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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홍경희 교수의 ‘건강한 영양학’ 시리즈 ① 뼈를 고아먹으면 뼈에 좋을까요?


홍경희 교수의 ‘건강한 영양학’ 시리즈

① 뼈를 고아먹으면 뼈에 좋을까요?




어떤 음식이 뼈에 좋을까요? 쉽게 생각하면 뼈에 좋으라고 먹는 거니까 그냥 뼈를 먹으면 제일 좋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단 튼튼한 뼈를 위해서는 뼈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를 먹어주는 것이 좋겠죠. 모두 잘 아시다시피 뼈의 주요 성분은 칼슘입니다. 칼슘을 먹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뼈를 먹는 방법과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먹는 방법이죠.



<사골>



사골국

우선 뼈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까요? 일단 소뼈같이 큰 뼈는 너무 단단해서 우리가 씹어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물에 넣고 고아서 사골국으로 먹습니다. 끓는 물에서 몇 시간을, 아니면 하루 종일 푹푹 고았을 때 사골에서 칼슘이 얼마나 녹아나올까요? 사골 1kg을 고았을 때 녹아나오는 칼슘은 100mg 정도입니다. 0.01% 밖에 안되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그것도 사골을 12시간 정도 고았을 때 칼슘 용출양이 최대치에 이르고 이후 재탕, 삼탕.. 여러번 고아먹으면 칼슘 용출량이 줄어듭니다.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사골국 한 그릇에는 칼슘이 10mg 정도 들어있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의 양이냐면, 성인 남자는 하루 800mg, 여성은 700mg이 권장섭취량이니 이 사골국을 하루에 70~80그릇 먹어야지 권장량만큼 먹을 수 있는 그런 있는 둥 마는 둥 한 양입니다. 결국 사골국으로 칼슘을 먹겠다는 바램은 헛된 바램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사골국으로 칼슘을 먹는 것이 헛된 일인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칼슘은 먹은 것이 모두 우리 몸 안으로 흡수되지 않습니다. 보통 20~40%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다 변으로 나가버리기 때문에 최대한 흡수율을 높이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런데 칼슘에 비해 인(P)이라는 무기질이 너무 많으면 장에서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식품의 칼슘 : 인의 비율이 중요한데요, 사골국에는 인이 칼슘의 2~3배로 많습니다. 따라서 사골국에 칼슘이 얼마 들어있지도 않지만 오히려 인이 많아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멸치/우유/시금치/두부(왼쪽부터 시계방향순)>



멸치

그렇다면 쉬운 방법을 선택해보지요. 뼈째 아작 아작 씹어 먹을 수 있는 작은 뼈를 찾으면 됩니다. 뼈째 먹는 작은 생선, 멸치와 뱅어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중년 여성들이 골다공증 진단을 받으면 제일 많이 찾는 것이 멸치인 것 같습니다. 멸치는 그야말로 칼슘 덩어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끼 식사에서 반찬으로 먹는 정도의 멸치볶음(15g)에는 칼슘이 150mg 가까이 들어 있으니까요. 세끼 식사에 모두 멸치볶음을 챙겨 먹으면 권장섭취량을 충분히 달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멸치로 칼슘을 먹을 때 생각해야 할 것이 2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멸치를 통째로 다 먹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제가 이런 분들을 자주 뵈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국이나 찌개를 끓이면서 다시멸치를 사용하여 국물을 내고 그 멸치는 건져 버린 후 멸치를 먹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멸치의 뼈를 먹어야 칼슘을 먹는 것인데 말이죠. 멸치육수에는 칼슘이 거의 없습니다. 여기까지 말씀드리면 또 많은 분들이 육수 내고 건져낸 멸치를 억지로 드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물론 칼슘 섭취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사실 맛이 다 빠져나간 멸치 드시기가 쉽지 않으니 그냥 잔멸치로 드시는 것이 즐거운 식사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멸치로 칼슘을 먹을 때 생각해야 할 두 번째는 멸치에는 칼슘 뿐 아니라 나트륨, 즉 염분도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잔멸치 1인분(15g)에는 나트륨이 130mg, 그리고 멸치볶음 1인분(15g)에는 280mg 정도입니다. 김치 1인분(50g)에 나트륨이 400~100mg 정도 들어있는 것을 생각하면 멸치의 나트륨도 만만치 않은 양입니다. 하루 종일 멸치볶음으로만 칼슘을 권장섭취량만큼 먹는다면 나트륨을 1500mg 정도 먹게 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나트륨 1일 목표섭취량(2000mg)의 3/4만큼이나(!) 먹게 되는 셈입니다.



나트륨을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있는 칼슘을 소변으로 배설시키는 양이 많아집니다. 열심히 칼슘을 먹어 놓고 소변으로 내보내게 된다면 좀 억울한 일 아니겠어요? 따라서 칼슘을 드실 때 너무 멸치나 뱅어포 같이 뼈째 먹는 생선에만 의존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은 아니겠습니다.



우유

뭐니 뭐니 해도 칼슘 먹기 가장 좋은 것은 우유입니다. 우유 1컵(200ml)에는 칼슘이 200mg 들어 있습니다. 기억하기 쉽지요? 200ml에 200mg.. 하루에 우유 2컵이면 권장섭취량의 반은 충분히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유는 칼슘의 함량이 높기도 하지만 칼슘의 흡수율 또한 높아 더욱 유리합니다. 우유에는 칼슘 뿐 아니라 인도 많기 때문에 뼈 건강을 위해서는 오히려 우유를 먹지 말자는 주장도 일부 있는데요, 우유의 칼슘 : 인의 비율은 1.1:1 정도입니다. 칼슘의 흡수율은 칼슘 : 인의 비율이 거의 같을 때 최대가 되는데요, 우유가 딱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유는 입맛에 맞지 않거나 먹으면 속이 불편해서 먹기 힘든 분들이 꽤 계시지요. 그런 분들은 요구르트를 드세요. 치즈를 먹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은 요구르트나 치즈의 종류들이 매우 다양해지고, 또 맛있는 것들도 많아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채소

사실 채소에도 칼슘이 꽤 들어있습니다. 시금치나 근대 같은 채소 1인분(70g)에는 칼슘이 약 100mg 정도 들어있으니까 많이 먹으면 우유 못지않은 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흡수율입니다. 흡수율이 5%도 안 되거든요. 그래도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아주 많이 먹으면 도움이 되니 일부러 안 먹을 필요는 없고, 시금치나물이나 근대국 등으로 맛있게 먹으며 칼슘 섭취에 보탬을 주면 되겠습니다.



그럼 채소 중에서 칼슘도 많고 흡수율도 높은 것은 없을까요? 브로콜리나 케일이 그런데요, 브로콜리 1인분(100g)에는 칼슘이 약 100mg, 케일(100g)에는 약 180mg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이 채소들의 칼슘 흡수율은 50% 정도이니 칼슘 먹기에 아주 좋은 식품들입니다.



두부

칼슘 먹기에 좋은 또 권하고 싶은 식품은 두부입니다. 두부 1/5모에는 칼슘이 약 150mg, 순두부 1컵에는 약 240mg 들어있습니다. 두부는 그냥 먹어도 맛있고, 국이나 찌개에 쉽게 넣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우유 먹기보다 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두부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고 불리는 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도 풍부하기 때문에 특히 갱년기 여성들의 뼈 건강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해조류

해녀분들이 골다공증 없이 뼈가 튼튼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연구된 결과는 없으나 아마도 해녀분들이 미역 같은 해조류를 많이 드신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조류, 그러니까 바다의 채소, 해초에 칼슘이 꽤 들어있습니다. 물미역 1인분(50g)에는 칼슘 약 50mg 들어있으니 미역국을 자주 드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해조류 중 꼬시래기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요, 여기에는 1인분(50g)에 칼슘이 300mg이나 들어있다니 우유 못지 않습니다.

 



그리고 혹시 아시나요? 우리가 참으로 자주 먹는 음식에 칼슘이 꽤 들어있는데요, 바로 라면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제일 많이 먹는 라면인 신라면 한 봉지에는 칼슘이 144mg이 들어있습니다. 우유보다 조금 적지만 권장섭취량의 20% 정도를 먹을 수 있는 양이니 생각보다 괜찮지요?


생각해보니 뼈를 그냥 먹는 것보다 칼슘을 먹는 좋은 방법들이 많이 있지요? 건강하게, 그리고 맛있게 먹으며 튼튼한 뼈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참, 그리고 햇빛을 쐬어 비타민 D를 충분히 만드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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