에 비해 약 3배나 달고 온도에 따라서 베타형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알파형으로도 존재하기 때문에 과일 속에 있는 과당은 온도에 따라 각기 단맛의 차이를 보여 준다. 다시 말해서 온도가 내려가면 알파형의 일부가 베타형으로 전환되어 더 달게 느껴진다. 하지만 너무 차갑게 하면 오히려 혀의 감각이 둔해져서 단맛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맛있는 과일을 먹고 싶다면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한 후 차게 되었을 때 먹는 것이 보다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길이다.

우리의 음식은 밥상을 차리면 한상 그득하게 깔아놓는 것이 특징인데 반하여, 중국음식이나 서양음식은 한 번에 다 나오질 않고 하나씩 하나씩 코스대로 나온다는 점이 다르다. 이런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서양음식이나 중국음식은 우리 음식과 다른 방법으로 조리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음식에 사용되는 기름은 식물성 기름을 주로 사용하는데 비하여 중국음식에서는 동물성기름을 쓰고 있어 더울 때는 맛이 있지만 식어 버리면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우리처럼 한상에 가득 차려 놓을 수가 없다. 동물성 기름은 높은 온도일 때는 제 맛을 내기 때문에 맛있게 느껴지지만 음식이 식어버리면 기름이 액체 형태보다는 고체형태로 변화되면서 맛이 없게 느껴진다. 기름처럼 느끼한 맛은 온도에 매우 민감한 성분으로 미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중국 음식은 집으로 배달시켜 먹는 것보다는 수고스럽더라도 중국집을 방문하여 따뜻한 상태에서 먹는 것이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결이다.



<아이스 커피 이미지(누들푸들 레시피-강글리오에이드)>


커피를 미지근한 물로 타서 50oC 정도 되는 상태로 제공하면 많은 사람들이 커피 맛이 없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것이지만 좋은 향기성분을 접할 수 없고 맛도 제 맛을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커피 속에 들어 있는 성분을 추출하는 온도에 따라 녹아나오는 성분들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커피나 녹차에는 쓴맛을 내는 카페인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차를 준비하여 제공할 때의 물의 온도에 따라 그리고 카페인과 물이 접촉하는 시간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는데 높은 온도의 물로 타거나 물과 접촉한 시간이 길수록 카페인 성분은 많이 울어 나온다. 카페인 성분이 많이 나오면 자연 입맛으로는 쓰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와 달리 낮은 온도로 커피나 녹차를 타면 카페인이 충분히 녹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쓴맛이 덜 한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더치커피의 경우 뜨거운 물이 아닌 실온의 물로 오랜 기간 커피를 추출해 내어 먹는 타입으로 낮은 온도에서 추출하다 보니 자연 카페인의 양은 적은 커피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커피를 맛있게 끊이는 물 온도는 팔팔 끊는 90~100oC 이고 녹차는 80oC일 때가 가장 맛있다. 이 온도를 벗어나면 녹차에서는 떪은 맛이 더 난다. 녹차의 맛성분 중에 하나인 카테킨은 차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수용성 성분으로 차의 맛을 결정한다. 녹차 안에 카테킨 함량에 따라 떪은 맛이 덜 느낄 수도 있고, 또 더 느낄 수도 있다.


한편 차게 만든 커피의 경우 쓴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온도에 따라 혀가 맛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서 그런데 온도가 높을 때는 신맛과 떫은 맛을 강하게 느끼지만 온도가 낮아지면 쓴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물론 짠맛도 많이 느끼게 된다. 식초나 크랜베리처럼 시거나 떫은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온도를 낮추어 차갑게 먹는 편이 좋다. 그리고 몸이 아파서 먹게 되는 가루약의 경우 쓰디쓴 약을 잘 못 먹는 사람들은 따뜻한 물과 함께 먹으면 쓴맛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탄산음료 이미지(누들푸들 레시피-웰치스 청포도 칵테일(좌), 웰치보드칵테일(우)>


설렁탕을 먹게 되는 경우 많은 사람들은 맛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소금부터 먼저 넣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맛은 알맞게 간이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뜨겁기 때문에 제대로 짠맛을 느낄 수가 없어 싱겁다고 판단을 하여 소금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설렁탕을 좀 식은 후에 먹어 보면 짭짭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이것은 뜨거운 상태에서는 짠맛이나 신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마 콜라를 데워서 먹는 사람은 없겠지만 보관을 차게 하지 않은 경우 미지근하게 데워진 경우 콜라의 새큼한 신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콜라는 냉장고 넣어 차게 하여 판매를 해야 소비자들이 신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음식이나 음료수의 온도가 변하면 맛이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치킨 바베큐, 설렁탕, 햄버거 등 기름기가 많은 음식의 경우 따뜻할수록 감칠맛이 나며 과일주스나 팥빙수의 경우는 차가워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아하지만 미지근하면 선호도는 떨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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