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해주는데 빠지면 안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처음 만난 어색한 사람이든 늘상 마주치는 지인이든 마음으로 담소를 나누려거든
따뜻한 차 한잔의 나눔을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
차를 마시고 밥을 먹듯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일상다반사’라는 말뜻이 말해주듯
삼국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은 차 마시는 일을 평이한 일상생활로 받아들여 왔다고 합니다.
조금만 되새겨준다면 커피문화에 익숙한 젊은세대에게도 ‘다례’는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상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네요.
조용하고 은은한 차의 향기보다 스타벅스의 달콤한 커피향에 더 익숙한 세대에게
‘다예’가 어떤 의미로 다가설지 궁금증을 가지며 NDS 백승운, 영양연구팀 이선희 사우와 함께
인사동에 있는 '오설록 티하우스'로 들어섰습니다.
차는 떫거나 쓰다? 녹차티백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감칠맛!’
왠지 ‘차’라고 하면 떫거나 쓸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기를 준비하던 다례 선생님이 가볍게 던진
설명 가운데 ‘감칠맛’이라는 흥미로운 맛표현은 귀를 솔깃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물을 끓일 때 팔팔 끓여서 녹차를 우려내시는데 그렇게 되면 차의 본맛을 제대로 느낄수 없어요. 물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쓴맛을 내는 탄닌이나 카테킨이 빨리 우러나와 쓴맛이 나거든요. 고급차일수록 낮은 온도에서 우려야 데아민 성분이 우러나와서 고급차만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어요”
사무실에서 흔히 마셔오던 녹차티백의 떫고 쓴 맛을 기억하던 저희는 먼저 티백차를 맛있게 먹는 요령부터 물어나가며 차에 대한 첫걸음을 시작했습니다.
“티백녹차라도 간단한 요령만 알면 맛있게 차를 음미할 수 있어요. 뜨거운 정수기 물에 티백을 끝까지 넣어둔 상태로 먹지 마세요. 우선 종이컵 2/3정도에 뜨거운 물을 받고, 나머지를 찬물로 채워서 뜨겁지 않게 해주세요. 그리고 티백을 넣은 후 노랗게 녹차가 우러나오는 것이 보이면 15번 정도 흔들고 티백은 컵에서 빼줍니다. 그렇게 하시면 티백에서도 감칠맛을 느끼시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릴거예요.”
우리가 아는 녹차, 홍차, 보이차는 발효의 여부와 방법에 따라서 다르게 구분하고 있지만 모두 ‘차나무’에서 잎을 채엽하여 만든 것입니다. 그 외에 다른 나무의 잎이나 꽃잎 등을 우린 것을 대용차라 하는데 이 대용차들이 등장한 역사적 배경이 조선시대 숭유억불정책 때문이었다는 선생님의 설명이 흥미롭네요.
삼국시대부터 불교화 함께 우리나라에 차가 들어와 귀족뿐만이 아니라 서민들까지 차를 즐겼지만 조선시대로 오며 숭유억불정책에 따라 '차'를 마시는 것도 못하게해서 서민들이 먹기 힘들어졌다고 해요.
(못먹게 하니 가격이 올랐다고 하네요)
‘차가 맛이 없다고 멀리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참맛을 알게되면 끊을 수가 없어요. 조선시대 초기 서민들도 이미 차 맛을 잘 알기 때문에 이때부터 ‘차나무’의 차가 아닌 다른 나무의 잎이나 꽃잎 등을 뜨거운 물에 무려먹게 되었고 이것들이 대용차로 전해지게 되었답니다.’
차는 어린 잎일수록 고급차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4월20일 즈음에 채엽한 어린잎의 차를 세작 혹은 작설이라 하는데 작설(雀舌)은 참새의 혀처럼 작은 잎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해요.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다례
감칠맛나는 차 맛이 궁금해졌는지 아니면 하얀 다기들이 제자리에 놓이면서 ‘다례’에 대한 긴장감이 돌았는지 같이간 백승우, 이선희 사우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습니다.
“생활다례를 경험해보실텐데, 편하게 하되 기본다례의 예를 지키며 우아하게 차를 마시는 절차를 알려드릴거예요. ”
끓인 물을 식히기 위해 주전자 모양의 숙우에 물을 따릅니다. 물의 온도를 낮춰 끓이는 것보다 더 높은 온도로 끓였다가 알맞게 식히는 물이 더 좋다고 합니다.
나무로 만든 차칙(차를 떠서 옮기는 차숟가락)을 들어 차통의 차를 다관에 넣습니다.
(다관은 찻잎을 우러내는 주전자 모양의 그릇이예요)
숙우에 따라두었던 물이 70~80도 정도로 적당히 식으면 손을 모아서 숙우를 잡고 다관에 물을 따릅니다. 조용한 공간에 ‘또로록’ 소리가 울립니다.
소리가 마치 동글동글한 구슬이 되어 귓속의 달팽이관으로 굴러들어가는 듯 했어요.
차가 우러나는 잠시의 시간동안 ‘이제 무엇을 하나요?’라는 우문을 던졌는데....
선생님께서는 가볍게 웃으시며 ‘이제 이야기를 나누야죠’ 하시는 바람에
다들 한바탕 즐겁게 웃었더랬죠. ^^
다관의 찻물이 알맞게 식자 찻잔에 차를 따랐습니다.
가장 오른쪽 잔이 본인 잔이고 오른쪽잔이 손님잔이라고 합니다.
조심스레 예를 갖춘 마음을 보여주듯 다들 표정에 흔들림이 없었답니다.
“차는 한번에 다 따르지 않고 세번에 나누어서 잔에 따릅니다. 하나, 둘, 셋”
찻잔을 드릴때는 가운데 손가락 두번째 마디쯤에 찻잔을 올려놓고 접듯이 잡은 후 손님의 앞에 놓아 드리면 된다고 해요. 그리고, 찻잔은 손에서 손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오감으로 발견하는 차의 매력
“차를 마실 때는 가슴쪽으로 찻잔을 올려 차의 색을 확인하면서 시각으로 한번 음미하고, 세번에 나누어 마십니다. 이렇게 차를 마시면서 차의 단맛과 감칠맛을 느끼시면 되요.”
살짝 고개를 돌려 예를 갖추려한(?) 우리를 보고
선생님은 ‘술은 마실 때 고개를 돌리지만, 차는 어른 앞에서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꼿꼿이 먹어요’ 라며 간단하지만 아주 중요한 점도 지적해 주셨답니다. ^^
이렇게 서로 마주대하며 차를 음미하니 선생님께서 말한 차의 감칠맛이 혀끝에 감도는 것 같았어요.
찻잔을 잡은 손끝과 가슴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가 서서히 돌면서 은은히 퍼지는 차의 향내에 저절로 마음이 푸근해지는 느낌이랄까. 이것이 차의 진실한 맛이구나 싶었습니다.
물을 끓이고 따르는 소리를 듣고,
숙우와 찻잔을 감싸쥔 손에는 따뜻한 차의 촉감이 전해지고,
눈에는 싱그러운 차의 색깔이 들어오며,
코로는 향기를,
혀로는 맛을 느끼는 차는
오감으로 마시는 향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함께 마주보며 앉아있다면
그 때의 차맛은 마음이 우러난 감칠맛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농심의 '맛있는 사람' 장동성 대리입니다. R&BD기획팀에서 근무하며 외부 연구과제 지원 및 해외 상품과 식품기술동향 파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농심과 식품 그리고 고객 간에 숨어들어간 즐거운 꺼리들을 '이심전심'을 통해 나누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