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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하고 푸짐한

독일 전통음식 크뇌델 (Knödel)

 

 

 

8월 초인 요즘, 시내에 나가면 일주일 혹은 보름씩 휴가를 간다고 공지를 해 놓은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을 뒤돌아보면 여름 휴가는 3일을 낼 수 있으면 길게 낼 수 있었던 기억인데, 그에 비하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는 휴가라면 어떻게든 악착같이 챙겨 쉬는 분위기가 형성된 곳이니 일주일 정도 휴가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 중 하나일지 모르겠다.

 


어느 때인가 읽었던 독일 신문 기사에서는 이렇게 휴가를 낸 독일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가 어디인가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독일 안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내용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국사람들에게는 여행지를 고르라면, 유럽의 여러 나라들 중에서 독일이라는 곳이 그렇게 선호되는 곳이 아니지만, 이곳에서 살고 있는 나는 왠지 그 기사에 수긍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비슷해 보여도, 조금만 알고 들여다보면 새롭게 보이는 독일의 여러 지방들은 각자의 매력이 있다. 이제는 다른 유럽 국가를 여행하는 것 보다 독일 안을 여행하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만큼 독일어가 이제는 익숙해졌고, 삶의 방식이 습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간 이 곳에서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독일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생겼던 일들은 이제 농담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도 입에 익을 것 같지 않은 독일어 발음들이나 단어들이 슬슬 친숙해지기 시작할 무렵은 언제였던가. 그게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독일 음식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 때쯤 이었을 것이다. 독일 레스토랑에 가서 메뉴판을 받아들면, 마치 공부를 하듯 정독하고 메모를 해서 집에 돌아온 이후 찾아보곤 했던 요리들이 생각난다. 오늘 칼럼의 대상으로 쓸 요리도 그렇게 알게 된 요리다. 이름하야 남부 지방에서는 크뇌델(Knödel)이라고 주로 부르고, 북쪽이나 북서쪽 지방에서는 클뢰세(Klöße)라고 부른다는 일종의 만두 요리다.

 

 

<(좌)슈파이어(Speyer) 라트하우스(Rathaus), (우)시청 건물 지하, 라츠켈러(Ratskeller) 레스토랑 입구>

 

 

내가 처음으로 크뇌델을 접하게 된 것은 우리 동네의 구 시청에 자리한 라츠켈러라고 부르는 독일 전통 레스토랑에서였다. 독일은 어느 도시를 가던지, 예전에 시참사회(市參事會)로 사용했던 라트하우스(Rathaus)가 자리잡고 있는데 – 오늘날로 말하자면 구청이나 시청의 역할을 했다고 보면 무방하다 – 라트하우스 주변이나 혹은 그 건물 지하에는 라츠켈러(Ratskeller)라고 하는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다.

 


라츠켈러는 우리나라 말로 직역하자면 ‘시청창고’ 정도로 부를 수 있는 단어인데, 주로 와인이나 술을 보관하던 장소로, 과거 시참사회에서 연회를 할 일이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필요한 술을 보관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더 이상 지하에 술을 보관할 일이 없는지라 많은 라츠켈러들이 레스토랑이나 바(Bar), 혹은 술집으로 개조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라츠켈러는 장소가 아무래도 해당 도시를 대표하는 중심부에 위치한 라트하우스에 있거나 그 근처에 있다 보니 왠만한 독일 전통 레스토랑보다는 서비스라던가 음식의 평가가 좋은 편이다. 그리고 와인 창고로 쓰였던 곳이 많기 때문에 커다란 와인통이 놓여있다던가 하는 등 독특한 독일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갖추고 있는 곳들이 많다. 그래서 만약 갑자기 독일 내 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마땅히 갈 레스토랑이 없다면, 나는 그 도시의 라츠켈러부터 찾아보게 되었다.

나름 독일 여행의 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가 라츠켈러를 방문했던 그 날에 주문했던 요리는 돼지고기 구이 요리였는데, 그 구이 요리 한켠에 두껍게 썰어 구운 크뇌델이 함께 제공되었었다. 당시에는 잘 모르고 맛을 본지라, 부드러운 감자 요리의 일종인가 하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그 이후 다른 독일 전통 레스토랑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크뇌델을 자꾸 접하게 되다 보니 친숙해졌다.

 

 

<(좌)뉘른베르크의 레스토랑 Zum gulden Stern, (우)서빙된 레버크뇌델(Leberknödel) 스프>

 

 

사실, 많은 문헌에서 크뇌델은 영어로 치면 만두류(dumplings)에 들어간다고 분류를 해 놓고 있기는 하나 실제로 맛보게 되는 크뇌델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만두와는 좀 다른 음식이다. 생긴 모양도 야구공처럼 둥글고 크게 빚거나, 혹은 손 가는 대로 넙적둥글하게 빚어 만들어내는지라 처음 봤을 때는 만두 종류에 속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거기다 특별한 종류를 제외하고는 속에 다른 재료를 넣는 일은 흔치 않다. 거기다 그 맛은 어떤가. 다양한 속재료를 채워 넣어 그 자체만으로도 여러 맛을 즐길 수 있는 우리의 만두에 비해, 크뇌델은 심심하기 그지 없다. 보통 흔하게 만드는 크뇌델은 전분가루 또는 밀가루, 혹은 감자로 만드는데 약간의 소금간과 향신료(넛맥이나 마조람 등)만 더해 빚어내어 끓는 소금물에 10분 정도 삶아내는 것이라, 자체에는 이렇다 할 맛이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크뇌델은 독일 식생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생활음식이자 전통음식의 위치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주요 요리 중 하나다. 사실 엄격히 말하자면, 독일만의 음식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중부 유럽 지역 – 독일을 포함한 헝가리,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 주변 국가들 – 에서도 주로 접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16세기부터 크뇌델을 만들어 먹었다고 하며, 오늘날에도 독일 가정에서 흔히 요리해 먹는 파스타 만큼이나 집에서 자주 소비하는 음식이 크뇌델이라고 한다.

 


특히 독일은 주말 점심 경에는 온 가족이 다 모여 따뜻한 음식을 주로 먹는데, 이 때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손으로 반죽을 한 다음, 끓는 물에 데쳐내어 직접 만드는 요리인지라, 지역별로 집안별로 만드는 방법이 천차만별인 것도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크뇌델은 메인 요리로 먹기보다는 우리 식의 반찬처럼 주요리에 곁들여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맛 자체가 심심한 편이므로 크뇌델을 요리할 때는 고기 육즙이 들어간 소스를 만들거나, 혹은 버터와 생크림이 들어간 소스를 만들어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크뇌델은 쓰이는 재료도 매우 다양한데, 감자를 주로 넣어 만드는 감자크뇌델(Kartoffelknödel), 딱딱한 빵을 우유에 적셔 만드는 젬멜크뇌델(Semmelknödel)이 자주 볼 수 있는 종류이고, 그 외에 시금치라던가 다른 야채를 섞어 만들기도 하며, 치즈를 넣기도 한다. 또는 감자에 고기를 섞거나 동물의 간처럼 부속물을 이용해 만드는 크뇌델도 있다.

 

 

<크림소스에 곁들인 젬멜크뇌델(Semmelknödel)>

 

 

독일 사람들이 많이 소비하는 음식인만큼, 슈퍼마켓에도 레토르트 식품이나 인스턴트 제품으로 출시된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호기심에 나도 젬멜크뇌델을 구매해 사용해 보았는데, 간편하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좌)독일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인스턴트 크뇌델 제품류, (우)인스턴트 젬멜크뇌델 제품>

 

 

<(좌)①작은 비닐주머니에 담긴 크뇌델, (우)②5분간 찬물에 불린 후의 상태>

 

 

<(좌)③ 끓는 물에 봉지 째 넣어 삶기, (우)④ 완성된 젬멜크뇌델>

 

 

제품 뒷면 설명서에 나와 있는 안내대로, 처음 포장지를 뜯은 후 찬 물에 약 5분 정도 크뇌델이 담겨 있는 비닐 봉지를 담가두었다. 봉지를 막상 뜯었을 땐, 보슬보슬하고 건조한 빵가루가 들어 있는 반구형의 비닐 봉지가 어떻게 통통하고 푸짐한 크뇌델이 될까 싶었는데, 5분 정도가 지나니 그 봉지가 물에 불어 빵빵해졌다. 물에 불은 봉지를 꺼낸 후 냄비에 적당량의 물을 다시 붓고, 약간의 소금을 첨가한 후 1분 정도 끓을 때까지 내버려두었다가 뚜껑을 연 채로 봉지를 끓는 물에 넣어 10분을 삶았다. 10분 정도가 지나고 난 후 크뇌델 봉지를 건져 흐르는 찬물에 식힌 다음 뜯었는데, 기대보다는 괜찮은 겉 모양이 나와서 놀랐다.

 


원래는 소스와 함께 먹어야 하지만, 크뇌델 자체의 맛이 궁금해서 그냥 맛을 보았다. 반구형의 크뇌델을 쪼개니 속에 아무것도 없는 찐빵을 뜯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감자로만 만든 크뇌델보다는 빵이 들어갔으니 그런 느낌이 더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금간이 되어 있긴 하지만, 역시 전반적으로 밋밋한 맛이다. 그러나 부드러운 찰기가 돌아서 식감은 생각보다 쫀득했다.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외식을 했었다. 늘 시원했던 독일의 여름날씨답지 않게, 연이어 폭염이 찾아와 힘들었던 날들이 끝날 무렵이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노천 카페에 늘어지듯 앉아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찾아갔던 레스토랑은 헝가리 음식을 주로 하는 곳이었다. 헝가리 음식 전문이라고 하지만, 독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들을 취급하는 곳이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야외보다는 조용한 실내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음료를 먼저 주문하고 나서 음식 리스트를 쭉 보는데, 크뇌델이 곁들여 나온다는 굴라쉬와 양고기 스테이크 요리가 눈에 들어와 하나씩 주문했다.

 

 

<(좌)굴라쉬에 곁들인 감자크뇌델, (우)양고기 스테이크에 곁들인 감자크뇌델>

 

 

테이블 위에 놓여진 접시 위에는, 메인 요리와 함께 약간 납작한 모양의 감자 크뇌델이 세 덩이나 올라가 있었다. 늘 보던 둥근 야구공 같은 모양의 크뇌델이 아니어서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주방에서 누군가의 손에 쥐는 대로 만들어졌을 크뇌델은 따스하게 다가왔다. 여전히 밋밋한 맛이지만 부드럽고 푸짐한 감자 크뇌델은 마치 우리 식탁의 밥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 크뇌델이 없었다면 짭짤한 메인 요리를 거뜬히 먹지 못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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