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odle talk

[푸드칼럼] 올 여름 더위에는 냉우동 어때요? 교다이야의 냉우동

올 여름 더위에는 냉우동 어때요?

교다이야의 냉우동

 

 


한 여름 더위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밤낮없이 소리 높여 울어대는 매미소리는 이제 더 이상 여름을 상징하는 낭만이 아닌 짜증과 불쾌지수를 높일 뿐이다.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날, 온 가족이 모인 주말이면 밥보다는 입맛 돌게 할 무언가가 아쉽다. 이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돼지갈비 고소하게 구워 먹은 후 곁들이는 슴슴한 맛의 평양냉면 한 그릇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냉면도 맘 편히 먹을 수 없다. 여름철 즐겨먹는 평양냉면을 놓고 식초나 겨자를 넣지 않고 육수 본연의 맛 그대로 즐겨야 한다느니 면의 메밀 함량이 어쩌니 저쩌니, 메밀 향을 느낄 수 있니 없니, 육향이 어떠니 등 뭔가 한마디 읊어 줘야 ‘아~ 평양냉면 좀 먹어 봤네’ 하는 분위기니 젠 체 하려면 내 취향보다는 평양냉면 마니아 코스프레를 해야 하니 말이다. 오죽하면 냉면을 먹는 법에 대해 지나치게 가르치려 드는 태도를 가리키는 ‘면스플레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까. 면스플레인은 ‘남자가 여자에게 잘난체 하며 설명하는 것’을 의미하는 ‘맨스플레인(mansplai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날씨도 후덥지근한데 이런 훈수까지 들어가며 굳이 냉면을 먹으러 가야하나 생각이 들어 올여름 나만의 힐링 음식으로 합정동에 있는 ‘교다이야’의 시원한 냉우동을 선택했다.

 

 

<교다이야 외부전경(좌), 실내전경(우)>

 

 

 

정통 수타 우동면의 탄력있는 쫄깃함 제대로

교다이야는 일본 가가와 현에서 수타면 만들기를 배워 온 주인장 이계한 셰프가 운영하는 곳으로 우리나라 3대 우동 맛집으로 손꼽히고 있다. 일본에선 우동을 국물 맛이 아닌 면발 맛으로 즐긴다고 할 만큼 쫄깃한 면발을 중요시하는데, 교다이야에서는 일본 정통 수타 우동면의 살아 있는 쫄깃한 면발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탄력있는 면발의 비밀은 밀가루와 천연 소금물만 사용해 직접 밟고 치대어 반죽하고 24시간 숙성시킨 후 주문 즉시 바로 밀대로 밀고 면을 잘라 갓 삶아 낸 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주문 즉시 밀은 반죽을 잘라 바로 삶아 제공

교다이아의 면은 다른 우동집에 비해 면발이 굵고 더욱 쫄깃하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이는 면의 단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페이스트리처럼 겹겹이 쌓여진 듯한데, 몇 번이고 접어가며 반죽해 생겨난 이 단면이 잡혀 있어 씹는 맛이 더욱 조밀하고 국물에 들어가도 빨리 불지 않는다. 면발의 길이도 1m에 달해 한 가닥만 건져 올려도 주걱처럼 커다란 스푼이 꽉 차는데, 면의 끝을 입에 넣고 쭈욱 당겨도 면발이 끝까지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탱탱하다.

 

 

<겹겹이 층을 이룬 굵은 면발>

 

 

이곳은 쫄깃한 사누끼 면의 맛을 고객에게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 면을 자르고 나서 삶기까지 5분 이내, 삶고 나서 손님한테 가기까지 30초 이내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그 이상이 지난 면은 폐기할 정도로 ‘면발’ 관리에 철저하다.

 


교다이야는 면 본연의 맛을 음미할 수 있도록 육수는 면수에 멸치와 다시마, 가스오부시 등을 우려 연간장으로 간간하게 맛을 낸다. 가스오부시는 방사능 피해가 전혀 없는 가가와현에서 직접 들여와 식재료의 안전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주문 즉시 하는 반죽 작업(왼쪽), 절단기로 썰기 작업(우)>

 

 

 

면 본연의 맛 즐길 수 있도록 다시는 가볍게

냉우동으로는 탱글탱글 입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찰기를 지닌 차가운 면을 쓰유에 적셔 먹는 자루우동(8000원)과 차가운 면에 소스를 넣어 비벼 먹는 자루붓카케우동정식(1만2000원)을 주문하고, 따뜻한 국물에 수제 어묵을 올려내는 오뎅우동(9000원)도 추가했다. 모든 메뉴는 1인 쟁반에 우동과 샐러드, 유부초밥이 나오고, 세트메뉴에는 바삭한 튀김과 오미자 차가 후식으로 제공된다.

 

 

<서빙된 자루우동>

 

 

<취향에 맞게 자루다시 양념하기(좌), 면을 다시에 적시는 작업(우)>

 

 

자루우동은 자루소스에 면을 찍어먹는 형태이다. 먼저 자루우동의 면을 자루다시에 찍어 먹어 보았다. 자루다시가 여느 우동집에 비해 짜지 않고 깔끔해 다시 특유의 향과 면의 쫄깃한 식감, 씹을수록 구수한 맛에 집중할 수 있었다. 소스에는 취향껏 쪽파, 깨소금, 와사비를 넣고 면발을 한가닥씩 찍어 먹는다.

 


자루붓가케우동은 자루다시와 무, 쪽파, 생강. 깨, 레몬을 함께 넣어 비벼먹는 것으로 일명 비빔우동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삭힌 청양고추 장아찌를 곱게 갈아 콩알만한 크기로 제공하는데, 반은 원래 제공하는 대로 슴슴하면서도 새콤한 맛으로 우동의 맛을 즐기고, 나머지 반은 소스를 함께 넣어 비벼 먹으면 하나의 메뉴로 두 가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모든 메뉴에는 작은 접시에 유부초밥이 하나씩 나오는데 면만 먹기에는 웬지 섭섭한 고객의 마음까지 배려해 준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전해진다.

 

 

<서빙된 자루붓가케우동>

 

 

<자루소스 붓기(좌), 비비는 작업(우)>

 

 


바삭한 튀김과 어묵의 퀄리티도 높아

세트에 제공되는 튀김요리 솜씨도 뛰어나다. 새우와 고구마, 호박, 당근 등에 가볍게 튀김옷을 입혀 겉은 노릇노릇하고 속은 부드럽게 튀겨내 고소하면서도 바삭하다. 개인적으론 다음에 다시 오면 기본 메뉴에 튀김을 별도로 주문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반죽해 튀긴 어묵을 올려 내는 어묵우동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다시 한 번 꼭 먹어보고 싶은 메뉴다. 특히 어묵은 순수 어육 99%로 속은 부드럽고 겉은 단단한데,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탱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새우튀김과 수제어묵, 모듬튀김은 사이드 메뉴로 별도 주문이 가능하다.

 

 

<유부초밥(좌), 오뎅우동의 수제 어묵(우)>

 

 


전체 좌석이 30여 석에 불과해 항상 대기고객들이 많지만 회전이 빨라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번 여름에는 정통 사누끼 우동을 추구하는 교다이야의 냉우동으로 새로운 맛의 세계를 열어보는 것도 좋겠다.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농심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