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희 교수의 '건강한 영양학' 시리즈 ⑧
고지방 다이어트의 허와 실
지난 2016년 가을 고지방 다이어트가 효과적이라고 방송되면서 지방의 누명이 벗겨졌다면서 지방을 많이 먹는 식사가 크게 유행을 했습니다. 삼겹살이 동이 나고 커피에 버터를 넣어 먹는 버터 커피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고지방 다이어트가 살 빼는데 효과가 크다, 아니다 몸에 안 좋으니 하지 말아라.. 하면서 논란도 많았지요.
고지방 다이어트란?
고지방 다이어트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입니다. 지방을 무지 많이 먹는 대신 탄수화물을 거의 안 먹는다 싶을 정도로 매우 줄여서 먹는 것입니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은 지방으로 칼로리의 15-30% 정도, 탄수화물로 50-70%정도 먹는데, 이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서는 지방을 칼로리의 70% 이상으로, 탄수화물을 5-10%로 줄여야 하니 상당히 비정상적인 식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최근에 나온 이야기는 아닙니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앳킨스 다이어트’란 이름으로 유행했는데, 의사인 앳킨스 박사가 제안한 방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일명 황제 다이어트로 크게 유행했습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육류(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등등)와 생선, 달걀, 치즈, 버터, 생크림, 요거트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습니다. 삼겹살, 갈비, 치킨, 회 등 직장인 회식의 VIP 들을 원 없이 먹을 수 있어서였는지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에게 환호를 받은 다이어트 방법이었습니다.
반면 탄수화물이 많은 곡류 음식(그러니까 밥, 빵, 국수, 떡 등)과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은 당연히 절대 안 되고, 과일도 철저히 금지, 심지어 채소 중에서도 당근이나 양파 같이 탄수화물이 들어있는 채소는 금지합니다.
고지방 다이어트하면 살이 빠지나?
<살을 빼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고지방 다이어트를 하면 체중이 줄어듭니다. 특히 다이어트 시작하고 효과가 금방 나타나기 때문에 신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효과가 다이어트 초반에 일시적으로 나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함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체중감량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렇다면 고지방 다이어트로 왜 체중이 줄어드는 걸까요? 커피에 넣어 먹은 버터가 몸에 들어가 마법을 일으켜 내 살들을 분해해서 없애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첫째, 고지방 다이어트로 체중이 줄었다면 고지방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결국은 먹는 칼로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삼겹살을 마음껏 먹는데 칼로리 섭취가 줄어든다니요? 경험해 보셨겠지만 기름기 많은 음식만 집중적으로 먹으면 많이 못 먹습니다. 속이 느글거리고 금방 배가 불러 많이 못 먹습니다. 그리고 뒤에 설명하겠지만 탄수화물을 너무 적게 먹으면 우리 몸에서 케톤이라는 물질이 생기는데, 이 케톤 때문에 식욕이 떨어집니다. 더구나 먹을 수 있는 식품 종류들이 상당히 제한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먹는 양이 적어지게 되기도 합니다.
둘째, 고지방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며칠 사이에 몸에서 물이 빠져서 체중이 줄어듭니다. 그러니 체중 줄었다고 그리 좋아할 일은 아니지요.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는 물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지방이 빠지는 것이니 말입니다. 앞서 이야기 한 케톤이란 물질이 많이 생기면 소변으로 배설되는데, 이 때 수분을 같이 끌고 나갑니다. 일명 이뇨작용이라고 하는 현상이죠.
고지방 다이어트로 몸에서 물이 빠지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 몸에 저장해 두었던 탄수화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물이 같이 빠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은 비상식량으로 간과 근육에 탄수화물을 조금, 그러니까 약 하루 치 정도 에너지만큼 저장해 둡니다.
그런데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면 이 저장해두었던 비상 탄수화물을 분해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비상 탄수화물을 몸에 저장할 때 물이 같이 저장되는데, 탄수화물 분해 시 물도 같이 빠져 나오는 것이지요.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이렇게 해서 줄어드는 체중은 1-1.5kg 정도 됩니다. 다이어트 시작 하고 며칠 만에 1kg이 줄어드니 효과가 있다고 좋아하겠지만, 사실은 좋아하면 안 되겠지요?
고지방 다이어트의 문제점
<고지방 다이어트의 문제점>
고지방 저탄수화물로 다이어트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 보다 더 큰 문제는 고지방 저탄수화물을 장기간 지속했을 때 영양상태에도 문제가 생기고 건강에도 안 좋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1. 고지혈증, 지방간, 당뇨병,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증가합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혈당 조절, 지방간 개선, 중성지방 감소와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수치 상승에 효과적이라고 보도되고 있지만 오히려 반대입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원리는 가장 메인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이 몸 안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세포 안에 저장되어 있던 지방을 혈액으로 내보내게 되고, 반면 식사를 통해 몸으로 들어오는 지방은 세포 안으로 저장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지방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고지방 식사를 하면 그 많은 지방이 다 혈액을 타고 운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혈액 중에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많아집니다. 설상가상 세포 안에 저장되어 있던 지방도 혈액으로 마구 방출되기 때문에 지방이 혈액에 가득해집니다. 이렇게 혈액 중에 지방이 많은 상태를 고지혈증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간으로 이 지방을 많이 전달해 지방간이 되게 합니다. 그리고 혈액에 지방이 많아지면 인슐린이 작용을 잘 못하게 되는데 인슐린이 기능을 못하여 혈당이 올라가는 상태를 우리는 당뇨병이라 부릅니다.
또한 고지방 다이어트를 하면서 먹는 지방이 식물성보다는 고기, 버터 등 동물성 지방이기 때문에 포화지방 섭취가 많아지는데, 그 결과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면서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2. 케톤증
탄수화물을 너무 적게 먹으면 우리 몸에서 앞서 말씀드린 케톤이란 물질이 생깁니다. 포도당 만을 유독 에너지원으로 좋아하는 뇌에 케톤을 대신 에너지원으로 주기 위해서입니다. 이 케톤은 지방이 분해되어 산화되면서 생기는 부산물입니다. 그런데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면 케톤이 너무 심하게 많이 생깁니다. 그러면 우리 몸에 이래저래 좋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케톤은 산성을 띠기 때문입니다. 메니큐어 지울 때 사용하는 독한 냄새가 나는 아세톤을 아시지요? 이 아세톤이 우리 몸에서 생기는 케톤 3종 중 하나입니다. 갑자기 좀 무서워지지요?
여하튼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로 우리 몸에 케톤이 너무 많이 생기면 혈액이 산성화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메스껍고 피로감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 케톤을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내보내면서 물이 많이 빠져나가게 되고… 심해지면 탈수가 올수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 몸의 산성화를 막기 위해 근육과 뼈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3. 영양 불량이 올 수 있습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면 못 먹는 식품들이 너무 많아집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각종 영양소는 골고루 먹어야 다 먹을 수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의도적인 편식을 하게 되면 우리 몸에 필수적인 여러 비타민과 무기질이 부족해지게 됩니다. 또한 지방을 많이 먹으면서 섬유소 섭취가 부족하면 장내 미생물의 변화와 함께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켜 우리 몸에 염증 반응을 증가시킵니다.
4.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오래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밥심으로 살아온 민족인 우리나라 사람은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질려서, 밥이나 국수, 과일 같은 탄수화물 음식이 먹고 싶어서 중도포기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중단율이 상당히 높아서 장기적으로는 체중감량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맺으면서
다이어트에 탄수화물이냐 지방이냐 하는 논의는 무의미합니다.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우리는 탄수화물과 지방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골고루 먹는 것이 다이어트에 좋습니다.
공부에 왕도가 없듯이 다이어트에도 왕도가 없습니다. 그러면 좋은 다이어트 방법이 무엇이냐고요? 다이어트 하기 전에 이것을 먼저 생각해 보세요. 내가 이 다이어트 방법을 적어도 10년 간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시작하지 마세요. 다이어트는 스페셜 이벤트가 아닙니다.
<식생활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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