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식품은 먹지 말라구요?
오백식품(五白食品)이란 말이 있습니다.
5가지 하얀색 식품들, 백미(흰쌀), 밀가루, 설탕, 소금, 화학조미료...
몸에 안좋으니 최대한 쓰지 말라고들 하지요.
그런데 이 다섯 가지 식품들은 사실 우리가 흔히, 자주 먹는 식품들입니다. 일년에 한번 먹을까 말까 한 곤드레 나물을 먹지 말라고 한다면, 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식품 1위인 흰쌀을 포함하여 여기저기 많은 식품들에, 요리할 때 너무도 자주 사용하게 되는 밀가루, 설탕, 소금, 조미료를 먹지 말라고 한다면 이건 좀 곰곰 따져보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내 인생에서 남자는 포기해도 나의 사랑하는 떡볶이, 수제비, 봉골레스파게티, 마늘빵, 초코 티라미슈……
얘네들은 포기할 수 없거든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토록 우리 식생활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다섯 가지 식품들이 꺼림직한 식품으로 여겨지고 있는 걸까요?
오백식품 유해론(?)에 의하면 이 식품들은 ‘정제를 한 식품’들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제 과정을 거치면서 원재료에 있던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성분들이 제거되고, 이 식품들을 많이 먹을수록 영양불균형이 초래된다는 것입니다.
정제가 문제?
1 정성을 들여 정밀하게 잘 만듦.
결국 정제를 한 식품은 몸에 나쁘다는 건데요.
그래서 사전에서 ‘정제’의 정의에 대해 찾아보았습니다. 이렇게 나와 있군요.
정제 [精製] [명사]
2 물질에 섞인 불순물을 없애 그 물질을 더 순수하게 함.
어떤 사람들은 ‘정제’라는 말을 마치 인간이 자연의 순리에 도전하여 식품의 좋은 성분을 제거해 버린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정제의 본래 취지는 좋은 걸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불순물, 즉 나쁜 걸 제거하여 더 먹기 좋게 만든다는 겁니다.
자, 이쯤에서 나쁜 놈인지 불쌍한 놈인지 애매해지는 이 하얀 식품들을 따져보는 것이 좋겠지요?
이번에는 위의 다섯 가지 식품들 중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밀가루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밀가루 이야기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살찐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 밥보다 더 살찐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것은 오해입니다!
밀가루와 쌀의 칼로리는 100g당 350~370kcal로 거의 비슷합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할 때는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과자보다는 밥을 먹으라고 하던데요? .. 라고 하시는 분이 저기 계시군요.
맞습니다. 빵이나 과자가 밥보다 칼로리도 훨씬 높고 살찌기도 쉽습니다.
도넛이나 머핀 한 개를 먹으면 밥 한 공기와 맞먹는 칼로리가 됩니다. 파운드케이크 한 줄은 혈기 왕성한 10대의 하루 필요 칼로리에 육박하는 3000kcal 정도가 되니, 과히 빵의 칼로리는 막강하다 하겠습니다.
빵이 칼로리가 높은 이유는, 밀가루가 아니라 기름이 주범
하지만 우리가 모르고 있는 건, 밀가루가 곧 빵이요, 빵이 곧 밀가루는 아니라는 겁니다.
빵은 겉보기에는 그저 밀가루를 반죽해서 구워 놓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은 기름기가 가득 들어 있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식품이에요. 다만 기름기가 눈에 보이지 않게 사이 사이에 박혀 있어서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울 뿐이지요.
보통 다이어트를 위해 고기를 안 먹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고기에 있는 기름은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기의 지방 비율이 20% 내외인 것에 비해 빵이나 비스킷의 지방 비율은 50%에 육박합니다.
빵을 배부를 때까지 먹다 보면 칼로리 섭취가 많아지고 그 결과 살이 찌기 쉽습니다. 결국 빵은 밀가루 때문에 칼로리가 높다기보다는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엄청나게 들어가는 기름 때문에 칼로리가 높은 거지요.
음식의 조리법이 더 중요한 기준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교훈은 이것이 될 것 같아요 ^^
'칼로리가 높고 살찌기 쉬운 음식의 평가 잣대는 ‘밀가루로 만들었나’, ‘쌀로 만들었나’ 가 아니다'..
그보다는 음식을 만들 때 기름은 얼마나 들어가는지, 꽉꽉 뭉쳐 얼마나 치밀하게 만들었는지 등 음식의 조리법이 더 중요한 잣대가 된답니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살이 찐다는 ‘무조건 오해’로 인해 밀가루로 만든 면 음식은 다이어트에 좋지 않다는 오해들이 네티즌들에게는 진리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 같아요.
밀가루 음식이라 할 수 있는 국수장국, 우동 등의 칼로리는 1인분에 500kcal 내외로 다이어트 한 끼 식사로 적당한 수준입니다. (물론 다이어트에 칼로리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요~)
다이어트할 때 일반적으로 밥을 기본으로 하는 식사를 권장하는 이유는 밥을 먹으면 국, 김치, 생선, 각종 나물 등 반찬들을 함께 먹게 되고, 그 결과 영양 균형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랍니다.
밀가루로 만든 면류를 먹더라도 다른 반찬들과 영양균형을 이룬다면 맛있는 다이어트 식단이 될 수 있겠죠?
홍경희 수석연구원 (연구개발실) | ||
연구개발실 홍경희입니다. 영양학을 공부하며 건강한 가공식품을 만들어국민 건강에 기여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품고 농심에 입사한 지 1년 반이 되었네요. 현재는 제품 영양설계를 담당하며 어떻게 하면 농심 제품의 영양가를 높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먹고 잘살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식품회사에 들어와보니 밖에서 막연히 보던 것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회사 안팎의 이야기를 앞으로 소소히 풀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