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칼럼] 맛의 비밀을 간직한 최고의 국수, 경당종택의 안동국시 '들들들', '드르륵'. 눈을 감고 '국수'를 떠올리면 뽀얀 밀가루 풋내가 코끝을 스쳐가는 게 아니라 요란한 기계음이 저 멀리서 들린다. 가정용 국수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다. 어릴 때 거의 매일 국수를 만들어 먹다시피 했다. 아버지는 국수를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입맛 때문에 집에 국수 기계를 들여 놓으셨다. 국수 기계라고 해서 대단한 게 절대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캡슐커피 기계보다 조금 컸고, 조작은 매우 간단해서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이조차 작동할 수 있었다. 대청마루 한쪽을 차지한 기계는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애완견과 같았다. 반짝반짝 윤이 난다. 두툼한 면 반죽을 여러 번 기계에 넣으면 파피루스의 편지처럼 얇게 만드는 게 내 일이었다. 쭉쭉 늘어진 밀반죽은 시 한편이라.. 더보기 이전 1 ··· 691 692 693 694 695 696 697 ··· 184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