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어스입니다. 유난히도 추운 1월, 거대한 중국대륙이 흰 눈으로 덮일 무렵, 상해 한국문화원에서 각본없는 드라마가 펼쳐졌죠. 하늘이 내려준 흰 눈 덕분일까요, 한국의 4번째 주자 최철한 9단이 흰 돌 174개로 대륙을 삼켰습니다. 이로써 10번째 우승! 중국의 겨울이 유난히 더 춥게 느껴지네요.
강력한 중국, 긴장한 한국
2011년 1월 18일, 중국 상해 한국문화원에 대형 플랜카드가 걸렸습니다. 지난 대회 결승전을 치렀던 그곳이죠.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에게 붉은색 辛라면과 그 바둑대회는 최고의 스포츠 현장. 한·중·일 국가대표 마지막 주자들이 한곳에 모였습니다.
한국은 최철한 9단과 이창호 9단, 중국은 저우뤼양 5단과 쿵제 9단, 일본은 유키 사토시 9단이 결승무대에 참가했습니다. 전력으로 보자면 한국과 중국이 대등하다. 하지만 홈경기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려는 중국과 작년 세계타이틀 3관왕, 승률 85%에 빛나는 쿵제 9단의 존재는 한국을 긴장하게 했습니다. 쿵제 9단은 최철한 9단에 4승 1패, 이창호 9단에게 7승 3패라는 화려한 상대전적도 가지고 있죠. 여러모로 불리한 한국과 기세등등한 중국, 그 가운데 대역전극을 노리는 일본, 삼국지의 결말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행사가 열린 상해 한국문화원 건물
농심배 새로운 스타 탄생
한국은 첫 번째 주자로 최철한 9단을 내보냈습니다. 중국은 예상대로 저우뤼양 5단이 나섰죠. 상대전적에서는 2승 무패로 최철한이 앞서지만 저우뤼양도 한국기사들에게 28승11패의 강세를 보이고 있어 승부를 쉽사리 점치기 어려웠어요. 이날 대국에서 백을 잡은 최9단은 초반부터 적극적인 포석으로 상대를 몰아갔습니다. 일찌감치 벌어진 중앙전투에서 ‘독사’라는 별명에 걸맞게 날카로운 공격을 퍼부은 최9단은 중반을 넘어설 무렵 확실한 우위를 지켰습니다. 마침내 중국의 항복, 곧바로 일본의 마지막 주자 유키 사토시 9단을 불러 세웠습니다.
최철한 9단의 상승세가 무서웠던 것일까요. 일본 유키 사토시 9단은 초반부터 맥없이 무너졌습니다. 흑을 잡은 최9단은 145수 만에 상대를 가볍게 눌렀습니다. 중국 대륙의 1인자 쿵제 9단을 빨리 만나고 싶은 최9단의 욕심일까요. 전 세계 바둑인들의 이목이 최철한, 쿵제에 집중됐습니다.
4연승 독사,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루다
최철한 9단은 중국 마지막 자존심 쿵제 9단과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양쪽 모두 초반 기싸움보다는 차분한 숨고르기를 택한듯...
결승전답게 엎치락뒤치락 우위를 가릴 수 없었습니다. 한땀 한땀 메워져 가는 바둑판은 전쟁을 방불케 했습니다. 최9단은 하변에 큰 집을 내주며 불리한 형세에 몰렸으나 좌하귀 백진을 파괴하러 침입한 쿵제 9단의 흑돌을 모조리 잡아내 대역전극을 이끌었습니다. 176수 만에 백 불계승! 중국 검토실은 싸늘한 침묵에 잠겼습니다.
이로써 최철한은 4연승에 성공하며 연승상금 2,000만원을 거머쥐었습니다. 최철한의 활약으로 한국의 마지막 주자였던 이창호는 한판의 대국도 없이 우승을 지켜봤죠;; 최9단이 농심배에서 4연승을 달린 것은 제2회 대회 이후 10년만입니다. 또한 농심배서 통산 10승째(4패)를 올려 19승 2패의 이창호, 11승 3패의 중국 셰허에 이어 다승 3위에 올라서는 순간..짝짝짝!
한국은 이번 대회도 우승을 하며 통산 10승째를 올렸습니다. 이세돌 9단을 첫 번째 주자로 내세워 종전에 없던 머리싸움을 펼쳤고, 목진석 9단, 박승화 4단, 최철한 9단, 이창호 9단 등 역대 최고의 선수들은 나름의 역할을 다했습니다.
"세계 최강의 한국 바둑과 지는 법을 잊은 독사 최철한. 해냈다. 삼국통일을."
4연승 후 환하게 웃는 최철한 9단
농심의 'Genius' 천재하입니다. 홍보팀에서 사내 홍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진과 글로 많은 분들과 소통하며 회사 곳곳을 취재하는 재미로 살고 있답니다. 농심과 농심가족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twt : @genius_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