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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추운 겨울에는 다 함게 어울려 국수전골, 두레국수

추운 겨울에는 다 함께 어울려 국수전골

"두레국수"




몸이 움츠러들 만큼 추운 날엔 뱃속을 뜨끈하게 만들어주는 전골냄비요리가 저절로 생각난다. 한국인에게 전골은 여럿이 함께 어울려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특히 다양한 채소와 해산물, 육류까지 전골에 들어가는 재료의 한계가 없이 어떤 식재료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전골요리의 종류만 해도 해물전골, 곱창전골, 버섯전골, 소고기전골, 어묵전골, 낙지전골, 국수전골 등 셀 수 없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전골은 한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국수를 넣어 푸짐하게 즐기는 국수전골이다. 맑고 시원한 육수에 배추와 버섯 등 채소를 넣고 끓이다가 얇게 썬 쇠고기 목살 부위를 넣어 살랑살랑 흔들어 익혀 소스에 찍어 먹은 후 굵은 면을 넣어 끓여 먹으면 포만감은 물론 가격까지 착해 여럿이 가도 내 주머니 사정에 안성맞춤이다.




가족끼리 운영하는 20년 전통의 '두레국수'


국수전골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다.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두레국수’다. 이곳은 내가 현재 일하는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바로 맞은편에 오픈했으니 아마도 족히 20년은 된 것 같다. 아버지와 딸이 서빙을 하고, 어머니가 주방에서 음식을 하는 완전 가족 경영 중심의 작은 식당이다. 메뉴도 너무나 간단해 두레국수와 비빔국수, 비빔밥, 국수전골이 전부였다.


<두레국수 외부 전경과 내부>
(1996년 오픈 이후 지금까지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개 테이블에 불과하며
점심과 저녁 피크 시간에는 항상 길게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유명하다.)


두레국수는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어서 전날 술이라도 한 잔 하면 해장하러 들리고, 푸짐한 비빔밥은 아침 끼니 거르고 출근하기 일쑤인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메뉴였다. 그 가운데 국수전골은 당시 주머니 사정으로는 조금 부담스러워 사장님과 함께 가서 먹는 스페셜 메뉴라고나 할까.

몇 년을 열심히 드나들다가 회사가 이전을 하면서 자연스레 발길이 뜸해졌지만, 취재차 오며 가며 두레국수 간판을 보면 여전히 반가워 국수 한 그릇 후루룩 먹고 가곤 한다. 게다가 국수가 맛있는 집으로 유명해져 있으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얼마 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근처에 취재가 있어서 갔다가 모처럼 ‘두레국수’를 방문했다.




가격대비 푸짐한 양과 맛 인기 요인


‘두레국수’의 유래는 농번기에 마을 사람들끼리 힘을 합쳐 농사일을 한 후 먹었던 잔치국수다. 국수전골도 혼자는 먹을 수 없고 여럿이 어울려서 먹여야 하는 음식이니 두레국수라는 상호에 가장 어울리는 메뉴일 듯하다.

국수전골을 주문하니 김치와 무생채, 소스가 나오고 이어 국수전골에 넣어 먹을 쇠고기를 가져왔는데 2인분으로 제공되는 쇠고기의 양이 엄청나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뿐만 아니라 전골냄비에는 양파, 두부, 표고버섯, 무, 깻잎, 파를 푸짐하게 둘러 담고 그 위에도 쇠고기와 쑥갓을 올려 내왔다. 여느 샤브샤브전문점에 비해도 쇠고기의 양이 엄청 많다. 육수는 멸치와 각종 채소를 우려 내 국물이 맑고 깔끔하다.


<서빙된 전골냄비와 고기를 먹은 후 생면을 넣은 국수전골>
(신선한 채소가 가득한 전골냄비와 쇠고기 목살을 얇게 저며 푸짐하게 제공해
가격대비 고객만족도가 높다. 채소와 함께 쇠고기를 샤브샤브처럼 먹고 난 후
쫄깃한 생면을 넣어 국수전골을 해먹으면 포만감이 더해진다.)


국수전골은 재료가 지극히 한국적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샤브샤브와 먹는 방식이 비슷하다. 휴대용 가스버너 위에 올려놓고 끓여 가며 먹는데 쇠고기를 넣어 살랑살랑 흔들어 익힌 후 팔팔 끓여 한소끔 숨이 죽은 채소와 함께 소스에 찍어 먹는다. 소스는 육수에 겨자를 풀고 레몬즙, 참기름, 깨소금, 다진 파를 넣어 섞어 내는데 겨자의 톡 쏘는 맛과 레몬의 새콤함, 참기름의 고소함이 음식과 잘 어울렸다. 한참을 정신 없이 먹다 보면 처음에는 시원했던 육수가 배추와 양파에서 나오는 단맛이 국물에 우러나면서 점차 단맛이 강해진다.

고기와 채소를 얼추 건져 먹은 후 국수사리를 주문하면 감자가루와 옥수수가루를 섞어 직접 뽑아 쫄깃하고 통통한 생면은 한 번 삶아 내오기 때문에 오래 끓이지 않아도 금방 먹을 수 있다. 워낙에 점심, 저녁 피크 타임에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 한 번 삶아 내는 것이 회전율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두레국수, 비빔밥, 비빔국수 등 골고루 인기

혼자서 방문한다면 대표메뉴인 두레국수로 충분하다. 두레국수는 시원한 육수에 면발과 고기를 넉넉히 넣고 목이버섯, 파, 쑥갓을 올려 내는데 밥까지 주기 때문에 평소 양이 적은 여성은 한 그릇을 다 비우지 못할 정도다. 비빔밥에도 넉넉히 들어간 채소와 고기, 그리고 계란 프라이를 두 개나 얹어주는데, 매콤 달콤한 고추장 소스를 뿌려 쓱쓱 비벼 먹으면 성인 남자들도 포만감에 만족스러워 한다.


<대표 메뉴 두레국수와 비빔밥>


생면을 직접 뽑아 사용하는 대표 메뉴인 두레국수는 쇠고기와 목이버섯, 파와 쑥갓이 듬뿍 들어가며 공깃밥을 따로 줘 남은 국물에 말아먹으면 포만감이 밀려온다. 커다란 스텐 그릇에 밥, 콩나물, 부추, 상추, 쑥갓, 당근채볶음과 고기 그리고 계란 프라이를 두 개나 얹어서 준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두르고 깨소금을 송송 뿌려 내는 비빔밥은 기호에 따라 고추장 소스를 가감해 비벼 먹으면 된다.

이외에 곱창전골과 골뱅이파무침, 두부김치가 술안주 메뉴로 더해져 술꾼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메뉴판>
(두레국수는 식재료의 퀄리티나 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가족경영으로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이 인기 비결이다.)



20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인기 식당 반열에 올랐지만 ‘두레국수’는 그 흔한 프랜차이즈 매장 하나 없이 예나 지금이나 가족들과 종업원 몇 명이 함께 운영하며 원래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부침 많은 외식업계에서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으니 원조라고 칭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오늘처럼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날은 칼칼한 곱창전골에 국수사리를 넣어 식사를 겸해 술 한 잔 곁들여도 좋겠다.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농심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