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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⑫ 닭갈비 속의 고구마 단맛

 

 


춘천을 방문하면 으레 찾게 되는 닭갈비!

이제나 저제나 빨리 익기만 기다리면서 고구마가 잘 익었나! 젓가락으로 쿡쿡 찔러 본다. 다 익은 것 같아 고구마를 하나 꺼내어 먹어 보지만 아직 다 익지는 않았다. 익지 않았는지 여부는 고구마 맛으로도 구분이 되는데 단맛이 나면 익은 것이고 다 익지 않았으면 아직 단맛을 내지 않는다. 놀랍게도 잘 익은 고구마는 맛이 참으로 달아 입맛을 돋우어 준다. 생고구마는 그렇게 달지 않은데 비해 왜  고구마가 익으면 이렇게 달까?

 

 

감자를 삶으면 그냥 감자 맛이다. 생고구마 맛도 생감자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굽거나 삶아서 익으면 무척 단 군고구마나 맛이 달달한 삶은 고구마로 변신해 버린다. 감자와 달리 고구마만 유난히도 단맛을 띠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구마>

 

 

고구마나 감자 모두가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서류다. 군고구마가 유난히 단 것은 고구마 내부에 함유되어 있는 효소 때문이다. 우리가 밥을 먹고 한참 씹으면 씹을수록 밥이 달게 느껴지는데 이는 침 속에 함유된 효소가 탄수화물을 분해시켜 단맛 정도가 높은 올리고당이나 맥아당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고구마는 사람의 침 속에 함유되어 있는 베타-아밀레이스라는 탄수화물 가수분해효소가 있어 고구마 녹말을 가수 분해시켜 준다. 보통 때는 이 효소가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하여 활동이 정지된 상태로 가만히 있다가 외부로부터 열이 가해지기 시작하면 효소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그때부터 서서히 효소에 의한 탄수화물 분해 작용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효소가 작용하기에 매우 좋은 온도에 도달하면서 효소는 활발히 가수분해 작용을 한다. 물론 직화로 인해 매우 높은 온도의 열이 직접 닿는 고구마 부위의 효소들은 바로 죽게 되지만 고구마의 내부 깊숙이 있는 효소들은 열이 천천히 전달되기 때문에 충분히 고구마 속의 탄수화물을 분해할 수 있다.

 


겨울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군고구마의 비밀도 이와 같은 현상이다. 고구마 굽는 통 안에서 가열과정을 통해 베타-아밀레이스 효소활성이 활발해져 단맛을 내는 맥아당 형태로 분해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맥아당으로 만들어 은은한 단맛을 내는 것으로 열무김치나 깍두기 김치를 항아리에 담을 때 어머님들은 여기에 풀을 쑤어 넣거나 혹은 밀가루를 뿌리면서 깍두기를 차곡차곡 담근다. 김치 재료 속에 함께 존재하는 미생물들이 김치 발효 과정을 통해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 내고 이들 효소에 의해 풀이나 밀가루와 같은 탄수화물이 발효과정을 통해 분해되면서 맥아당을 만들기 때문에 설탕처럼 진한 단맛이 나는 것이 아니라 은은한 맛을 제공하게 된다. 닭갈비에서도 설탕을 넣으면 너무 달아서 역겨워서 많은 양의 닭갈비를 먹기가 곤란하다.

 

 

이처럼 가열에 의해 고구마 조직이 익어가면서 효소들이 작용하기가 용이하게 변하면 단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맥아당을 많이 만들어 낸다. 하지만 계속해서 가열이 되면 고구마 속의 베타-아밀레이스 효소들도 결국 모두 죽게 되고 만다. 효소들이 모두 죽는다 하더라도 이미 많은 양의 맥아당으로 가수분해를 시켜 놓았기 때문에 우리들은 단맛이 잘 조화를 이룬 닭갈비 고구마를 먹을 수 있다. 닭갈비의 경우도 가장 늦게 익는 재료가 고구마이고 고구마가 익으면 은은한 단맛이 제공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맛있는 닭갈비가 완성된 것을 알려 주기도 한다.

 

 

감자의 경우 고구마와 달리 이런 베타-아밀레이스라는 효소가 들어 있지 않아서 고구마처럼 가수분해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익은 감자도 생감자보다는 약간의 단맛을 가지고는 있으나 익은 고구마처럼 달지는 않다. 닭갈비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감자보다도 고구마의 역할이 크다. 감자가 많이 생산되는 강원도에서 대표적인 주 생산물인 감자보다도 고구마를 닭갈비의 재료로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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