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어스입니다.
세상에는 명품이 많지요. 식품이나 원재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새우깡에 들어가는 새우도 군산 꽃새우인거 아시죠?
그렇다면 짭짤한 맛을 내는 소금은요?? 바로 대한민국 천일염의 1번지,
전남 신안군 천일염입니다. 새우깡이 맛있게 짭짤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천일염전을 찾아가봤습니다.
따라오시죠. 취재수첩을 공개합니다.
<바람과 햇빛 아래 바닷물 고이 담아 소금꽃 피우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
- 류시화, ‘소금’ 中 –
이 한 편의 시를 음미하며 길을 나섰다.
전라도 땅끝을 지나 신안군까지 내달렸다.
어릴 적 세상의 소금이 되고자 했던가,
이제는 한국의 대표 소금을 찾아가고 있다.
바다를 가득 메운 천사(1004)의 섬
먼 길을 달렸다. 서울에서 꼬박 6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 신안군 증도면. 예전에는 뱃길이었으나 이젠 증도대교가 놓여 차로 이동할 수 있다. 805번 국도에 잠시 차를 세우고 사방을 둘러보니 푸른색은 바다요, 녹색은 섬이다.
전남 신안군은 본래 육지 하나 없이 모두 섬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아름다운 서해에 점처럼 무수한 섬이 자리 잡고 있다. 91개의 유인도와 750개가 넘는 무인도를 합쳐 무려 1,004개의 섬이 신안군을 대표한다. 그래서 ‘천사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신안군 대부분이 구릉성 산지며 평지가 적다. 반면 수심이 15m 안팎으로 얕아 염전과 갯벌간척이 용이하다. 다도해상 국립공원과 슬로우시티로 대변되는 신안군 곳곳이 한 폭의 그림이다.
천혜의 자연조건이 맛있는 음식도 내놓는다. 압해도 낙지와 감자, 증도 천일염, 흑산도 홍어 등 그 어떤 명품 브랜드보다 더 인기 있는 음식들이 바로 신안군에서 나오는 특산물들이다.
소금장수들이 말하는 세계 최고 천일염
소금은 크게 천일염(天日鹽)과 정제염(精製鹽)으로 나뉜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와 바람과 햇빛으로 증발시켜 만든 육각형의 결정이고, 정제염은 바닷물을 전기분해하여 불순물을 제거한 염화나트륨의 결정체다.
신안군은 ‘소금을 만들기 위해 지어진 곳’이라고 해도 무관할 정도로 염전발달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보통 소금은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곳에서 생산되는데 우리나라에선 서해안과 남해안, 그 중 신안군이 제격이다. 세계적으로도 인도양, 지중해 연안 등에서 소금이 생산되는데, 소금의 성분함량을 따져보면 신안군 천일염만한 것이 없다. 최고급 소금으로 인정받고 있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도 미네랄이 3~4배 더 들어 있는 걸로 밝혀졌다. 또한, 흐리고 바람이 심한 지역은 소금 결정이 작고 쓴맛이 나 좋지 않은데, 신안군은 그 반대여서 좋은 소금을 낼 수 있다.
증도면 ‘태평염전’을 찾았다. 소금박물관을 함께 운영하는 태평염전(140만 평)은 전국에서 제일 큰 염전이다. 오후 3시가 넘어가니 소금장수들이 채비를 챙긴다. 한낮의 땡볕을 그대로 머금은 바닷물이 걸쭉해지면서 소금장수 대파질(소금 모으는 도구)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인다. “물 깨끗하지라, 볕 좋지라, 자연이 만들어주는 소금을 우리는 그냥 담기만 하면 되야~”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가 듣기에 좋다. 신안군은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65%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전라남도 소금 총 생산량 80%를 웃돈다. 전국 염전업체 1,200여 곳 중 신안군에만 950여 곳이 집중되어 있을 만큼 신안군은 소금의 고장이다.
태평염전 입구
소금창고
염부들이 염전에서 채취한 소금을 운반하고 있다
염전 내 염생식물원
소금박물관
바닷물에서 소금꽃이 피어오르기까지
이곳 사람들은 흔히 소금생산을 ‘자연이 만들고 사람이 거둔다’라고 표현한다. 가공되지 않는 자연의 것을 감사히 먹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자연의 이치에 최대한 맞추려는 이곳 주민들은 소금의 짠맛과는 반대로 넉넉한 인심을 품고 있다.
신안군 천일염전은 대개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로 이루어져 있다. 만조 때 수문을 열어 증발지에서 농축된 염수를 만들고 결정지로 보내 소금 결정을 얻는다. 쉽게 말해 바닷물을 염전에 가두어 햇빛과 바람으로 건조시켜 만든다.
세부과정을 관찰했다. 우선 바닷물을 수문을 통해 저수지로 유입하고 그대로 보관한다. 그 후 보관 중인 바닷물을 수로를 통해 염전 제1증발지 ‘난치’로 내보낸다. 증발지는 해수를 농축시키는 곳이라 생각하자. 난치에서 약 1주일 정도 증발시킨 후 약 6~8염도의 간수물을 만들어 제2증발지 ‘느태’로 옮겨진다. 느태에서 보관 중인 바닷물 염도가 23~25도가 되면 결정지로 보내진다. 결정지에서는 바닷물을 더욱 농축하여 소금을 분리해낸다. 오전 6시경 결정지에 보급된 물은 오후 5시 정도에 소금으로 채취할 수 있다. 날씨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이 전체 과정이 날씨가 좋으면 약 25일 정도 걸린다. ‘한 달의 수고’로 만들어지는 천일염은 ‘기다림의 味學’이다.
소금입자가 굵고 깨끗하다
몸에 좋은 천연 미네랄 듬뿍
염전에서 갓 나온 소금을 입에 조금 털어보았다. 바다내음과 짭조름한 갯내가 코끝을 스친다. 따라오는 짠맛과 약한 단맛은 식욕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신안군청 천일염산업과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 최민옥 씨에게 이곳 천일염의 좋은 점을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6장짜리 자료까지 보내왔다.
“여기 천일염은 다른 천일염과 달리 가깝게는 20km, 멀게는 60km 이상 육지와 떨어져 있어 환경오염이 없는 무공해 청정소금입니다. 프랑스산이나 중국산보다 염화나트륨은 낮고 수분과 칼륨, 마그네슘은 풍부해 몸에 좋은 소금이죠.”
신안 천일염은 염도 80~ 85%의 저염도 소금으로 짠맛이 강하지 않으며 끝맛이 담백하고 단맛이 나는 게 특징. 또한 산성인 수입 소금과 달리 천일염은 알칼리성에 가까운 소금으로 우리 몸에 가장 적합하다. 몸에 이로운 미네랄 성분도 88개 종이나 된다.
최근에는 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에 대한 위험이 커지면서 천일염 주문량이 늘었다. 천일염에 함유된 요오드 성분이 제 몫을 하는 셈이다. 버릴 것 하나 없는 명품 소금이다.
소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소금성분은 알알이 결정되기 직전 물 위에 입자처럼 퍼지는데, 염부들은 이를 일러 ‘소금꽃이 핀다’라고 표현한다. 바다로부터 저수지와 결정지를 거쳐 온 소금의 여정은 그렇게 사람의 곁에서 역사의 일부, 음식의 근원이 되어 왔다.
소금은 민간신앙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음식의 부패를 막는 염장의 원리는 소금이 악운을 물리친다고 믿는 데서 나온다. 장례식 때 관과 함께 소금을 묻으면, 죽은 자가 부정과 병귀를 가져간다고 알려졌다. 민가나 사찰에선 화재를 막기 위해 소금단지를 묻기도 한다.
소금을 한문으로 염(塩)이라 부르는데 이 글자가 의미하는 바도 재미있게 풀이된다. 갯벌(皿)의 흙(土) 위에서 인부(人)가 사각결정(口)의 소금을 모은다는 모양이다.
서양에서 소금(Salt)의 어원은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에서 시작되었는데, 건강의 여신을 뜻하는 살루스(salus), 봉급을 뜻하는 샐러리(salary), 소금으로 급료를 받던 병사를 뜻하는 솔저(soldier) 등이 모두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울의 염리동과 염창동도 소금과 관련된 지역이라 소금 ‘염’자를 쓴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신안군
신안군 증도 일대는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증도를 중심으로 비금도와 도초도, 홍도, 흑산도 지역의 보존가치를 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과 제주도에 이어 세 번째. 특히, 증도는 지난 2007년 12월 슬로우시티 국제연맹의 인증을 거쳐 아시아 최초의 슬로우시티(SlowCity)로도 지정됐다. 슬로우시티는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그 지역에 나는 음식을 먹고, 그 지역의 문화를 공유하며, 자유로운 옛날의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이다.
증도는 짱뚱어가 많이 사는 갯벌에 470여m 길이의 나무다리 ‘짱뚱어다리’를 놓았다. 여기서 바라보는 석양이 매우 아름답다.
소금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태평염전 근처에 있는 ‘소금박물관’에 가보자. 함수의 염도를 측정하는 대름, 염수를 끌어올리는 바퀴 모양의 무자위, 여러 사람이 함께 물을 떠올리는 맞두레 등 염전의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고 소금 생산 과정이 상영된다.
소금박물관 부근엔 소금 채취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소금밭체험장’과, 천일염으로 만든 ‘소금 동굴 힐링센터’가 있어 들러볼 만하다. 또한, 신안 일대의 갯벌 생태를 살펴볼 수 있는 ‘갯벌생태전시관’도 있다.
짱뚱어와 방게가 갯벌에 많다
신안 낙지도 소금만큼이나 유명하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라.’라는 말이 있다. 어느 곳에서든 꼭 필요한 사람, 기둥이 되라는 뜻이다. 이처럼 소금은 소중한, 고귀한, 꼭 필요한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때 등장하는 단어다. 소금은 우리 생명과 식생활에서도 똑같이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다시 말해, 농심의 맛에서도 빠질 수 없는 원재료다. 수미칩과 새우깡 등이 맛있는 이유, 천일염. 어쩌면 농심의 소중한 빛과 소금일 수도 있겠다.
맛있는 원재료를 찾기 위한 내 땀방울도 세상의 값진 소금이 되길 바라며.
농심의 'Genius' 천재하입니다. 홍보팀에서 사보 및 SNS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회사 곳곳을 취재하며 사진과 글로 많은 분들과 소통하는 재미로 살고 있답니다. 농심과 농심가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Follow me! Follow GENIUS!
twitter : @genius_1000 facebook : genius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